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4일 통계청은 내년 11월부터 실업률을 보조해 줄 지표로 “노동 저활용 지표”를 공표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실업상태에 있지만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았던 노동자들’을 반영하는 실업률 통계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정부(통계청)의 공식 실업률 통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금까지의 비판을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실업률 무엇이 문제였나?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13년 10월 현재 우리나라의 공식실업률은 2.8%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가장 실업률이 높은 것은 20대 청년층으로 7.9% 수준이다. 이런 우리나라의 전체 실업률, 청년 실업률은 OECD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체 실업률에 비해 청년실업률이 높기는 하지만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하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실업률만을 놓고 본다면 우리나라는 일을 하고 싶은 사람은 금방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매우 훌륭한 노동시장을 가진 국가이다.하지만 이러한 실업률은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들에 직면해 왔다. 많은 청년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졸업을 미루거나 공무원 시험 등을 준비하고 있으며, 일자리에서 밀려난 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쉬고 있는 중장년층들 또한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40대 1.7%, 50대 1.5%, 60대 1.3%, 일자리를 구하고 있지만 취업이 안 된 중장년층의 비중이 과연 이 정도 밖에 되지 않을까?이처럼 실업률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실상 실업자로 보아야 할 이들의 상당수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현재 통계청은 (1) 조사대상주간에 수입 있는 일을 하지 않았고, (2) 지난 4주간 일자리를 찾아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였던 사람으로서, (3) 일자리가 주어지면 즉시 취업이 가능한 사람만을 취업자로 보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들, 잠시 구직활동을 쉬고 있는 이들, 계속해서 취업이 되지 않아 가사노동을 하며 취업기회를 기다리는 이들의 상당수는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새로운 지표 모두 공개하고 취업자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지표도 마련되어야기존의 실업률과 함께 이들을 반영하는 새로운 실업지표를 만들겠다는 통계청의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지금 계획하고 있는 4단계로 구성된 “노동 저활용 지표”는 그동안 사실상 실업상태에 있지만 실업에 포함되지 않았던 이들을 통계에 포함시킴으로써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현실을 보다 잘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문제는 통계청이 이러한 지표를 모두 발표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 관계자에 따르면, 이런 실업률을 모두 공개했을 때 노동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통계를 잘못 해석할 수 있어 공개범위를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지나친 기우에 불과하다. 오히려 자세한 지표들은 노동시장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정보를 줄 수 있으며 현실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는 측면에서 모두 공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모든 지표가 공개되지 않을 경우 통계청은 정부에 유리한 정보만 선별적으로 발표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또한 이와 같은 실업에 대한 새로운 지표와 함께 취업자에 대한 추가적인 지표를 만드는 노력도 이루어져야 한다. 통계청은 앞으로 ILO의 방식에 따라 1주일에 1시간만 일하는 무급가족종사자도 취업자로 분류하려 하고 있다. ILO가 이와 같이 포괄적인 방식으로 취업자를 분류하는 이유는 취업자 수를 가능한 한 크게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단시간 근로나 일시적 근로, 비공식 근로 등 모든 근로형태를 취업자로 포괄하고 이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취업자들에 대한 정보를 포함하는 6단계의 실업지표를 발표하는 미국과 같이 우리나라도 취약한 취업자에 대한 정보를 포함하는 새로운 지표를 통해 노동시장 현실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데 통계청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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