총리를 포함한 개각이 단행됐다. 기존 신문과 방송들은 ‘40대 젊은 총리’ 김태호에 눈길을 모은다. 하지만 인터넷신문들의 시각은 다르다. 특임장관 이재오에 초점을 맞춘다. 이른바 ‘왕의 남자’가 귀환했단다.실제로 이재오 장관은 정권 ‘창출’에 앞장섰다. 때로는 ‘대통령의 동업자’를 자임했다. 수구세력 가운데는 그를 겨냥해 색깔공세를 편다. 민주화투쟁 전력이 있어서다. 하지만 기우다. 이미 그는 많이 달라졌다.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된 뒤 지금까지 행적을 보면 알 수 있다. 사립학교법 ‘개악’을 부르대던 이재오를 떠올려보라.다만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듯이, 적어도 그가 다른 한나라당 의원들과는 다르리라는 ‘기대’마저 접지는 않았다. 가령 그는 박정희 정권을 ‘군사독재’로 부르는 데 서슴지 않는다. 그것이 박근혜와 각을 세워 다투는 원인이든 명분이든 그렇게 규정하는 모습은 나쁘지 않다. 언젠가 텔레비전 시사토론에서 차라리 이재오가 책임지고 일해보길 권한 이유이기도 했다.박정희 시대를 ‘군사독재’로 부르는 ‘정권 실세’하지만 ‘왕의 남자’로 알려진 그가 ‘특임장관’의 자리에 앉기 직전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를 보면 최소한의 기대마저 사라질 수밖에 없다.그는 “아무래도 경제문제, 특히 일자리문제가 심각”하다고 현실을 진단했다. 옳은 분석이다. 그런데 기자가 “대안”을 묻자 다음과 같이 답한다.“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삼성 현대 같은 대기업에 시험을 보는데 그러지 말고 대졸이든 고졸이든 취업 인력을 지방공단이나 중소기업에서 1, 2년 일하게 한 뒤 입사 지원자격을 주는 거다.”취재기자가 “잘 안될 것 같다. 강제적으로 가라고 하면 젊은이들 난리 난다”고 미심쩍어 하자 강조한다.“봉급도 별 차이 없다. 내 애가 대기업에 다니지만 초봉이 150만원이다. 중소기업도 160, 170만원 준다. 그런데도 대기업만 쳐다본다. 종합병원가려면 동네병원 진단부터 받아야 하듯 대기업 가려면 중소기업 의무적으로 해 보고 보내야 한다.”현실과 동떨어진 진단과 ‘돌팔이 처방’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 다음에 재수생들을 없애야 한다. 떨어진 애들 재수 삼수 학원 보내는데 다 사회적 비용이다. 우선 공장이나 농촌에서 일하게 해야 된다. 1, 2년 일하고. 그 성적을 갖고 대학가라 이거야. 모든 것을 이처럼 일 중심으로 할 생각을 해야 한다.”현실과 동떨어진 ‘일자리 정책’에 사실조차 왜곡가관이다. ‘왕의 남자’가 지녔던 한 가닥 ‘실오라기 신비’마저 벗겨지는 대목이다. “그런 법안을 만들 생각”이냐는 질문에 “그럼, 그럼”이라며 “어떻든 놀고먹는 애들은 없어야 한다”고 부르대는 데선 ‘이명박 식 왕의 오만’이 뚝뚝 묻어나온다.심지어 사실조차 무람없이 왜곡한다. “양극화 문제는 어떤가”라는 물음에 언죽번죽 답한다. “다른 나라에 비하면 유럽이나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별로 큰 문제가 아니다.” 정면으로 묻는다. 대체 어떤 ‘유럽 선진국’을 이르는가?‘왕의 남자’는 자신이 “단 한 번도 권력을 향유하고 권세를 누리고 있는 자를 대변하기위해 (정치를)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덧 한나라당에 들어가서 나도 모르게 변질돼버렸다”고 성찰의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그는 재보선을 거치면서 ‘변질’에서 벗어나 자신을 되찾았다고 확신했다. 과연 그럴까.듣그럽겠지만 진실을 들려준다. 이재오는 지금도 변질돼있다. 그 사실을 아직도 스스로 모르고 있다. 목욕탕이나 골목길 많이 다닌다고 ‘친서민’ 되는 게 아니다. 한 때의 ‘민주투사’에게 간곡히 당부한다. 양극화 공부부터 시작하기를. 그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서민”을 위해 그렇다. 손석춘 2020gil@hanmail.net* 이 글은 ’손석춘의 새로운 사회’ 오마이뉴스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블로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