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두 사람이 있다. 박근혜와 정동영. 2007년 대선에서 이 두 사람은 각각 예선과 본선에서 패배하였다. 그리고 최종 승자는 현 대통령 MB다. 그리고 4년이 지났다. 먼저 정동영을 보자.”저는 신자유주의 본질을 철저히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그 부작용을 대비하기 위한 어떤 구체적 전망과 비전을 갖고 잊지도 못했습니다. 관료 사회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해 어떤 실효성 있는 대안도 내놓지 못했습니다. 한마디로 무지했습니다. 2007년 대선이 끝나고 불과 9개월 만에 터져 나온 미국의 금융위기를 바라보면서 저는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신자유주의가 서서히 침몰하는 거대한 타이타닉호 였다는 사실을…”2010년 8월, 미국의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에 대한 정동영의 ‘반성문’ 내용의 일부이다. 그가 진단한 대로 신자유주의 정책이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된 계기는 1997년 IMF 외환위기다. “IMF가 강제한 금융자유화, 민영화, 규제완화, 노동유연화, 정리해고의 깃발을 들라는 강요”와 신자유주의 본질에 대한 무지가 우리사회에 양극화, 비정규직, 실업의 재앙을 초래하였다.한편, IMF 체제 10년 뒤 한나라당은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손쉽게 정권을 교체하였다. 그들이 당시 내세운 정책기조는 다음과 같다. “기업의 성장과 투자를 저해하는 과도한 규제와 높은 세율을 정비하여 기업하기 좋은 친기업·친시장 정책을 추진할 것입니다. 그리고 법질서를 확립하여 노사관계를 안정시키고 사회갈등 구조를 해소하는데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공약 자료집에서…)이는 또 다른 정치인, 박근혜의 경제정책 공약인 ‘줄푸세’이고 MB가 그대로 수용하여 가열차게 추진하였다. 결과는 어떠한가? 그렇게 비난하던 참여정부 5년에 비해 성장률은 1.25%p 떨어지고, 물가는 0.67%p 상승하였다. 연평균 투자증가율은 3.2%에서 0.4%로, 내수증가율은 3%에서 1.4%로 떨어졌다. 5년 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나 10년 내 세계 7대 경제강국에 진입하겠다는 야심찬 비전도 한낱 공수표에 불과하였다.지난 4년 동안 박근혜가 줄푸세나 MB노믹스에 대해서 반성하고 새로운 경제정책기조를 제시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다만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변명만 있을 뿐이다.”당시는 경기가 너무 침체돼 있었기 때문에 경기부양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 ‘줄’(감세)을 내세웠던 것이고, 지금은 양극화가 심하기 때문에 이 간격을 좁히는 게 중요하다. 그 시대 상황마다 필요한 게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 (오마이뉴스, 2012/3/14)박근혜가 줄푸세를 내세웠을 시점인 참여정부 말기에는 5%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지금보다 경기가 나았으며, 양극화 지표는 이미 그 당시 심각한 수준에 도달하였다. 그녀의 변명에는 국민과 시대의 요구에 상황이 변했다는 이유로 마지못해, ‘생애주기형 맞춤형 복지’를 내세우고 있을 뿐이다. 맞춤형(targeted)복지란 특정계층에만 복지수혜를 지원하는 시혜적이고 잔여적 개념이다. 실상 복지에 대해서도 철학과 비전의 진정성을 찾아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이에 비해 정동영은 신자유주의 본질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통해 ‘담대한 진보’의 핵심인 ‘역동적 복지국가의 건설’을 국가모델로 제시하였다.”역동적 복지국가는 부의 재분배를 넘어 적극적으로 부를 창출하는 역동적이고 창조적인 복지국가입니다. 고용, 주거, 교육, 의료, 노후 등 삶의 전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적 경제인권을 보장하고 이를 근거로 경제의 역동성까지 확보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제가 역동적 복지국가 모델의 성공을 확신하는 이유는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최고의 자산이 ‘사람’이기 때문입니다.”그리고 용산참사,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4대강, 한미FTA, 강정마을 등 그를 필요로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 청년 실업자, 농민…”들의 현장에 그는 항상 맨 앞에 서 있었다. ‘사람’을 최고의 자산으로 여기며 실천하는 정치인 정동영, ‘사람’을 선거의 도구로만 여기며 성찰 없는 정치인 박근혜. 2012년 우리는 두 번의 선거를 통해 그 둘의 행보를 기억하고 주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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