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경제의 핵심은 공동체의 자발적 참여25일 취임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부강한 대한민국’, ‘경제부흥’, ‘제 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이런 목표들이 누군가에게는 온 국민이 단합하여 ‘잘 살아보세’를 외쳤던 196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감동의 언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국가주도의 억압적 획일적 경제성장을 떠올리게 하여 우려스럽다. 이런 우려는 취임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사회적 경제를 ‘두 번째 새마을 운동’으로 만들겠다고 언급한데서도 느낄 수 있었다. 14일 안상훈 고용복지분과 인수위원이 간사단 회의에서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 자활 기업, 마을 기업 등 공동체적인 경제 주체들을 활성화시키는 두 번째 새마을 운동을 제안하려고 한다”고 말한 것이다. 사회적 경제를 새마을 운동으로 만들겠다니! 물론 새마을 운동의 정신이 ‘근면, 자조, 협동’이라는 점에서는 사회적 경제와 잘 맞을 수 있다. 하지만 19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해 이루어졌던 새마을 운동은 국가주도, 관주도의 사업이었다는 점에서 사회적 경제와 전혀 맞지 않는다. 과거 새마을 운동은 의사결정 구조에서 농민들의 의견이 거의 배제되었다. 조직 구성에서부터 새마을 운동중앙협의회를 정점으로 도-군-면-리에 이르는 하부 조직체계가 있고, 각각 도지사, 시장이나 군수, 읍면장이 의장을 맡는 수직적 체제였다. 농민들의 참여는 대개 최하위 단위인 마을 개발위원회에 한정되었다고 한다. 또한 정부가 정한 목표치를 반드시 달성해야 했고, 이를 위해 공무원들이 마을마다 파견되어 군대식으로 사업을 추진했다고 한다. 새마을 운동하듯이 했다가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사회적 기업이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 방안의 하나로 사회적 기업을 도입하면서, 장기적으로 성장 환경을 만들어주기 보다는 1~2년이라는 단기의 인건비나 사업비 직접 지원에 집중했다. 창업 수와 일자리 수 늘리기라는 당장의 성과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기 자금 지원이 끊기는 순간 많은 사회적 기업들의 존속이 불가능해졌다. 이 때문에 정부의 사회적 기업 담당기관에서 사회적 기업들에게 비정규직 형태로 노동자를 고용할 것을 권장하는 사례도 있었다. 새마을 운동보다는 샹티에가 더 적절한 모델 공동체 구성원들이 스스로의 욕구를 파악하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사회적 경제이다. 때문에 공동체마다 제 사정에 맞는 각기 다른 목표와 실현 방법이 필요하다. 또한 이렇게 다양한 목표와 방법을 평가하고 측정하는 방식도 일반적인 경제와는 달라야 한다. 여기서 정부의 역할은 필요한 교육, 연구, 사업서비스, 기금과 같이 사회적 경제 조직들에게 필요한 주변 자원을 지원하는 것이어야 하며, 관련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민간 주체들과 함께해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캐나다 퀘벡의 샹티에(Chantier)이다. 샹티에는 퀘벡의 지방정부와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사회적경제협의체로 1997년 만들어졌으며, 민관의 적절한 협치를 통해 퀘벡 사회적 경제가 성공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꼽힌다. 2005년 샹티에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적 경제 정책 수립 지침을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정책 수립은 ‘사회적 경제’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해 종합적이고도 명확한 이해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공동체에 기반한 발전과 공동체의 능력 향상을 지원하는 방향의 장기적 계획이어야 하고, 구체적 정책은 도시와 시골 등 공동체의 현실을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제 막 시작된 국내 사회적 경제를 위해서, 새 정부에게 새마을 운동보다는 샹티에를 참고할 것을 추천한다. *새마을 운동에 대한 평가는 <이용기, 2012, ‘유신이념의 실천도장’, 1970년대 새마을운동, 내일을여는역사>를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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