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학들의 기고 전문사이트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에 실린 “곤경에 처한 미국(The Straits of America)”이라는 제목의 글을 소개한다. 글을 쓴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는 경제분석기관 ‘루비니 글로벌 이코노믹스(RGE, Roubini Global Economics)’의 회장이며 뉴욕대학교 스턴스쿨(Stern School) 교수이다. 아래 글에서는 최근 몇 가지 거시경제 지표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올해 미국 경제가 살아나기 어려운 이유를 꼽고 있다. 크게 소비 감소, 수출 부진, 정부 정책 부재, 외부 요인으로 나누어 살펴보고 있다. 우선 소비 감소에 대해서는 임금이 하락하고, 일자리 창출이 필요한 만큼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실질적으로는 소득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았다. 또한 투자가 늘지 않을 것이고, 주택 가격의 하락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 그리고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도 원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소득 불평등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경기침체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수출에 있어서는 원래도 막대한 무역적자를 안고 있던 상황에서 환율 문제와 전반적 세계 경제 침체, 원유 가격 상승으로 인해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책적 대응 역시 어려운데 우선 올해 대선이 있다는 점에서 재정적자를 무릅쓰면서까지 경기부양을 하기 힘들다는 판단이다. 연준의 양적완화 역시 유동성을 확대하는데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유럽 위기와 중동, 북한, 중국과의 정치적 관계 등에 의한 외부요인이 경제 주체들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경제 주체들이 위축되어 경기 침체가 지속될수록 그들이 피하고자 하는 위기를 불러올 뿐이라며 경고했다.곤경에 처한 미국(The Straits of America)2012년 1월 12일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지난 몇 달 간 미국의 거시경제 지표는 기대보다 좋았다. 하지만 2012년에도 미국의 경제는 여전히 침체할 것이다. 왜 그럴까? 우선 미국의 소비자들은 소득, 자산, 부채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금은 하락하고 있으며, 그나마 세금감면혜택과 이전지출(정부의 사회보장기금 같은 것)에 의해 가처분 소득이 미약하게 증가했을 뿐이다. 하지만 세금혜택과 이전지출로 인한 소득 보전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게다가 일자리 증가 속도가 너무 느리다. 실업률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고정적으로 최소 매달 15만 개의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또한 소비 성향이 높은 사람들(노동자와 저소득층)보다 저축 성향이 높은 사람들(기업과 고소득층)에게 소득 분배가 집중되는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요인들은 모두 소비가 늘어나는 것을 방해한다. 투자도 늘지 않을 것이다. 2012년의 전망이 암울한 가운데 세금감면혜택이 종료되고, 기업은 꼬리위험(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발생시 미치는 영향이 큰 사건)에 몸을 사리고 있으며, 최종 수요는 여전히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대부분의 투자도 노동 절약형 기술을 도입하는데 사용될 것이기 때문에 일자리 창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주택산업은 침체된 지 6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혼수상태이다. 새 집에 대한 수요가 80%나 감소했으나 주택 공급은 수요를 넘어서면서 주택 가격은 계속 떨어질 것이다. 주택을 모기지로 저당 잡힌 이들의 40%(약 2천만 명)는 주택가격 하락으로 빚을 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소비자 심리가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내 수요의 증가가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이 잠재 성장률을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막대한 무역 적자를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다음의 이유들 때문에 2012년에도 수출은 성장의 장애물이 될 것 같다. – 달러 가치가 더 약화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유로는 계속해서 통화가치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고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들도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연준)의 추가 “양적 완화”를 따라할 것이다. 또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은 급격한 통화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공격적으로 개입할 것이다. – 선진국과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이 모두 낮은 경제 성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수출을 늘릴 수 있는 곳이 없다. – 지정학적 위기로 인해 원유 가격이 여전히 높을 것이다. 미국 정부가 정책을 통해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 2012년에는 재정 문제가 크게 부각될 것이며, 11월 대통령 선거로 인한 정치의 공백이 장기 재정 문제를 해결하는데 방해가 될 것이다. 미국 경제가 계속 침체한다면 연준은 다시 한 번 양적 완화를 시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연준은 정치적 한계에 직면할 것이고,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미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내에는 양적 완화를 반대하는 주장도 있다. 그리고 통화정책이 반드시 유동성을 증가시키는 것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아직 부채청산(디레버리징, Deleveraging)의 초기 단계에 있다는 것이다. 부채에 의해서 일어난 침체는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릴 것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투자자, 기업, 소비자를 지나치게 조심스럽게 만드는 꼬리위험이 있다. 바로 부채가 쌓여 있고 최악의 경우에는 부채가 터질 수도 있는 유로존, 미국 대선 결과, 아랍의 봄과 같은 지정학적 위기,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불안정, 북한의 성공, 중국의 지도자 교체, 세계 경제 침체 등이 그것이다. 이 크고 작은 위험 속에서 기업, 소비자, 투자자들은 경제 활동을 잘 하지 않게 된다. 문제는 사람들이 좋은 시기를 기다리며 경제 활동을 줄이는 것이 결국은 모두가 피하고 싶었던 위기를 더욱 앞당길 뿐이라는 것이다.▶ 원문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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