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첫 10년대가 지났는데도 한국사회에서 북쪽을 이야기하기란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북쪽에 대해 논의하며 비판이 없으면 곧장 색깔의 잣대를 들이댄다. 국가보안법은 단순히 법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내면에 깊숙이, 그것도 시퍼렇게 살아있다.하지만 그럼에도 쓴다. 정보의 편식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통일뉴스>에 따르면 최근 북쪽의 언론인단체인 조선기자동맹은 남쪽 언론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나섰다.조선기자동맹의 날선 한국 언론 비판조선기자동맹 중앙위원회의 대변인 담화(3월29일)는 특히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거론하며 남쪽 언론이 “반공화국 모략선전의 돌격대”라고 주장했다.담화는 “온 겨레의 지향과 염원에 맞게 북남관계를 개선해나가려는 우리의 원칙적이며 정당한 입장과 성의 있는 노력을 악랄하게 헐뜯고 있다”고 단언하고 이들 언론이 심각해져만 가는 남북관계는 외면한 채 탈북자단체들의 말을 받아 반북선전에 매달리고 있다고 비판했다.더 눈여겨 볼 대목은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다. ‘메가폰 전쟁의 검은 내막’ 제하의 기사는 “우리나라에 ‘급변사태’가 임박한 듯한 인상을 조성하려는 각종 ‘보도’들이 난무하고 최고수뇌부의 건강에 대해서까지 이러쿵저러쿵 하는 낭설이 나돌고 있다”며 “‘화폐개혁 실패’로 인한 식량난, 경제난이 지난 1990년대보다 더 심각하다는 ‘분석평가’들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기사는 이어 “이런 보도들이 미국과 일본, 남한에서 나온다”며 “이 너절한 흑색선전의 뒤에는 우리나라에 투자가 들어오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세력이 있다. 대조선 투자를 가로막음으로써 경제건설에 집중해 인민생활을 향상시키려는 우리의 노력을 방해하자는 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조선중앙통신의 “경제건설 집중” 보도이 대목에 눈 돌려야할 이유는 북쪽이 지금 “인민생활 향상”과 “경제건설에 집중”하고 있으며 외국인 투자를 바라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어서다.기실 북은 이미 2010년 신년을 맞아 “경제부흥은 평화로운 환경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평화공존의 새 시대를 개척하려”는 “조선의 호소는 진심”이라고 강조한 바도 있다. 서해에서 대규모로 벌어진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상징하듯이 그 호소가 외면 받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북이 외국인 투자를 기대하며 경제건설에 집중하려는 의지, 남북대화와 교류는 물론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모든 힘을 쏟고 있다는 사실을 남쪽의 대다수 국민은 모르고 있다. 여론시장을 독과점한 신문사들의 지면에 반북보도만 어지럽게 춤추기 때문이다. 과연 그래도 좋은지 찬찬히 짚어볼 일이다. 북에 대한 호오를 넘어선 문제다.손석춘 2020gil@hanmail.net* 이 글은 ’손석춘의 새로운 사회’ 오마이뉴스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블로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