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쩔쩔매게 만든 Euro Puzzle- 통화주권을 포기한 처절한 대가- 국채시장 붕괴의 배경에는 경상수지 적자가 있다.[본문]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를 쩔쩔매게 만든 Euro Puzzle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 7월 14일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컬럼에서 유럽위기의 퍼즐은 자신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라고 밝히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일본과 이탈리아의 국채금리에서 큰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현재 일본의 10년 국채금리는 1.09%인데 비해, 이탈리아는 5.76%에 달한다. 실제 나는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풀어야 할 중요한 퍼즐이다.” 지금 남유럽 위기는 재정위기라고 말하고 있지만 표현되는 방식은 국채시장의 금리가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뛰어오르면서 나타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남유럽 이탈리아나 일본이나 고령화 문제와 높은 정부부채 문제 등 두 나라가 겪고 있는 상황은 유사하다. 더욱이 일본은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200%가 넘지만 이탈리아는 그 절반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시장의 압력에 총리가 사임할 정도로 이탈리아의 금융 상황은 심각하다. 마찬가지로 영국의 재정적자 문제는 스페인보다 훨씬 심각하다. 하지만 영국의 국채금리는 2% 미만이지만 스페인은 이미 6%를 넘어섰다. 그리고 스페인 또한 정권이 교체되었다. 왜 그런 것일까. 노벨경제학상의 권위가 무색하게 크루그먼은 4개월이 지난 11월이 되어서야 퍼즐을 풀어낸다.“유로화에 가입함으로써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실제로 다른 나라의 통화로 차입해야 하는 제3세계 국가와 동일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특히 유로지역 국가들은 금융시장에 위기상황이 발생해도 자신의 통화를 발행할 수 없기 때문에, 국채시장의 자금조달 경로가 붕괴된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무슨 말인가. 이탈리아나 스페인은 유로표시 국채를 발행하고 있지만, 국채금리를 조절하기 위한 통화정책에 개입할 수 없다. 유로화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단일통화인 유로화를 채택함으로써 남유럽 국가들은 통화, 환율, 재정정책을 포기했기 때문에 국채시장에서 심각한 문제를 떠안게 된다. 이는 유로시스템의 근본 문제를 연방국가인 미국과 비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선, 미국도 연방정부 재정적자 이상으로 주 정부 재정위기가 심각하다. 하지만 미국의 연방정부는 GDP의 20%에 달하는 예산을 통해 재정위기에 직면한 주 정부에 자금을 이전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유럽의회의 예산은 GDP의 1%에도 미치지도 못하고 재정 지원 메커니즘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재정위기에 직면한 유럽 국가들이 국채시장에서 채권을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국에서 주 정부의 재정위기는 연방정부와 공동으로 책임을 지지만 유럽에서는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이 개별적으로 떠안는 것이다. 이것이 유럽위기가 쉽게 해결되지 못하는 첫 번째 원인인 것이다. 통화주권을 포기한 처절한 대가 또 하나는 유럽과 달리 미국은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통해 장기국채 매입을 함으로써 정부가 부담해야 할 국채 이자비용을 낮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일본과 영국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유럽중앙은행은 ‘구제금융 금지 조항’(리스본 조약 125조)에 따라 회원 국가의 국채를 원칙적으로 매입할 수 없다. 더구나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독일이 매입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유럽 국채시장에서 개별 국가는 회사채나 지방채를 발행하는 기업이나 주정부와 크게 다를 바 없이 시장 논리에 따라 이자를 물어야 한다. 더욱이 가능하면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 민간 경제주체와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재정위기로 시장의 불신을 산 남유럽 국가의 국채 금리가 천정부지로 뛰어올라도 대책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물론 그리스 위기가 심화되기 시작한 2010년 5월부터 유럽중앙은행은 채권매입 프로그램(Securities Market Programme)을 추진하고 있고, 최근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위기가 확산되자 시장의 압박에 못 이겨 다시 국채를 매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매입한 총액이 2000억 유로에도 미치지 못한다. 미국 연준이 1, 2차 양적완화를 통해 2조 달러가 넘는 채권을 매입하였고 적어도 2013년 중반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천명한 것과 확연히 비교된다. 그 결과 최근 그리스 포르투갈은 물론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가 4% 수준에서 2%p 이상 상승하여 7%를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리가 1%만 상승해도 연간 80억 달러 상당의 이자비용이 증가한다. 금리상승에 따른 담보가치 하락은 추가 증거금(margin call) 확대와 신용등급 강등의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그로 인해 유럽과 미국, 일본의 기관투자가들은 남유럽 국채시장에서 대규모 자금을 앞 다퉈 인출하고 있다. 뱅크런(Bank run)과 비슷하게 이른바 국채런(Bond run)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물 만난 고기처럼 신용부도스왑(CDS)의 투기적 거래는 국채시장의 위기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이것이 현재 남유럽 위기의 현재인 것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한발 더 나아가 프랑스나 오스트리아 등 중심국으로 위기가 확산되려는 조짐이 뚜렷하다.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의 경우 국채금리가 3.5%까지 상승하여 독일 국채와의 스프레드가 1.6%까지 확대된 것이다. ‘유로존 붕괴의 리스크’가 국채시장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프랑스와 독일이 자국의 은행이나 유로화를 방어하기 위해 구제금융에 개입하면 신용평가기관은 프랑스와 독일의 신용등급을 강등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의 국채 매입 개입에 따라 국채금리가 하락하면 시장이 안정을 찾고, 다시 금리가 상승하면 시장이 불안에 떠는 것도 유로체제의 본질적 문제점에서 비롯된다. 이처럼 지금 유럽의 위기는 유로화에 갇혀있는 국채시장이 나라별로 차례로 붕괴되면서 유로 존 전체의 위기로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국채시장 붕괴의 배경에는 경상수지 적자가 있다. 그런데 유로 채권시장의 붕괴 뒤에는 이를 촉발시킨 더욱 근본적인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바로 유로체제 내부 국가 사이의 경상수지 불균형이 구조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로 17개국을 하나로 보면, 2010년 GDP대비 0.1% 수준의 흑자를 이룰 만큼 경상수지는 전체적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경상수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로화의 평가절하를 단행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유로 통화 통합이후 독일 등 산업경쟁력이 있는 국가와 남유럽 국가들 사이에 경쟁력 격차가 줄어들기 보다는 오히려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 경상수지가 적자인 남유럽 국가들은 국채 발행을 통해서 흑자 국가로부터 자본을 수입할 수밖에 없다. 통상 이러한 불균형은 적자국의 명목환율을 평가절하 하고, 흑자국은 평가절상 하여 불균형을 시정할 수 있다. 그러나 단일통화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명목환율의 조정은 불가능하다. 명목환율의 조정 메커니즘이 사라진 후부터 적자는 지속적으로 확대된다. 이에 비해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의 흑자는 더욱 늘어났다. 독일의 경우 1990년 통일 이후 -1% 정도의 적자를 기록했으나, 유로화를 채택한 이후 2002년부터 흑자를 기록하기 시작하여 현재 GDP의 5%가 넘는 막대한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환율로 무역불균형을 조정할 수 없다면 유로지역 내부의 수출경쟁력은 물가의 상대적 수준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도 단일통화가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되었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남유럽 국가들은 유로화를 사용함에 따라 금리와 환율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포기하게 되었다. 하지만 각국 정부는 유로화로 표시된 국채를 발행할 수 있었고, 상업은행은 이를 담보로 유럽중앙은행에서 아주 저렴하게 유로화를 빌릴 수 있었다.각국 정부는 저렴하게 국채를 발행하여 재정지출을 늘리고, 상업은행 또한 풍부한 유동성으로 버블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여 수익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적극 활용하였다. 지속적인 금리인하 또한 투자 및 소비 수요를 진작시켜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유로화 편입에 따른 일시적 ‘호황’을 누릴 수 있었다. 이른바 ‘저금리 특수’를 누리게 되었고, 남유럽 국가들의 물가 또한 상승하게 되었다. 이에 비해 독일은 금리 특수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작았고, 전통적인 수출주도 성장정책에 따라 저임금 정책을 고수하여 독일의 수출경쟁력은 갈수록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거품이 꺼지고 경제가 침체되면서 이러한 순환은 끝나게 되고 감춰졌던 유로체제의 약점이 전면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유럽의 위기는 이미 일시적인 복지지출 축소나 일시적인 유동성 공급으로 수습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나버렸다. 유로 단일 통화체제가 가지는 근원적인 제약성이 국채시장의 붕괴를 확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상수지 불균형이 확대되는 한 남유럽 국가들이 국채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문제 해결을 원천적으로 가로막고 있다. 위기는 눈앞에 있는데 재정통합이나 경상수지 조정과 같은 해법은 긴 시간을 요하는 과제다. 남은 길은 강력한 정치적 결단일 텐데 정권이 잇달아 바뀌고 있는 지금도 정치력은 복원되지 않고 있다.이 글은 주간지 시사인에 기고한 글임을 밝혀둡니다.※ PDF파일 원문에서는 그래프를 포함한 본문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insert_php] if ( ! function_exists( ‘report’ ) ) require_once(‘/home/saesayon/script/report/report.php’);report( ” );[/insert_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