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주의는 경제영역에서도 이해당사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내서 공동의 이익을 달성하는 것이다. 또한 경제민주주의는 시장에서 벌어지는 양극화를 시정해서 우리 국민들이 합의한 보편복지를 지속가능하도록 만든다.주류경제학은 주주(투자자)를 제외한 다른 이해당사자들이 노력과 보상에 대한 계약을 맺었으므로 잉여(또는 잔여·residual)에 대한 아무런 권한도 없고, 따라서 그들은 투자자(또는 그 대리인인 경영자)의 지휘·통제에 따라야 한다고 믿는다. 또한 그럴 때만 이윤 극대화라는 기업의 목표가 확실해져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우리 주위는 이런 믿음과 실천으로 가득차 있다.하지만 ‘착한 경제학’은 시장이론의 차원에서 보자면 계약의 불완전성(모든 상황을 미리 낱낱이 계약서에 반영할 수도 없으며 완벽한 감시와 처벌도 불가능하다) 때문에, 더 근본적으로는 인간의 상호성 때문에 기업에서도 이해당사자의 목소리가 반영되어야 더 높은 효율을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주간경향 968호 참조). 따라서 이해당사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거나(voice), 정 안 되면 회사나 하청관계에서 빠져나갈 수 있도록(exit) 힘을 부여하는 것이 경제민주주의의 핵심 과제가 된다.노동조합은 자본주의적 기업 안에서 그런 역할을 하는 조직이다. 노동조합의 네트워크인 산별노조나 전국노조는 일부 유럽의 경우 노동자 정당으로 발전해서 복지국가의 형성에 결정적으로 기여하였다. 즉 전국적 노조와 정당은 경제민주주의를 달성하는 유력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민주노총의 조직률이 5% 수준에 머물고 그들이 지지하는 진보당이 자중지란에 빠진 현실은 한국 경제민주화의 앞날이 매우 어둡다는 것을 뜻한다.한편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협동조합은 기업 바깥에서 시작되었으며(소비자 협동조합), 그것이 생산자 조합과 금융부문 조합(협동조합 전문 은행이나 보험 등)으로 발전하여 스페인 몬드라곤이나 이탈리아의 에밀리아 로마냐, 캐나다의 노바 스코티스 등에서는 전국적 네트워크가 형성되었다. 말하자면 협동조합을 포함한 사회적 경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바깥에 존재하는 경제민주주의의 보루라고 할 수 있다. 협동조합은 1원(1주) 1표가 아닌 1인 1표의 원칙에 의해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경제민주주의를 처음부터 내장하고 있는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사회적 경제 역시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디뎠을 뿐이다.노동조합은 시장경제에서, 그리고 협동조합은 사회적 경제에서 경제민주주의를 실현할 핵심 주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들이 아직 미약하니 한국에서 경제민주주의는 그저 먼 미래의 꿈에 불과한 것일까?그렇지 않다. 우리는 이미 수십년간의 피와 땀을 통해서 정치적 민주주의를 일정하게 달성했다. 정치적 민주주의는 그 자체로 경제민주주의의 토대이다. 이 연재에서 여러 번 강조했듯이 무임승차자에 대한 응징과 구성원 간의 소통이야말로 협동을 이루는 지름길이다. 민주주의가 곧 소통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명박 정부를 통해 절절하게 깨달았다. 또 민주주의사회에서 선거는 아무리 미흡하다 할지라도 강력한 응징 수단이다.그런 면에서 이번 선거를 앞두고 금속노조 등 노동단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새사연 등 학술단체가 모여서 가칭 ‘경제민주화를 위한 재벌개혁 시민연대’를 만들고 있는 것은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이제 본격적으로 전개될 경제민주화 운동은 기존의 노동운동이나 협동조합운동이 한 단계 도약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시민복지운동, 그리고 경제민주화운동은 우리 아이들을 행복으로 이끄는 두 날개다. 몸통 격인 민주당과 진보당이 정신만 차린다면 시민연대는 힘차게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이다.이 글은 주간경향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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