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재정위기의 교훈… 취약한 제조업이 위기의 근원

By | 2010-05-18T10:12:15+00:00 2010.05.18.|

최근 그리스 재정위기로 세계 금융시장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유럽연합과 IMF가 나서 대대적인 지원을 결정하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이 조치가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음은 세상이 다 알고 있다. 오히려 이번 구제조치에 수반된 그리스의 자구노력 조치가 1997년 외환위기를 경험했던 한국 등 아시아 나라들에 부과했던 신탁통치 성격의 조건에 비해 너무 느슨해서 그리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우려가 크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그리스 위기의 근원은 실물부문의 취약성그리스가 유럽에서도 가장 먼저 부도위기에 직면한 이유가 단기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재정적자의 심화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리스 재정위기의 근원을 따져보면 그리스 경제에서 실물부문의 취약성이 두드러진다. 그리스 경제의 중추는 관광산업과 해운업이고 경쟁력 있는 제조업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한국은 물론 유럽 어디를 가도 ‘Made in Greece’로 표기된 상품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은 그리스와 함께 재정위기의 다음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포르투갈이나 스페인도 크게 다르지 않다.유럽이 통합되면서 통화는 단일화되었지만 교역은 아직도 국가 간에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스는 제조업의 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에 만성적인 무역적자국이다. 반면에 독일은 만성적인 흑자국이다. 이번 긴급구제조치에서 독일이 프랑스와 함께 주요 지원국이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성적인 적자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는 유로권에 속하기 때문에 환율조절을 통해 무역수지가 개선되는 길이 막혀 있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작금의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실물부분이 바로 관광산업과 해운업이다. 소득이 줄면 가장 먼저 소비지출이 줄어드는 부분의 하나가 바로 관광이다. 또한 금융위기로 경기가 침체하자 해운물동량도 크게 줄었다. 그리스 경제의 두 축이 금융위기로 타격을 받은 것이다. 이와 같은 산업의 침체는 정부지출을 더욱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 반면에 세입은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거시경제학에서 흔히 말하는 재정의 자동안정장치가 작금의 그리스에서는 재정적자를 확대시키는 ‘자동불안정장치’로 반전된 셈이다.11월 G20 정상회담을 낙관할 수 없는 이유글로벌 금융위기에 대한 다양한 대책이 논의되고 있고 금년 11월의 G20 정상회담에서 어떤 식으로든 합의가 이루어지겠지만 그다지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영국과 미국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금융산업에 대해 가지는 이해관계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영국은 지난 20년 동안 제조업은 거의 포기한 것처럼 살아왔다. 그 대신 헤지펀드 등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서 주변국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자국 영토에 조세피난처까지 둘 정도로 금융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했다.제조업을 경시하고 금융산업을 중시한 결과는 참담할 뿐이다. 금융이 가지는 본질적인 성격에 대한 몰이해인지, 아니면 식민지를 수탈하던 대영제국의 영화에 대한 향수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금융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설정한 것은 영국으로서는 결정적인 패착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당장의 이익을 위해서 이 패착을 물리고자 하지 않는다. 그러나 금융산업이 전략산업이 될 수 없는 이유는 금융은 스스로는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는 ‘제로섬게임’의 산업이기 때문이다.만약에 모든 사람이 돈놀이만 하는 경제를 상상해보자. 가령 갑이 1% 이자를 받고 을에게 100만원을 빌려준다면 을은 이 이자를 갚기 위해 다시 병에게 가령 2% 이자를 받으면서 빌려주어야 한다. 병은 다시 정에게 3% 이자를 받으면서 빌려주어야 하고…. 결국 마지막 남은 경제주체는 돈을 다시 빌려줄 수 없는 상황이 되어 경제의 순환은 더 이상 계속될 수 없게 된다.금융의 확장은 경제의 기생적 성격을 심화시킬 뿐금융은 스스로는 가치를 창출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부문에서 창출된 가치의 일부를 이전받아야만 유지될 수 있다. 그러므로 금융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서 그 비중을 높이면 높일수록 금융 이외의 다른 부문, 즉 제조업을 비롯한 실물부문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는 국민경제에서든 세계경제에서든 마찬가지이다. 금융산업이 성장할수록 그 나라의 실물부문이 위축되거나 아니면 다른 나라의 실물부문에서 창출된 가치를 흡수해야만 한다. 말하자면 경제의 기생적 성격이 심화되는 것이다. 그러면 실물부문의 기업마저 이윤을 재투자하기보다는 금융상품을 거래하는 투기적 성격을 가지게 되면서 경제의 금융화가 진전된다.금융이 실물을 지배하는 기생적인 경제는 지속가능하지 못하다. 그러므로 금융위기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금융산업이 자본을 중개하고 신용을 창출하여 실물부문의 성장을 지원하는 본연의 기능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는 글로벌 금융자본의 전면적인 저항을 뚫고 이들에게 족쇄를 채우려는 시도가 과연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지… 역사적 경험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낙관적인 전망이 아닌 것 같다.

2 개 댓글

  1. cru0880 2010년 5월 18일 at 2:09 오후 - Reply

    경제의 금융화가 지속되면 현재 명목화폐도 사라지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들어요. 숫자로만 존재하는 금융.. 허상만 ?는 사람들. 갈수록 커지는 신용. 날씨도 우울하네요.

  2. mcfreak 2010년 5월 22일 at 4:12 오후 - Reply

    금융규제는 유럽권역과 미국의 협상(?)으로 일정부문 이뤄질 것으로 보이네요. 골드만삭스에게 당한 게 한두 개도 아니고, 메릴린치한테도 물린 은행이 꽤 되니까요. 아마도 유럽의 피해를 변상하는 정도 선에서 될 것으로 봅니다. 그리스 투쟁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요, 그리스 투쟁이 승리해서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까지 번지면 유럽권역이 분리될 수도 있을 것이고, 아니라면 압도적인 안정기금을 배경에 두고 살아남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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