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이 임박했다. 선택의 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 우리뿐 아니라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도 11월 대선을 향한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민주당은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분투하고 있고 공화당은 4월 현재 롬니(Mitt Romney) 후보가 독주하면서 사실상 후보로 확정되는 분위기다. 그런데 공화당 롬니 후보는 1984~1994년 베인캐피탈(Bain Capital)이라는 사모펀드를 운영하여 거액의 자산을 축적했지만, 그의 15%도 안 되는 세금밖에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롬니 후보의 이런 전력과 맞물리면서 미국 선거전에서는 부자 증세와 감세 논쟁이 치열한 쟁점이 되고 있다. 오바마는 버핏세라고 불리는 부자 증세안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고 롬니는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클린턴 정부시절 노동부장관을 역임했던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는 소득 불평등 완화와 부자증세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인물이다. 국내에 출판된 저서로는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가 있으며, 새사연에서도 몇 번 소개한 바가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롬니 후보의 감세안을 강력히 비판하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로 주목받고 있는 중이다. 아래 번역 요약한 글은 로버트 라이시가 본인의 웹사이트(robertreich.org)에 올린 것이다. 우화의 형식을 빌어 롬니 후보의 감세안을 비판하고 미국 시민들의 현명한 선택을 촉구하고있는 글인데,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어 소개한다.우리의 총선과 대선에서 로버트 라이시와 같은 주장을 할 학자는 누가 될 수 있을까?세기의 우화(The Fable of the Century)2012년 4월 5일로버트 라이시(Robert Reich)경제적 이익을 최상층 부자들이 모두 가져가는 국가를 상상해보자. 그들은 국가의 총소득과 부의 대부분을 축적해놓는 반면 중산층의 구매력은 떨어져서 경제성장을 유지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대부분의 중산층 임금은 계속 하락할 것이고, 중산층이 가진 거의 유일한 자산인 주택가격 역시 하락한다.최상층 부자들은 그들의 거대한 재산 중 일부를 떼어서, 주기적으로 정치인들에게 뇌물로 바친다. 세금을 깎아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그 결과 중요한 공공투자 재원은 없어진다. 없어진 공공투자 재원은 학교나 도로, 노인과 빈민을 위한 의료 안전망 등에 쓰였던 것으로, 대부분 중산층을 위한 것이었다.부자들의 최상위에 금융가들이 있다. 이들은 모든 경제 주체들을 압도하는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어서 주식시장이라는 카지노에서 잘못 투자를 해서 돈을 날리게 되어도, 납세자들의 세금으로 구제금융을 받는다. 이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제한하려고 만든 규제들까지도 없애버릴 수 있다. 금융가들은 주식시장에서 막대한 지분을 가지고 그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다. 때문에 금융가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주식 가치를 끌어올리며 더 부유해지기 위해서 어떠한 일이라도 한다. 수백만 명의 노동자들을 강제로 해고하고 다른 수백만 명의 임금이나 이익은 삭감시킬 수 있는 그런 힘이 있다.그 금융가들의 최상위에는 사모펀드 매니저들이 있다. 사모펀드는 기업을 인수해서 이익을 쥐어짜고 두툼한 수익을 남긴 후 그 기업을 다시 되팔아 버린다. 인수한 기업에 빚 부담을 잔뜩 안기거나 직원들을 대거 해고하는 방법을 사용하면 된다. 사모펀드 매너저들은 위험한 투자에 자기들 돈을 쓰는 것이 아니다. 단지 인수할 기업을 투자자들에게 구경시켜주기만 한다. 그런데도 두툼한 수익이 생기면 20%를 챙겨간다. 그들의 엄청난 수입은 조세제도 상의 허점 때문에 자본소득으로 취급되어 15%의 소득세밖에 물지 않는다. 사모펀드 매니저들이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열심히 준 덕분이다. 이들은 단 한 푼도 자기 돈을 투자한 것이 없고 따라서 단 10센트의 위험을 감수한 것도 없었는데도 말이다.마지막으로 대선을 상상해보자. 공화당이라고 불리는 어떤 정당은 대통령 후보로 사모펀드 매니저를 지명했는데, 그는 1년에 2천만 달러가 넘는 돈을 긁어모으는데도 중산층보다 낮은 세율인 13.9%의 세금을 냈다.점점 억지스럽게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화라는 점을 감안해주기를 바란다. 이 정당과 대통령 후보는 백만장자들이 한해에 추가적으로 15만 달러를 절약할 수 있는 부자감세를 계획하고 있다. 그들은 공공의료(노인과 저소득층을 위한 의료보험인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교육, 직업 훈련, 무료급식, 어린이 영양 등 중산층과 빈곤층이 의지하고 있는 모든 것에 들어가는 재원을 삭감할 계획이다.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우화에는 두 가지 결말이 있다. 어떻게 끝날지는 당신이 선택해야 한다. 한 가지 경우는 이 사모펀드 매니저 후보가 월가 카지노와 대기업 경영자들을 모두 끌어들여 그들에게 여러분의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나 선거자금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 후보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부자들에게 과세를 하지 말자”, “기업에게 과세하면 해외로 빠져 나간다”, “정부는 우리의 적이다”, “다른 정당(민주당)은 미국을 사회주의국가로 바꾸려고 한다” 는 식의 엄청난 거짓말 광고를 지속적으로 반복하는데 거액의 선거자금을 쏟아 부을 것이다.엄청난 거짓말을 반복적으로 듣게 되면 진실처럼 들리기 되고, 시민들은 공화당과 사모펀드 매니저 후보를 믿게 되고, 그들에게 투표를 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들의 국가는 금권정치(plutocracy)가 장악할 것이다.그러나 다른 결말도 있다. 이 경우에는 사모펀드 매니저의 입후보와 그들이 거짓말을 팔기 위해 사용한 자금들이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경제와 민주주의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시민들이 깨닫고, 이 모든 것을 되돌리려는 시민운동이 폭발하게 되는 것이다. 시민들은 사모펀드 매니저와 그가 기반하고 있는 모든 것들, 그리고 그를 후보로 지명한 정당을 거부한다. 시민들은 모두를 위해 작동하는 경제, 모두에게 책임을 지는 민주주의를 재창조하기 시작한다. 물론 그냥 우화다. 그러나 결말은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원문 보러가기
70년대 잘나가던 건설업 사장 출신을 대통령에 올린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지금같이 금융위기여파가 아직 끝을 모르고 파장을 일으키는 시점에서, 금융권에서 그것도 금융거품의 중요 주범 가운데 하나인 바이아웃 사모펀드 출신 롬니를 대통령 후보로 올리는 미국도 참 대단하다…..미국이 대단한게 아니라 공화당이 대단한건가?
그나저나 우리나라도 ‘부자증세, 재벌증세’ 얘기가 정책공약에서 충분히 나와야 하는데 이번 총선에서는 거의 없네요. 대선 앞두고는 좀 다를까요? 관련해서 언론들도 좀 답답해요. 각종 복지공약이 재원마련 방안이 부족하다고 비판하면서, 그 재원마련 자체인 증세에 대한 소개와 공약비교가 거의 없으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