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인8표제에 묻힌 교육감·교육의원 선거4년에 한 번, 전국이 들썩인다. 거리에는 주황, 노랑, 초록, 파랑 색색의 플래카드가 넘실거린다. 각 지역의 주요 거점은 같은 색의 어깨띠와 모자, 단체복을 입은 이들로 북적인다. 6월 2일. 전국 동시 지방선거 때문이다.이번 선거에는 거리가 유난히 다채로운 색으로 도배돼 있다. 주민 한 사람이 8명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1인 8표제’이기 때문이다. 각 언론은 선거 관련 소식을 앞다투어 보도하지만 시장, 구청장 후보 각각의 공약을 제대로 비교해보기란 쉽지 않다. 각 후보의 정치적 성향이나 쟁점이 되는 정책에 대한 입장 차이 정도만 눈에 띈다. 이런 상황에서 시·도의회 의원, 시·군·구의회 의원, 교육감, 교육의원 등의 후보까지 하나하나 따져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더욱이 교육감·교육의원은 선출하는 행위 자체가 낯설다. 교육감, 교육의원을 전국 16개 시·도에서 동시에 주민이 직접 투표하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본래 교육감·교육의원은 학교운영위원회에 의해 간접적인 방식으로 뽑았으나 지난 2006년 12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주민 직선제로 전환됐다.최초의 전국 동시 직접선거. 진보와 보수의 대결로 칭해지는 이번 교육감·교육의원 선거는 결과에 따라 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 교육정책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위력을 가진다. 교육감·교육의원의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이다.2. 공정택 전 교육감을 통해 본 교육감의 권한불과 1년 전에 임기를 시작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교육개혁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그가 최우선적으로 내세운 ‘무상급식’ 정책은 지역을 넘어 전국적인 이슈로 자리잡았고 혁신학교, 학생인권조례 역시 타 지역에서도 탐내는 성공적인 정책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를 통해 유권자들은 한 사람의 교육감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 체험했다.하지만 그것만으로 전 국민에게 교육감·교육의원 선출의 중요성을 알리기는 역부족이다. 여전히 교육감·교육의원의 역할에 대해 잘 모르는 국민들이 많은 상황이다. ‘교육소통령’이라고도 불리는 교육감과 교육의원이 어떤 일을 하며 지역교육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자.먼저, 교육감은 지역의 교육에 관한 대부분의 사무를 관장한다. △교육관련 조례 제정권, △교육예산 편성권, △공립유치원 및 초·중·고 교직원 인사권, △유치원·학교 신설 및 이전, △사설학원 지휘감독권 등 시·도 내 교육 제반사항에 대한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 직선제의 의미와 교육감의 권한’, 새사연 보고서, 2008.7.8. 참고)비리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을 예로 들어보자. 공정택 전 교육감은 첫째, 2007년 당선이 되자마자 국제중을 두 곳이나 설립했다. ‘초등학생 입시 부활’을 우려한 주민과 교육위원들의 반대로 인해 2006년 무산됐던 국제중 설립계획을 다시 밀어붙인 결과다.둘째, ‘2009년 주요 업무계획’을 통해 자율형 사립고(자율고)를 25개 자치구별로 1곳씩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서울지역에는 ‘귀족학교’로 비판받는 자율고가 13곳이나 선정됐다. 이와 같이 교육감에게 주어진 학교 설립에 관한 권한은 공립유치원을 비롯해 외고에 이르기까지 지역 내 모든 학교를 포함한다.셋째, 지난해 말에는 고교선택제를 실시했다. 일제고사 결과가 공개돼 각 학교의 서열화가 예상되던 시기와 일치한다. 학부모가 성적에 따라 학교를 선택한 결과에 따라 기피학교는 초반에 도움을 주다가 폐교시키겠다는 계획이다. ‘학교 간 경쟁’을 강조하던 공정택 전 교육감의 평소 신념을 실현한 셈이다. 교육감의 의지에 따라 지역별 고교평준화 정책, 학교별 학생선발 전형도 달라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넷째, 교원단체와의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일제고사 대신 체험학습을 허락한 교사 7명을 파면·해임시켰다. 올해부터 실시되고 있는 교원평가나 현 쟁점 중 하나인 교장공모제 역시 구체적인 규칙, 방법은 교육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교원 인사에 관한 권한도 교육감에게 있기 때문이다.교육감이 사용할 수 있는 예산도 막대하다. 2009년 교육통계연보에 의하면, 올해 서울시교육청의 예산은 6조3158억 원이다. 교육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도 교육청은 8조969억 원이고 가장 적은 제주도교육청은 6127억 원이다. 시·도교육청의 세출 예산을 모두 합하면 40조31억 원이다. 그 중 교육감이 사용가능한 예산은 교사 인건비 등 고정적인 예산을 제외한 20% 정도다. ([그림 1] 참고)3. 무상급식 예산 반토막 낸 교육의원 ‘파워’교육감이 ‘집행기관’이라면 교육의원은 교육위원회에 소속돼 ‘의결기관’으로서 역할을 한다. 교육위원회는 지역 내 교육·학예에 관한 사무를 심의·의결하기 위해 시·도의회에 두는 상임위원회다. 이러한 교육위원회는 교육과 관련해 시·도의회에 제출할 조례안, 예·결산안, 특별부과금·사용료·수수료 등의 부과와 징수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의결한다. ([표 1] 참고)그러나 교육위원회의 의결 사항 중 조례안과 예산안에 관한 것은 시·도의회의 의결을 또다시 거쳐야 한다. 게다가 교육위원회는 과반수 이상은 교육의원, 나머지 절반은 시·도의원으로 구성된다. 시·도의회의 입김이 셀 수밖에 없다.이러한 상황은 지난해 경기도교육청의 무상급식 예산을 놓고 벌어진 갈등 과정을 통해 좀 더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지난해, 핵심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농산어촌과 도서벽지, 소규모 도시의 초등학교 400개에 대해 무상급식 계획을 1차로 세워 도 교육위원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도 교육위원회는 예산의 절반을 삭감했고, 한나라당 일색인 도의원들은 나머지 절반의 예산마저 전액 삭감한 채 전원 찬성으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이와 같이 교육감의 계획에 대해 교육의원과 시도의원이 견제를 넘어 반기를 들고 나서면 그 추진력은 감소하거나 계획 자체가 무산되기도 한다. 교육의원과 시도의원의 역할 역시 지대한 영향력을 가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시·도의원 뿐 아니라 교육의원조차 특정 정당 일색이라면 지역교육의 균형적인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현행 제도 하에서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정당과 무관하게 지역교육의 발전을 고민하고 실천할 교육의원을 제대로 뽑는 것이 중요하다.또한 교육의원은 △교육행정 및 예산운영 결과에 대한 감사·평가, △교육행정의 시정질의 및 교육기관 행정사무 감사, △교육감의 시정방향 및 교육시책의 검토 시정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즉, 시·도 교육청이 수행하는 교육행정 전반에 대한 감시와 견제·조정 등의 기능을 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잇따라 불거진 교육비리 역시 문제를 제기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몫은 교육의원에게 있다. 이와 같이 교육의원은 교육감과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는 속에서 교육자치를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으므로 교육의원 선출에도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4. 올바른 교육자치 실현을 위한 선거 이후의 과제교육감, 교육의원 선거를 주민직선제로 전환한 배경에는 주민의 참여를 통해 올바른 교육자치를 구현한다는 목표가 있었다. 중앙정부에서 모든 권한을 쥐고 소수의 이해관계자들이 교육감·교육의원을 뽑았던 과거의 선출제도에서 진일보한 것이다. 이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다.그런데 지난 2월,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는 교육의원을 이번 한번만 직선제로 선출하고 다음 선거부터는 아예 교육의원을 없애는 내용의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일명 ‘교육의원 일몰제’다. 처음 논란은 교육의원 선거방식을 정당 추천 비례대표제로 바꾸자는 한나라당의 주장에서 시작됐다. 최종적으로는 교육감을 광역단체장과 러닝메이트로 선출하려는 의도였다. 한나라당이 광역자치단체를 대부분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지방교육까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좌지우지하려 했던 것이다. 갑론을박 표류하던 교육의원 선거방식에 대한 논란은 결국 교육의원을 없애는 쪽으로 결정이 났다.뒤이어 지난 3월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교육감의 인사 및 재정 권한을 축소할 것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연이은 교육비리가 교육감 한 사람에게 권한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청와대 대변인은 “교육감이 가진 무소불위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방향으로 교과부에서 법적·제도적 보완작업을 벌여 종합대책을 발표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교육단체들은 이러한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반대하는 교육감들의 당선을 겨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모두 교육감·교육의원 직선제를 제대로 한번 실시하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다. 교육감의 권한은 축소시키고 교육의원을 없앤 후 시·도의원이 그 역할을 대신하도록 하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교육의원이 없어지면 교육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움직이는 시·도의원이 교육감에 대한 견제·보완의 역할을 바르게 할 수 있을까. 이는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다’는 헌법 제31조에 위배되는 조치다. 직선제를 부정하고 과거로 되돌아가려는 처사와도 같다.올바른 교육자치 실현을 위해서는 오히려 교육의원을 주민의 손으로 직접 뽑되, 주민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교육의원의 수를 대폭 늘리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최소한 시·도 내 각 자치구의 수만큼 늘리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교육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도 그들을 감시하는 교육의원이 더더욱 필요하다.또한 교육감의 권한을 축소하기 이전에 공백 상태에 있는 기초자치단체 수준의 주민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현행 광역자치단체 수준에서의 교육자치로는 지역주민의 직접적인 참여가 어렵기 때문이다. 교육자치체제의 기본 세포라 할 수 있는 학교운영위원회와 지역교육청의 실질적인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을 둘러싼 쟁점과 과제, 새사연 보고서, 2010.2.8 참고)5. 교육대통령을 ‘로또’처럼 뽑을 것인가교육감 선거에 직선제가 도입된 후 서울, 경기, 부산, 울산, 경남, 충북, 충남, 제주 지역에서는 교육감 선거를 개별적으로 치룬 경험이 있다. 그러나 2007년 2월 직선제로 처음 치러진 부산시교육감 선거의 투표율은 고작 15.6%였다. 2008년 서울시와 작년 4월 경기도교육감 선거 투표율도 각각 15.4%, 12.3%에 불과했다. 교육감을 직접 뽑는다는 사실 자체나 교육감의 역할에 대한 인지도가 낮았기 때문이다.이번 선거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여전히 대다수의 유권자들이 교육감·교육의원 후보를 모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조사결과, 교육감 후보에 대해 응답자 절반에 육박하는 45.1%가 ‘전혀 모르고 있다’고 답하는 등 75.8%는 후보를 ‘모르고 있다’고 밝혔다. 교육의원에 대한 조사결과는 더 심각하다.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인 50.8%가 후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그러다보니 이번 교육감 선거에는 하나의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바로 ‘로또 선거’다. 교육감·교육의원은 정당과 무관하므로 투표용지에 기재될 이름 순서를 추첨에 의해 배정한다. 기호도 따로 표시되지 않는다. 이에 다수의 유권자들이 이름 순서에 따라 정당을 연상시켜 투표를 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기호 1번이 우세한 지역에서는 첫 번째 순서로 이름을 올린 후보가 유리하듯 ‘숫자 뽑기’에 따라 당선이 좌우된다는 말이다. ‘로또 선거’라는 꼬리표는 여기에 연유한다.실제 지난 2007년 대선과 함께 실시된 경남, 울산, 제주, 충북의 교육감 선거에서는 대통령 당선자와 같은 기호를 받은 후보자가 모두 당선된 바 있다. 이번 선거에 대한 여론조사에서도 무작위로 후보 이름을 불러주고 설문한 지지도와 투표용지의 이름 순서대로 조사한 결과가 매우 큰 차이를 나타내 우려를 더하고 있다.각 지역의 교육대통령인 교육감, 그 교육감을 견제·보완하는 교육의원. 누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달라진다. 그 소중한 미래를 도박판에 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늘 밤, 저만치 제쳐놨던 공보물을 펼쳐보자.최민선 humanelife@saesayon.org* 다음 글에서는 각 지역의 유권자들이 교육감·교육의원을 선택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도록 한다. 현재 각 지역별로 쟁점이 되고 있는 교육현안에는 무상급식을 비롯한 교육복지, 교육비리 근절, 학력증진 방안, 수능 및 일제고사 성적 학교별 공개,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 교장공모제 확대 등이 있다. 보수와 진보가 각각 후보 단일화를 이루고 타 지역 후보들과 정책연대를 한 까닭에 대부분의 입장과 방안은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나뉘어진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선거 결과에 따른 이후 교육개혁의 변화지점을 함께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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