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다시금 침체의 늪에 빠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1년이 넘어가고 있는 유럽의 재정위기는 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을 넘어 유로 경제권 비중이 높은 스페인과 이탈리아까지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다. 가뜩이나 디플레이션에서 헤어 나오고 있지 못한 일본경제는 지진까지 겹치면서 마이너스로 급락 중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미국경제다. 지난 6월30일 2차 양적완화 종료를 선언했을 때까지만 해도 미국경제는 회복은 아니더라도 소프트패치(일시적인 경기침체) 정도를 예상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달랐다. 최근 미국정부는 지난 2분기 성장률이 기대했던 1.8%가 아니라 1.3%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그뿐이 아니다. 1분기 성장률도 당초 발표된 1.9%가 아니라 0.4%로 대폭 하향 수정했다. 지난해 4분기 성장률마저 애초 발표된 3.1%에서 2.3%로 수정했다. 최근 국가채무 한도 증액에 겨우 합의했지만 이에 대한 반응도 싸늘하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의 주가가 폭락하고 있다. 미국 금융시장 불안은 늘 그랬듯이 한국 증시에도 그대로 전달되고 있다. 한국 주가가 동반 폭락행진을 이어 가고 있는 것이다. 세계경제는 다시 낙관론이 들어가고 비관론으로 채워지고 있다. 복잡한 원인이 있겠으나 대체로 국민들의 소득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비관론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6월 미국의 개인소득 증가율은 0.2%에 머물렀다. 당연히 미국국민들은 지갑을 닫았고, 소비지출도 전월 대비 0.2% 감소했다. 사정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 평균 임금인상률은 0.2%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명백히 마이너스다. 성장률이 3%로 추락하고 물가상승률이 4%를 넘어가는 등 지표경기가 악화되고 있음은 물론 체감경기도 나빠질 수밖에 없다. 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정부와 여당이 연일 서민을 위한 대책들을 내놓고 있기는 하다. 반값 등록금을 꺼내들더니 재벌 개혁의 화두를 던졌다. 그러나 연이은 대책들의 실행계획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그런데 최근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친서민 정책이라면서 인천공항 민영화 방안을 들고 나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인천공항 민영화는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 민영화 계획의 일환으로 이미 2008년 8월 발표한 이후 추진돼 오던 것이다. 처음에는 “세계적인 공항 운영기법을 도입하기 위해” 외국 항공 운영회사에게 일부 지분을 매각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인천공항은 공기업인 지금 상태에서 이미 6년 연속 공항서비스평가 세계 1위, 6년 연속 흑자경영을 기록하고 있다. 개항 10년 만에 영업이익이 5천억원을 넘을 정도로 평균 18%의 영업성장률을 보였다. 그러다 보니 외국 항공사들이 인천공항 사례를 배우러 방문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더 이상 외국기업에게 지분을 넘겨 선진 경영기법을 도입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자 정부는 추가 투자를 위한 자금마련이라는 명분을 다시 내걸었다. 그래도 반대를 꺾지 못하던 참에 아직 상장도 하지 않는 인천공항에 대해 국민주 방식의 민영화라는 뜻밖의 대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98년 포항제철(현 포스코) 국민주 방식 공모 사례를 제시하면서 서민들에게 인천공항 주식을 20~30% 싼값에 국민주로 팔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민정책이라는 것이다. 추가 투자재원 마련이라면 싼값에 주식을 매각하면 안 된다. 차라리 공사와 정부 자체의 추가 투자가 더 효율적이다. 목적과 방식이 모순적이다. 친서민 정책의 일환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소득 증가율도 마이너스인 참에 부채는 늘어 가고 있는 상황에서 할인해서 매각한다고 해도 최소 주당 1만원 이상이 될 수 있는 주식을 서민이 투자명목으로 수년간 그대로 둘 수 있을까. 그런 서민이 얼마나 될까. 98년은 한국 주식시장이 막 대중화되는 시점이라서 주식시장 활성화 목적도 함께 있었지만, 현재 자산시장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세계적으로도 불황의 끝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다. 유승민 한나라당 최고위원조차 “공기업 매각시 수익을 극대화하는 게 국민에 대한 의무이고 아무리 주가가 낮다고 하더라도 그걸 살 수 있는 서민층은 한정적일 것”이라고 발언한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원래 우리은행과 대우조선해양 국민주 민영화가 쉽게 풀려 가지 않자 엉뚱하게 공기업인 인천공항을 끌어들여 우회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은 허울뿐인 서민정책이 아니라 진짜 서민정책이 절실할 때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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