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 대통령에 띄우는 편지

By | 2010-06-28T10:47:53+00:00 2010.06.28.|

버락 오바마 미합중국 대통령 귀하.한미정상회담 소식을 듣고 밤새 뒤척이다가 오늘 아침 당신께 편지를 띄웁니다. 공개적으로 편지를 띄우는 이유는 당신과 소통할 수 있는 다른 길이 보이지 않아서입니다. 모쪼록 이 편지를 ‘감각’이 뛰어난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 대사가 당신께 보고하기를 기대합니다.‘세상에서 가장 바쁜 대통령’이기에 번거로운 인사는 줄이고 간명하게 쓰겠습니다.먼저 축하합니다. 당신은 대한민국 이명박 대통령과 캐나다에서 만나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을 2015년까지 연장하는 데 합의했더군요. 더구나 그 ‘조건’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도 한국의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들었습니다.그래서입니다. 당신의 노련한 협상력에 새삼 감탄하게 됩니다. 축하하는 까닭입니다.작전권 더 갖고 FTA양보 받은 능력 축하다만, 당신이 알고 있어야 할 진실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민주시민들은 당신이 미합중국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기뻤습니다. ‘오바마 혁명’이라고 당선 의미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실제로 당신은 목표였던 ‘건강보험 혁명’을 이뤘습니다. 진심으로 박수를 보냅니다.앞으로도 굽힘없이 당신의 뜻을 미국 국내정치에 구현하길 바랍니다. 하지만 나는 당신께 오늘 짙은 유감을 표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의 한반도 정책은 실패로 치닫고 있기 때문입니다.당신께 가볍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의 당선을 환호하던 이 땅의 민주시민들 사이에서 어느새 ‘검은 부시, 하얀 라이스’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는 사실을 당신은 들어보았는지요. 처음이라면 서울에서 활동하는 미국 중앙정보국(CIA) 책임자가 임무를 게을리 한 게지요.‘검은 부시’라는 당신에게 모욕적일 말이 떠도는 이유는 당신의 한반도 정책이 조지 부시와 아무런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후보시절 당신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도 언제든 만나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약속한 사실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하지만 당신은 이란과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만 집중한 탓인지 대북정책에선 부시가 실패한 길을 답습하고 있습니다.그런 가운데 대한민국 전시작전통제권을 연장 보유하고 더구나 그 ‘조건’으로 한미FTA에서 실리까지 챙기는 풍경을 보며 앞으로 이 땅에선 당신을 두고 “부시보다 더 부시답다”는 말이 퍼져가지 않을까 우려됩니다.부시보다 더 부시다운 검은 부시 오바마?물론, 모르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이 앞장서서 작전통제권을 더 보유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그 요청을 받아들이자 이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이 수락해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며 사의를 표했다는 대목에선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수치와 분노를 느낍니다. 밤새 잠을 설친 이유입니다.명토박아 전합니다. 국가의 작전통제권을 스스로 다른 나라에 더 가져달라고 ‘애걸’하며 고마움을 표하는 대통령을 보고 당신이 대한민국 국민을 우습게 여긴다면. 그것은 착각입니다. 게다가 한미FTA에서 더 양보를 얻어내 회심의 미소를 당신이 짓는다면, 그것은 단견입니다.당장은 당신이 이른 눈부신 성과에 만족할 터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검은 부시’가 진정 아니라면, 지금 큰 실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똑바로 인식할 때입니다.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갈망하는 우리 국민 사이에서 미국은 공화당이나 민주당이 똑같다는, 만족할 줄 모른다는 비판 여론이 벅벅이 퍼져갈 전망입니다.물론,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을 잊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그와 손잡고 웃는 버락 오바마의 얼굴이 조지 부시처럼 다가오는 한국인이 무장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당신이 잊지 말기 바랍니다.당신의 건강을 기원하며 총총 줄입니다.2010년 6월28일 서울에서 손석춘 2020gil@hanmail.net * 이 글은 ’손석춘의 새로운 사회’ 오마이뉴스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블로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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