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2일 200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 교수가 췌장암으로 타계했다. 오스트롬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유일한 여성 학자였으며, 경제학자가 아니라 정치학자였다. 그는 ‘공유자원의 비극’으로 알려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다시 말해 어떻게 인간의 이기심을 극복하고 상호 협동할 수 있을지를 연구해왔다. 공유자원의 비극은 1968년 미국의 생물학자 하딘(Hardin)의 논문에서 비롯된 개념으로, 지하자원이나 공기 등과 같이 공동체가 함께 사용하는 공유자원의 경우 과도한 소비로 인해 파괴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왜냐하면 이런 공유자원은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딘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첫째, 국가에 의한 규제와 둘째, 소유권 분할을 통한 사적 관리를 제시했다. 하지만 실제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수많은 공유자원들이 파괴되지 않고 보존되어왔다. 오스트롬은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는지를 연구했다. 전 역사와 전 세계 속에서 공유자원을 보유하고 보존해온 다양한 공동체를 조사했다. 그 결과 정부나 국가에 의한 규제보다는 공유자원 문제의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공동체의 구성원들끼리 자발적인 규제와 협동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해법임을 찾아냈다. 이는 인간이 어떻게 이기심을 극복하고 협동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이어져 정치학, 행정학, 경제학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오스트롬 교수는 지난해 췌장암에 걸린 사실을 알고도 연구를 위해 멕시코를 방문했으며, 논문 발표를 계속했다. 그가 타계한 날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는 다음 날 열릴 유엔 지속가능발전정상회의에 대한 그의 글이 실렸다. 아마도 그가 공식적으로 남긴 마지막 글일 것이다. 역시나 그는 다양한 지역적 공동체들의 각성과 협동을 통해서 지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풀뿌리에서 시작되는 녹색혁명(Green form the Grassroots)2012년 6월 12일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 유엔 지속가능발전정상회의, Rio+20(리오 회의 이후 20년)에는 수많은 의제들이 걸려 있다. 이 중 많은 문제들이 지구를 보호하기 위해 시급한 대책이다. 많은 이들은 생태계를 보호하고, 지구상에 발생하는 인도주의적 위기를 예방하기 위해 하나의 국제 협약을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Rio+20이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심각한 재앙이다. 하지만 하나의 국제 협약에만 매달리는 것 역시 심각한 실수가 될 수 있다. 공유자원은 우리 삶에 필요한 환경을 제공하는 바다, 대기, 숲, 물길은 물론이며 매우 다양한 생명체와 70억 인구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단 하나의 국제 협약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전 세계가 연결된 엄청난 규모의 문제이다. 우리는 이를 해결할 수 없다. 누구도 무엇을 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이 상황에 빠르게 진화하고 적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지난 수십 년 간의 연구는 도시적, 국가적 그리고 국제적 수준에서 다양하게 중첩되는 정책들이 단 하나의 정책, 단 하나의 협약보다 더 성공적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는 정책을 고민하는 발전된 관점으로서 하나 이상의 정책이 실패했을 때 중요한 안전망이 되어준다.좋은 소식은 이 같은 발전된 정책 만들기가 이미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적, 국제적 차원에서 온실가스를 막기 위한 효과적인 법이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점점 더 많은 도시 지도자들이 그들의 시민과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니며, 앞으로 더 많이 일어날 것이다. 대부분의 큰 도시들은 해안가나 강가, 혹은 취약한 삼각지에 위치해 있다. 이 도시들은 앞으로 몇 십년 안에 해수면 상승이나 홍수 등에 직면할 것이다. 이에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70%를 이 도시들이 줄여간다면, 상황은 나아질 수 있다.현재 미국 연방정부에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온실가스 배출 감소를 요구하거나 장려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하지만 작년 5월 미국의 30개 주에서는 자체적으로 기후변화 대책을 만들었. 900개 이상의 도시에서도 미국 기후 보호 협약에 서명했다. 환경 정책 결정에 있어서 풀뿌리 조직의 다양성은 경제적 논리에도 부합한다. “지속가능한 도시”는 창조적이고 높은 교육을 받은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그들은 환경오염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삶에 적합한 근대적 도시 환경을 원하기 때문이다. 미래의 경제성장은 여기에 달려있다. 휴대폰의 성능이 개선되면 사람들이 오래된 모델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사는 것처럼, 일단 사람들이 지속가능한 도시를 통해 이득을 보게 되면 오래된 모델은 순식간에 잊혀질 것이다.물론 진정한 지속가능성은 환경오염을 예방하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도시의 개발을 담당하는 사람들은 지방자치제의 한계를 넘어야 하며, 에너지, 음식, 물, 사람과 같이 도시로 들어오고 나가는 자원의 흐름을 분석해야 한다. 세계는 다양한 도시의 집합이며, 이들의 상호작용은 지구 전체의 생태계에 광범위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도시들은 서로 배우면서 좋은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잘못된 것은 고쳐나갈 것이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환경오염을 완화시키는데 수십 년이 걸렸다. 그러나 베이징의 경우는 빠르게 시스템을 전환하고 있다. 다가오는 몇 십 년 안에 우리는 서로 연결된 지속가능한 도시로 이루어진 세계를 보게 될 것이다. 성공한다면, 모든 사람이 따르게 될 것이다.기본적으로 구조적으로 위기를 조정하고, 상호연결된 복잡한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공유자원 문제의 성공적 해결을 위한 적절한 대책이다. 그것이 온실가스 배출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은 미약하더라도 말이다. Rio+20회의는 매우 결정적이고, 말할 수 없이 중요한 회의이다. 20년 동안 지속가능한 발전은 추구해야 할 이상적인 목표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열린 ‘위기에 처한 지구(Planet Under Pressure)’라는 대규모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지구 선언(Planet Declaration)의 첫 번째 단계는 지속가능성이 미래 발전을 위한 선결조건임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전 세계적 지속가능성은 지역의 지속가능성과 국가의 지속가능성이 보장되고 결합될 때 가능하다. 이런 생각이 국가 경제의 기본이자 우리 사회의 조직 구성원리가 되어야 한다.이제 우리의 목표는 세계적으로 연결된 사회적 DNA 를 기반으로 지속가능성을 만들어 가는 것이 되어야 한다. 시간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부족한 자원이다. Rio+20회의는 세계를 깨워야 한다. 우리는 전 세계적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구가 감당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불평등을 해소하는 동시에 에너지, 음식, 사회안전망, 공중위생, 도시계획, 빈곤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전 세계적 문제를 다루는 방법 중 하나로 UN의 새천년개발목표(Millennium Development Goals)와 같은 것을 세우는 방식이 있지만, 이런 방식은 계속 실패하고 있다. 이 계획들은 2015년까지 이루어지지 못하겠지만, 우리는 경험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관성을 극복하게 해줄 것이다. 모든 주, 도시, 조직, 기업, 사람들이 목표 수립에 함께해야 한다. 목표 달성을 위해 곳곳에서 개발되고 있는 다양하고, 중첩적으로 연결된 정책들이 어떻게 실행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시간이 더 지나면 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많은 비용이 들 것이다. 적어도 10년 안에 대책을 찾아야 한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우리는 생태계에 되돌릴 수 없는 치명적 위기를 가져오고 말 것이다.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미래 세대의 삶이 위협당하지 않도록 환경 위기에 대한 지구적 책임감을 갖는 것이다. ▶ 원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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