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군살 빼기’ 위해 남은 과제

By | 2018-07-02T18:40:47+00:00 2010.01.27.|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를 이용하기 위한 대학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신청을 받기 시작한 첫날에만 7000명 이상이 몰려들었다.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대학등록금 마련에 고심하던 학생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알 수 있다.취업후 상환제 실시는 당장의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는 있으나 많은 문제점이 발견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등록금을 인하하는 것이다. 취업후 상환제가 아무리 잘 갖춰진다 해도 지금처럼 등록금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면 어차피 그 부담을 평생 지고가야 할 것은 채무자다. 고액등록금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취업후 상환제 역시 머지않은 미래에 학생들의 뒷덜미를 잡을 것이 뻔하다.취업후 상환제로 누가 이익을 얻는가? “정부가 등록금을 제한하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다.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을 근거로 대고 있다. 우리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누구의 자율성이라는 말은 누구의 이익이라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시장의 자율성, 대학의 자율성, 금융기관의 자율성이라는 표현은 모두 각각의 수익을 보존하거나 극대화시키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취업후 상환제에 관계되는 이해관계자는 학생(부모)-정부(장학재단)-대학-은행의 4자를 들 수 있다. 이 시점에서 각각의 수지타산을 확인해 보자. 먼저, 학생들은 부담을 미래로 이전시킨 것이므로 ‘위험 비용’이 늘어났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정부와 장학재단은 단기적으로는 부담을 지지 않지만 잠재적인 부담을 갖게 되었다. 향후 막대한 대출금의 연체 또는 납부불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대학의 경우에는 현재로서는 손익계산이 불확실하다. 휴학생이 줄어들고 등록금 납부율이 상승함으로써 이익이 기대되지만 사회적 압력으로 등록금 인상 퍼레이드는 잠시 주춤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은행에 주목하자. 이해관계자 중 은행은 가장 행복한 집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출 업무 대행으로 인한 수수료 수입이 기대되고, 등록금 대출채권 파생상품 시장이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대학생 입장에서 본 취업후 상환제 취업후 상환제를 이용할 당사자인 대학생의 입장에서 이 제도의 문제점부터 간략히 살펴보자. ‘신입생은 수능 6등급 이상, 재학생은 B학점 이상’으로 대출 자격기준을 제한한 것 등의 문제도 있지만 여기서는 ‘갚아야 할 빚’의 문제를 중심으로 본다.고등교육의 수혜는 교육이수자인 학생에게만 전적으로 귀속되는 것이 아니다. 교육이 창출하는 사회적 이익이 있으며 이 때문에 의무교육이라는 제도가 발달해 왔다. 교육의 비용을 사회화하는 것은 교육의 수익이 사회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취업후 상환제’는 이러한 철학적 기초가 없기 때문에 현시적 비용과 잠재적 비용을 모두 학생에게 전가시킨다.첫째, 군복무자에게도 비용을 부담시킨다. 취업후 상환제를 이용하는 학생은 대학에 다니는 동안에는 원금과 이자 상환이 유예되기 때문에 당장 돈을 갚아야 한다는 걱정은 덜하다. 그러나 이 기간에도 빌린 돈은 단리의 이자와 함께 빚으로 차곡차곡 쌓인다. 국가적 의무를 다 하기 위해 군 복무 중에도 이자는 계속 쌓인다. 둘째, 사회적 보호를 필요로 하는 계층에도 비용을 부담시킨다. 졸업을 하고나면 빚 상환의 압력이 꼬리처럼 따라다닌다. 4인 가족 최저생계비(09년 기준 연 1592만원) 이상의 소득이 생기면 다음해부터 상환이 시작된다. 전년도 근로소득금액을 기준으로 계산한 의무상환액을 12개월로 나눈 금액이 매월 원천공제되는 시스템이다. 첫 취업으로 최저생계비라는 기준을 약간 초과한 정도의 월급을 받는 채무자는 대신 월 상환액이 적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으나, 이는 오산이다.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최소 부담의무 상환액’을 3만원으로 명시해놨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채무자의 연간 소득액이 1600만원일 경우, 상환기준소득(1592만원)을 뺀 금액에 상환율 20%를 적용하면 1만6000원. 이를 12개월로 나누면 월 상환액은 1333원 정도가 된다. 그러나 채무자는 ‘최소 부담의무 상환액’인 3만원을 무조건 내야 한다.셋째, 금융기관의 자금조달 비용이 모든 학생들에게 전가된다. 취업 후 날이 갈수록 채무자를 옭아매는 것은 높은 이자율이, 그것도 취업 후에는 복리로 계산된다는다 사실이다. 복리란 이자에 이자를 붙이는 것이다. 정부가 제시한 올 1학기 대출금리는 5.7%. 그나마 5.8%였으나 “장학재단 채권에 대한 국가지급보증, 채권발행비 최소화 등으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었다”는 긍지어린 교과부의 홍보와 함께 0.1% 내린 결과다. 그러나 이러한 학자금 대출금리는 정부의 정책금리가 3~4%인데 비해 턱없이 높다. 가령, 취업후 상환제와 같은 시기에 대출을 실시함을 알린 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의 근로자 대학생 학자금 금리는 1~3%였다. 이렇듯 높은 금리는 상환금을 원금의 3~4배로 불리기도 한다. 정부가 제시한 예를 보자. 한 학기 등록금이 400만원인 학생이 4년간 학자금을 대출받을 경우 갚아야 할 원금은 3200만원이 된다. 이 학생이 입학 시점부터 8년 만에 취업해 초임 연봉이 1900만원이라면 대출자는 25년간 9705만원을 갚아야 한다. 초봉이 2500만원이라면 16년간 6884만원을 상환하게 된다. 연봉이 낮은 기업에 취직한 대출자의 경우 거의 평생 빚을 갚아야 하는 것이다. 대출자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결혼할 때 부모님의 경제적 도움으로 주거를 마련한 대출자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주택마련을 위한 대출금도 상환해야 한다. 자녀양육을 위한 생활비나 교육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결국, 낮은 소득계층의 자녀는 학자금 대출을 받아 대학을 나오고, 결혼 시에는 주택마련 대출까지 더해 갚아야 할 빚이 눈덩이처럼 커진다. 그리고 이러한 악순환은 그 다음 세대로 되풀이된다. 그야말로 ‘빚잔치 인생’이 세대를 통해 대물림되는 현실이다. 세대를 통해 대물림 되는 ’빚더미’ 얼마전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2월 졸업을 앞둔 대학생 10명 중 7명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1인당 평균 부채 규모는 1125만원에 달했다. 대부분 학교등록금과 가계 생활비 때문에 진 빚이다. 이렇게 사회 첫발을 ‘빚쟁이’로 내딛은 이들을 기다리는 건 ‘장미빛 미래’가 아니다. 틈틈이 알바를 해가며 ‘스펙’을 쌓고 대학을 졸업해도 원하는 직장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2008년 대졸자의 정규직 취업률은 48%였다(한국대학교육협의회, 2008 대학교육 현황 분석자료집). 나머지 절반은 비정규직에 취업하거나 실업자가 된다는 의미다. 대학 졸업 후 실업자나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을 의미하는 ‘청년실신’이라는 신조어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우리나라는 10명 중 8명 이상이 값비싼 대학에 진학한다. 진학률만 놓고 보면 거의 의무교육 수준이다. 그리고 대학생이 된 8명 중 5명 이상이 빚을 지고 졸업을 한다. 이들 중 절반만 정규직 취업을 하며 나머지는 비정규직이거나 실업자가 된다. 대학졸업자가 가지는 능력을 낭비하고 있는 것이다. 취업후 상환제에 높은 이자율과 복리를 적용하는 것은 이러한 비효율적인 비용에 대한 책임을 국가가 ‘재정의 어려움’을 핑계로 회피하는 것에 불과하다. 과거 한나라당이 ’반값등록금’을 주장하던 때를 생각해보자. 그들은 당시 예산배분의 우선순위만 조정하면 등록금을 위한 재정은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다고 큰소리쳤다. 입장이 바뀌었을 뿐 지금도 상황은 같다. 22조원에 달하는 4대강 예산을 조금만 떼어 고등교육 예산으로 배분했어도 될 일이다.대학교육은 개인 노동력의 질적 향상으로 개인의 소득이 증대하는 사유재의 성격 뿐 아니라, 사회의 생산성과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공공재의 성격도 지닌다. 더욱이 21세기에 접어들어 지식기반사회로 나아가는 지금, 대학의 공공재적 특성은 더욱 부각된다. 그럼에도 정부가 대학에 지원하는 비율은 10.4%(2007년)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대학재정의 3분의 2를 학생이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미완의 성과, 등록금 상한제 현재 각 대학은 2010년 등록금 책정을 앞두고 있다. 서울대를 비롯한 국공립대와 다수의 사립대는 이미 등록금 동결을 선언했다. 정부의 등록금 동결 주문에 압박을 받은 모양이다. 그러나 고려대, 연세대 등 서울 소재의 주요 사립대들은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등록금 동결을 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대부분 글로벌 경쟁력 약화, 건물 신축 등을 그 이유로 든다. 지금까지의 추세로 보면 내년에는 현재 경제위기를 이유로 동결을 선언한 대학들도 등록금을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결국 다시 원점이다. 학부모, 학생, 시민사회단체는 불어날대로 불어난 등록금을 인하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대학의 자율성을 운운하며 재정지원을 기피하는 정부나 학교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예산 부풀리기로 적립금 축적에 여념이 없는 대학은 면피의 구실만 찾았다. 게다가 이번에 실시하는 취업후 상환제는 재학기간 중에는 대출 상환의 압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등록금 인상’에 날개를 달아준 꼴이 될지도 모른다.그런 면에서 이번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등록금 상한제’는 취업후 상환제보다 더욱 주목받아야 할 중대한 성과다. 학부모, 학생, 시민사회단체나 야당 역시 등록금 상한제 실시를 꾸준히 촉구해왔다. 취업후 상환제가 당장의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대출제도라면, 등록금 상한제는 산불을 예방하기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다. 하지만 이 역시 한계는 있다. 여러 단체나 야당은 가계소득이나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해 등록금액 자체의 상한선을 정하는 방식의 등록금 상한제를 주장했다. 고액의 등록금을 현실적으로 낮출 수 있는 방안인 것이다. 그러나 이번 본회의를 통과한 등록금 상한제는 등록금 인상률을 최근 3년간 물가상승률의 1.5배 이내로 한정시키는 방식이다. 물가상승률의 2~3배로 등록금을 인상해온 지금까지의 대학의 관행은 억제할 수 있지만, 인상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과연, 누구를 위한 대학인가? 지난해 독일에서는 6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수십만의 대학생들이 참여한 대규모 ’교육 스트라이크’가 벌어졌다. 그들의 각종 요구사항 중 하나는 등록금 징수 폐지였다. 무상으로 대학교육을 받았던 독일에서 등록금을 징수하기 시작한 것은 3년 전의 일이다. 그 후 독일은 전체 16개 주 가운데 6개 주가 등록금을 징수하고 10개 주는 징수하지 않는다. 절반 이상이 여전히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등록금은 주별로 학기당 300~500유로(약 80만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등록금 징수를 전면 폐지하라”고 주장하고 있다.반면, ’등록금 천만원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이 “정부가 등록금을 제한하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고 공공연히 발언한다.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며 ‘교육 스트라이크’를 벌인 대학생들은 경찰에게 붙들려 간다. 해마다 등록금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지만, 많은 이들은 ‘반값 등록금’은 실현할 수 없다고 고개 젓는다. 하지만 그나마 사립대에 비해 등록금이 저렴한 국공립대의 한해 평균 등록금의 절반은 약 210만원(2009년). 전체 일반대학에서 80% 가까이 비중을 차지하는 사립대의 ‘반값 등록금’은 약 371만원이다. 독일의 등록금 최고액의 2배가 넘는다.대학은 국가의 부족한 고등교육 재정을, 정부는 대학의 자율성을 핑계로 학생들에게 모든 몫을 전가하는 식의 책임회피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대신 사회가 고등교육 비용을 90% 이상 책임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앞서 밝혔듯, 현재의 대학교육은 공공재와 사유재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다. 대학교육의 비용을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하는 이유다. 체중이 과중한 등록금의 군살을 빼는 것. 그것은 어쩌면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사회적으로 합의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할지도 모른다. 독일의 대규모 대학생 시위도 대학교육의 공공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면 일어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직 개선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은 ’불량’이지만, 이번에 통과된 취업후 상환제, 등록금 상한제가 그런 사회적 논의의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최민선 humanelife@saesay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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