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우리나라는 대통령 선거와 총선 모두 투표율이 급격하게 추락해왔다. 시민들의 6월 항쟁으로 직선제가 부활된 후 치러진 첫 대선인 1987년에서 89.2%의 투표율을 보인 이후, 92년 대선에서 81.9%, 97년에는 80.7%, 그리고 2002년에 70.8%, 2007년에는 63%까지 계속 투표 참여율이 급락했던 것이다. 그런데 혹시 이러한 ‘정치 이탈 현상’이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고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추세라면 굳이 우리가 투표율이 떨어진다고 조급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만약 모두 그러하다면. 그러면 다른 나라는 어떤지 직접 알아보기로 하자. 쉽게 비교하기 위해서 대통령 선거 제도가 있는 나라만을 대상으로, 그 중에서도 올해 2012년 대선을 치룬 나라들을 뽑아서 비교를 해보자. 올해 대선이 참 많았다. 1월에 대만 총통선거, 3월에 러시아 대통령 선거, 5월에 프랑스 대통령 선거, 7월에 멕시코 대통령 선거, 그리고 11월에 미국 대선, 12월에 한국대선이 기다리고 있다. 우선 이웃나라 대만이 올해 1월에 총통선거를 치렀다. 투표율은 74.4%였다. 대만 총통선거 투표율은 지난 5번 동안 74~83%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는데 크게 편차가 없다. 우리처럼 급락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는 뜻이다. 10년 전만 해도 투표율이 비슷했지만, 정치 참여도에서 대만이 지금 시점에서는 우리 보다 훨씬 선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 정치수준이 멕시코와 러시아 수준으로 추락한 것인가? 늘 우리와 비교되는, (그러나 비교당하고 싶지 않은) 멕시코를 보자. 멕시코도 올해 7월에 대선이 있었다. 물론 평균적으로 우리보다 투표율이 훨씬 낮다. 그러나 지난 선거와 이번선거 연속적으로 심각한 부정선거에 휘말리고 있을 정도로 정치적으로는 후진적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우리와 비교하는 것이 맞지 않다. 다만 멕시코조차도 평균 투표율이 낮을지언정 체계적으로 투표율 저하현상은 없다는 것이다. 위의 그림에는 없지만 러시아도 올해 3월 대선이 있었다. 투표율은 65%로 지난 우리 대선과 비슷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지난 5번의 대선이 모두 60%대 수준에서 맴돌았다. 역시 체계적인 하락 현상은 없었다. 결국 우리 대선 투표율이 지금 멕시코와 러시아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얘기다. 곧 우리 정치 수준도 멕시코와 러시아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하면 너무 심한 얘긴가? 마지막으로 올해 5월에 치러진 프랑스 대선을 보자. 알려진 것처럼 이번 대선에서 80.4%라는 높은 투표율을 보였는데, 위의 그래프를 살펴보면 지난 5번의 대선이 모두 80%대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정치 선진국의 모습이 이래야 하지 않을까? 참고로 위의 그래프에는 없지만 조만간 치러질 미국 대선은 어떨까. 미국도 지난 2008년에 70.3%로 다소 저조했던 것을 제외하면 지난 수십 년 동안 선거에서 대체로 80~90%의 투표율을 유지하고 있다. 체계적인 투표참여 하락 현상은 없다는 얘기다. 자 그럼 투표율 추이 국제 비교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국민들의 민주주의와 정치행위 가운데 가장 중요한 대통령 선거 투표 참여율이 25년째 계속 추락하고 있는데도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말할 수 있는가? 여야 정당들과 국회는 투표율 추락을 반전시키지 않고 도대체 어떤 정치혁신을 주장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투표율 급락 사태를 목도하고도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심각한 직무유기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투표율을 올릴 수 있는 가장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이 바로 투표 시간을 연장하는 것이다. 투표 참여를 높이는 것이 가장 기초적인 정치혁신이다. 각 정당과 국회는 정치혁신의 기본을 보여주어야 한다.“18대 대통령선거, 저녁 9시까지 투표시간 연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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