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경제의 가장 큰 부담은 물가상승이다. 이미 소비자 물가가 한국은행의 관리범위인 3±1%를 훌쩍 넘어 4.7%까지 올랐을 뿐 아니라 신선식품 등이 25% 가까이 오르는 등 생활 관련 물가는 그 이상이다. 가뜩이나 소득 개선이 안 돼 체감경기가 나쁜 상황에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뒤늦게 정부도 성장률을 높이는 것보다는 물가안정 쪽으로 경제정책 기조를 변화시키려 하고 있지만 아직은 두고 볼 일이다. 소비자들의 물가부담은 언론매체 등을 통해서도 자주 보도가 되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같은 물가압력에 시달리면서도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는 지점이 있다. 바로 중소기업의 원자재 가격 폭등이다. 늘 그랬다. 주로 대기업들의 동향만이 주목의 대상이 되고 아니면 소비자나 노동자들로 관심이 옮겨 갈 뿐 중소기업은 언론에서도, 정책당국자들에게서도 늘 소외지대였다. 노동자의 88%가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고, 때문에 중소기업의 경영상태가 곧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소득개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매번 망각된다. 현재 물가상승이 주로 수입물가 상승에 의해 주도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올해 3월 기준으로 소비자 물가가 4.7% 올랐을 때 수입물가는 무려 19.6%나 뛰었다. 그 가운데 수입원자재 가격 상승률은 훨씬 높은 35.8%가 인상됐다. 중소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얼마나 클지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러면 실제로 중소기업들이 올해 느끼는 원자재 가격부담은 어떨까.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확인해 보자. 93.3%의 중소기업이 ‘최근 원자재 가격이 올랐다’고 응답했고 91.3% 이상의 중소기업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부담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매우 부담스럽다는 응답도 72%나 된다. 거의 모든 중소기업들이 원자재 가격이 올라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원자재 가격이 올랐다면 이를 재료로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제품가격도 비례해서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을 해 볼 수 있다. 비교를 해 보기 위해 대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할지를 검토해 보자. 우선 대기업들은 수입원자재 가격변동에 대처하기 위해 각종 방법으로 환헤지를 해 환율 변동에 대처한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재고비축을 통해 완충을 하기도 한다. 또한 가격 경쟁력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 한 제품가격에 반영한다. 심지어 시장 지배력이 높은 대기업들은 임의적인 독과점 가격을 설정하거나 담합행위를 통해 초과적인 수익을 노리기도 한다. 대체로 원자재 가격 상승을 완충할 장치가 있거나 제품가격 상승을 통해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킬 수 있는 시장지배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정유사들의 석유가격 인상이 대표적이다. 대기업 친화적인 정부조차도 국민의 물가상승 불안을 외면하지 못해 정유사들에게 가격 인하압력을 넣어 생색내기용으로 임시적인 가격인하를 하기도 했다. 물론 실제 효과는 알려진 대로 거의 없었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어떤가. 앞의 조사에 의하면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자사 제품가격에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는 응답은 무려 62.6%나 됐다. 왜 반영하지 못했을까. 대기업 납품처의 가격 인상거부 때문에 반영을 못했다는 기업이 42.9%로 조사됐다. 주로 대기업 납품을 목적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만으로 국한하면 납품가격을 전혀 인상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중소기업이 64.6%나 됐다. 이 대답은 50인 미만의 소기업으로 좁히면 다시 70%를 웃돈다. 하나 더 확인할 것이 있다. 일반적으로 많은 중소기업들은 원자재를 대기업으로부터 조달받아서 제품을 만들고 이를 다시 다른 대기업에 납품한다. 앞서 본 것처럼 대기업에 납품하는 가격을 인상시키지 못한 것은 물론 대기업으로부터 원자재를 구입할 때는 절반 이상의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일방적인 원자재 가격 결정 때문에 고생을 한다고 대답했다. 중소기업은 원자재를 조달하는 대기업으로부터 피해를 당하고, 납품하는 대기업으로부터도 피해를 당하는 형편인 것이다. 이런 어려움은 경제위기 초반기인 2008년에도 중소기업들이 심각하게 경험한 바 있다. 때문에 당시 중소기업들은 ‘납품가 원자재가격 연동제’를 법제화해 달라고 정부에 강력하게 요청했고, 심지어 집단행동에 돌입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겨우 얻어 낸 제도가 2009년 4월에 도입된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였다. 그러나 제도 실행 1년 후 납품단가가 평균 1.7% 오르는 데 그쳤다는 사실은 그 제도의 실효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입증한다. 본래 중소기업이 요구했던 납품가 원자재 가격 연동제를 다시 검토해야 할 시점에 왔다. 이것이 동반성장위원장이 밝힌 ‘대기업과 협력사의 이익 공유’를 하기 위한 기본 전제다.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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