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Game

By | 2010-02-26T11:40:34+00:00 2010.02.26.|

어제 오후는 반차를 내고 아이를 돌봤다.맘마를 제대로 먹지 않았는지 애가 다리에 힘이 풀리더니 내 무릅에 고개를 파묻고 이내 잠이 들었다. TV를 켜고리모컨을 돌려보아도 볼거리가 없었다.이럴 땐 IPTV가 참 쓸만하다. 다시보기 기능으로 요리조리찾다가 작년에 SBS스페셜에서 방영한 ’쩐의제국’을 봤다.서브프라임 사태 이후여러 관련 다큐가 공중파에서 방영되었는데, 내용이나 교훈 면에서 가장 낫다고 판단된다.1~2부로 나누어 구성되는데, 1부는 미국의 부동산파생상품이 태평양을 건너 우리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알려준다. 2부는 금융의 기원에서 시작하여 달러의현재와미래에 대해서전망한다.내가 관심있게 본 것은 1부에서 주로 묘사한머니게임에 관한 것이다.남편 약값을 아껴가며 모은 2000만원을 파생상품 펀드에 투자하여 80%를 날린 어느 시골 할머니 이야기.10년 동안 농사일로 번 돈 4000만원을 단 몇 개월만에주식투자로날린 30대 농부의 이야기.매일 집과 트레이딩 센터를 오고가며 환차익을 노리는 평범한 주부의 이야기.자취방에서 서너개 모니터를 켜놓고 주식옵션거래로 피말리는 사투를 벌이는 어느 노총각의 이야기.그리고, 고시방처럼 꾸려진 트레이딩 방에서 십여명의 개인 전업투자자들이 대박을 꿈꾸며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이야기.우리나라에는 적지 않은 개미투자자들이지금 이 시각에도 서너대의 모니터를 켜놓고 초단위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외환 및 선옵션 거래에 빠져 있다.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그냥 ’적지 않은’이라는 수식어만 붙여 놓았다.아고라 경방이나 다른 카페나 블로그 등에서 애널 못지 않게 훌륭한 내공을 보이는 이들도 여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또한 추측하고 있다. 한국인은 창조성은 부족하지만 이해력은 세계최고라 생각하므로, 그 어려운 파생관련 용어들도 어렵지 않게 익혔을 것이라 판단된다.적지 않은 의사나 전문직 종사자들도 이 머니게임에 빠져 있음도 알고 있다. 사회적 지위상 상당한 우월의식을 지니고 있는 이들에게 돈도 중요하지만, 머리로서 남들을 이겼다는 만족감도 적지 않다고 한다.주식및 파생상품 투자는중독이다.흔히 사람을 중독에 빠지게 만드는 대표적인 유해성 물질은 담배나 알코올이다. 아직도 자랑스런 흡연자로서 단언하건대, 흡연은 기호가 아니라 니코틴 중독증, 즉 ’병’이다. 담배가 해롭다는 것을 알고 금연을 결심하지만, 니코틴이 부족하면 ’항상성’을 요구하는 뇌의 요구에 따라 손은 다시 담배갑을 만지게 되기 때문이다.술도 마찬가지다.또 하나 대표적인 중독이 도박이다.도박에 빠지는 사람의 대표적인 특징이 처음에는 돈을 딴다는 데에 있다. 꾼들이 평범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아주 평범한 ’덫’이 바로 처음에 돈을 따게 만든다는 사실을 자신만 모른다.그리고더 큰금액으로 베팅을 하자는 제안에 아무 꺼리낌없이 오케이 사인을 내린다.점 천에서 100만원을 따는데 한시간이 걸렸다면, 점 만에서 100만원을 잃는데는 10분이 채 걸리지 않을 것이다. ’한 판’이면 된다고 생각하므로, 잃은 돈을 만회하기 위해 더 큰 베팅을 요구하거나 받아들인다. 그리고 어느새 중독이 된다. ’한 판’이면 지금까지 잃은 돈을 다 따고도 벌 수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한 판’이면 지금까지 잃은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한다.주식과 도박…전혀 다르지 않다.단지 합법과 불법의 경계만 있을 뿐임을 모두 알고 있다.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식에 빠지는 것은 도박처럼 다름아닌 처음에 투자하여 수익률이 나오는 경우다. 오히려 처음에 돈을 잃었으면 갑비싼 수업료를 치뤘다고 생각하고 쉽게 빠져 나올 수 있다.그러나 손만 던지면 물고기가 잡히듯이, 대세상승기에 투자하여 수익률이 나올 때 "나는 이 방면에 소질이 있구나" 하고 착각을 하게 된다.또 하나 있을 것이다. 어렵게 일하는 것보다 이게 더 수월하고 효율적(?)이라고 착각을할 때는 진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선옵션에서 개인이 돈을 버는 경우는냉정히 따져서 100명 중에채10명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선옵션은 제로섬게임이라 수수료를 먹는증권회사를 제외하면 외국인이나 기관에게 개인이 당해 낼 수 없다. 선옵션은 변동성이 높을수록 수익률이 높으므로대규모 자본과 헤지능력, 그리고 정보를 가지고 있는 외국인과 기관에 개인이 이길 수가 없다.수익률이 나는 경우시장을 꿰뚫는 자신의 능력이라고 착각하겠지만 아주 가끔씩 찾아오는 운인 경우가 많다.예를 들어보자.어제밤 다우지수가 상승으로 마감하여시초가도 오르고 오늘은 상승할 것이라 베팅할 것이다.그런데 갑자기미국이나 유럽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 정보는 전세계의투자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기관투자가들이 훨씬 빨리 그리고 정확한 정보로 캐치하게 된다.국내 선옵션은그 정보가 캐치되는 순간 변동하게 되고,국내뉴스를 통해 거기에 대응하는 개인은 이미 질 수밖에 없는 게임에 헤맬 수밖에 없다.주식도 마찬가지다.주가는 수급과 수익에 따라 결정되고애널들은 공식적, 비공식적 접촉으로 이러한 정보의 양과 질 모두에서 개인에 비해 압도적이다.주식에 관한 지식이 부족해서 지는 것이 아니라 정보가 부족해서 지는 것이다.다음으로 자본의 규모다. 100억을 쥐고 있는 사람은 1억을 잃어도 크게 불안해하지 않는다. 그러나 1억을 쥐고 있는 개인은 5000만원만 잃어도 불안과 공포심이 몰려온다. 그리고 버텨야 할 시점에 투매를 하게 되고, 그리고 나면 주가는 또 오르기 마련이다.잃는 놈이 있어야벌 수 있다는 사실을 전문트레이더들은 잘 알고 있으며, 어떻게 하면 이들을 요리할 지도 잘 알기 때문이다. 가족과 친척 그리고 지인의 돈을 다 투자하여 한 개인이 머니게임에서 도태되면 또 다른 개인이 조용히 들어와서 잃고 나가고…전업투자자들은거의 예외없이 크게 한 번만 먹으면 이 생활 접겠다고 답할 것이다.중독이기 때문이다. 부동산투자도 마찬가지다.언뜻보면 높은 수익률을 얻었다고 착각할지 모르겠지만,거래비용과 세금, 그리고 기회비용 등을 냉정히 따져보면투기판이 아니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이 나올 수 없다.미국은 10년 이상의 저성장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자본주의 역사 그 어느 곳을 보더라도, 부동산과 금융시장의붕괴는 상당한 기간의 침체를 수반했기 때문이다. 빚은 결국 갚거나 파산해야 끝나고, 과거 빚으로 성장을 끌어올린 나라가 다른 대안을 찾는데는 적지않은 구조적 변화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2000년대 재테크 신드롬, 온 국민이 MoneyGame에 빠졌다는 것인데…한국사회를 진보적으로 설계하는데 가장 큰 난제 중의 하나가 이 현상이다. 적지 않은 국민이 자본시장의 흐름과 하나의 운명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으니 말이다.한국경제를 재편하기 위해서는 ’IMF체제’를 청산해야 한다. 나는 한나라당의 ’잃어버린 10년’ 주장에 형식적으로는 동의한다. 한국경제는 10년 동안 ’IMF시스템’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국민은 IMF시스템을 심판한 것이지 이명박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그래서 요새 ’IMF시스템’과 그들의 변화된 관점과 처방에관심을가지고 있다.그나저나…전업투자자들은 경제활동인구에서 어떻게 분류될까 참 궁금하다.

2 개 댓글

  1. ilssin 2010년 2월 27일 at 8:20 오후 - Reply

    재밌군요… 특히 “잃는 놈이 있어야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전문트레이더들은 잘 알고 있으며, 어떻게 하면 이들을 요리할 지도 잘 알기 때문이다”… 이 대목은 무섭네요…

  2. portoce 2010년 2월 28일 at 11:18 오전 - Reply

    인생은 한판 도박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인생이 도박이라는 말은 거의 대부분 기업가나 사행업에 종사하는 인간들이 많이 떠듭니다. 아주 과장하면준비는 없고 아는게 없다보니 모두 운빨로만 사는거죠.
    한국은 이 도박들이 지나쳐 전문적으로 도박을 하다보니 나라마저 도박국가로 변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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