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를 처음 본 날은 아마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처음 환자를 보면서 은사의 말이 떠올랐다. “의서의 내용을 보면 환자가 생각나야 하고 환자를 보면 의서의 구절이 떠올려야 한다고” 하신 말씀이다. 하지만 임상 첫날 환자에게 전 이런 말을 한 게 기억이 난다. “책에 나오지 않는 환자시네요.”라고 말이다. 고지식한 나로서 그때의 이야기는 지금도 기억이 난다. 물론 곧이곧대로 책에 환자가 나오고 환자가 책에 있는 증상과 병증을 그대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훨씬 나중에 알았지만 그때는 정말로 답답하고 낙담한 게 사실이었다.세상의 모든 교육은 이성과 경험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서양에서는 이성의 능력을 신의 영역과 비유해서 수학의 발달을 가져 왔지만 보통사람들의 경우는 경험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교육의 범위는 즉 경험의 범위라고도 말할 수 있다. 많은 경험은 시간 속에서 제약받는다. 따라서 한정된 시간 속에서 본인의 자유 의지를 가지고 많이 보고 듣고 만지는 경험이 교육의 출발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수학의 영역은 예외라서 경험을 많이 한다고 잘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해서 좋은 의사란 경험을 많이 해야 될 수 있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경험하는 의사야 말로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의서를 많이 읽는다고 좋은 의사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좋은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환자 혹은 세상 사람들에게서 찾아야 한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연륜도 있어야 하고 총명도 해야 하며 사람을 위하는 마음이 전제되어야 한다.『동의수세보원』에서 이제마는 사람이 다투는 것은 서로 자기만을 위하는 마음이 서로 충돌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자본주의 사회는 개인을 위주로 발전된 사회이다. 개인의 이익을 위하여 서로가 충돌하는 사회이다 보니 개인의 능력을 중요시 여기는 사회이다. 개인의 이익이 아닌 공생 혹은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은 매우 어렵다. 어렵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이타적인 마음 협동하는 마음 신뢰하는 마음을 초심대로 유지하는 것만이 좋은 의사가 될 수 있음이다. 의사는 환자에게 배우고 환자는 의사에게 존경의 마음을 갖는 관계가 그리울 뿐이다. 아주 오래된 옛날에는 바로 그러하였는데 근대식 교육으로 바뀐 이후에는 사람의 마음이 아닌 의사 능력의 전수만 이뤄지고 있는 게 아쉬울 뿐이다. 좋은 의사가 되고 싶다면 많은 사람들로부터 배워야 한다. 배우는 자세야말로 좋은 의사의 첫 번째 덕목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경진 새사연 이사장은 구리에서 정경진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의사입니다. 진료 현장 속에서 경험한 부분과 상념을 토대로 개인의 건강뿐 아니라 사회적 안녕상태를 위하여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칼럼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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