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며 화장실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 다르다고 하듯이, 2008-9년 절박한 상황에서 출범한 G20정상회의는 위기 이후 세계경제체제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세계적으로 단일한 규제정책 패키지를 마련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2010년으로 들어오면서 회원국들 사이에 공통점보다는 서로의 차이점이 부각되고, 상이한 이해가 표면화 되면서 공조체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원래는 2010년 6월의 토론토 정상회의에서 새로운 금융정책에 대한 기본 틀에 합의를 도출하고, 11월 서울 정상회의에서 구체적인 정책방안을 합의해 낸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합의도출은커녕 G20의 존재이유 자체까지도 의심이 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11월 G20 정상회의의 주최자인 한국정부는 정책대안을 마련하는 일은 방기한 채 G20회의가 마치 무슨 관광대회나 올림픽인 것처럼 언론을 호도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강대국 정상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매우 행복한 듯 보인다. 거리에서 순찰을 돌고 있는 의경들이 “성공적 G20개최”란 표어가 쓰여 있는 띠를 두르고 있는 모습이나, TV에서 G20 손님맞이 예절교육을 하고 있는 공익광고를 볼 때면 ‘참담한’ 느낌마저 든다. 설상가상, 미디어에서 소개되는 준비상황은 주로 시위진압, 경호, 거리정화에 관한 내용들이다. 자신들이 지금 얼마나 중차대한 임무를 맡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G20이란 기구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것은 우리에게 큰 영향이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G20에서 다루고 결정하려고 했던 의제들 자체가 흐지부지 되는 것은 문제가 크다. 이번 위기로 인해 세계 각국의 위정자들은 지난 4반세기 동안 전 세계를 지배했던 신자유주의적 정치경제 담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다급한 상황의 압력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었지만, 세계 주요국으로 구성된 G20이 자유화·유연화에서 안정성으로 기본 패러다임을 전환하기로 하고, 정책 틀과 규제책을 마련하기로 한 것은 큰 의미가 있었다. 또한, 신자유주의적 정책들이 그러 했듯이, G20이 다루고자 했던 주요 내용들은 앞으로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그 내용들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고 현실화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G20이 신자유주의 화두를 완전히 버리고, 초기의 문제의식인 안정성 화두를 꾸준히 추진하게 만들려면, G20밖의 시민사회가 세계적 차원에서 공조를 통해 압력을 가하는 수밖에 없다. 현재 시민사회에서는 G20 자체를 거부하자는 입장에서부터 G20에서 금융개혁뿐만 아니라 노동, 환경, 빈곤 문제 등 모든 사안들을 다 논의하도록 하자는 의견까지 다양하게 존재한다. 요구할 개혁의 내용은 차치한다고 하더라도, 아직 G20자체에 대한 입장도 정리되어 있지 않다. 그렇지만 국제적 공조기구로서 (혹은 세계정치경제 화두를 주도하는 특권기구로서) G20에 대한 입장과는 무관하게 새로운 세계경제체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서울에서 11월 11-12일에 개최될 예정인 정상회의는 G20이 나오게 된 배경과 의미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키면서, 새로운 세계경제체제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그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목적을 염두에 두고, 이 글에서는 G20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변화를 겪어 왔는가를 정리해 보겠다. 이 글은 앞으로 나올 서울G20정상회의에 대한 기획 보고서의 일부분임을 밝힌다. 2. G20의 배경 2008년 9월 14일 미국의 5대 투자은행 중 하나였던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선언을 계기로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지며, 도미노 현상이 발생했다. 메릴 린치도 파산위기에 몰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인수되었고, 설상가상, 세계최대 보험그룹인 AIG가 사실상 파산상태에 빠져 미국 정부가 구제금융에 나서야 했다. 금융체제 붕괴는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영국의 로얄뱅크오브스코트랜드, 프랑스의 BNP파리바, 스위스의 UBS 등 유럽의 글로벌 은행들도 정부로부터 긴급 수혈을 받으며 간신히 버텨냈다. 1930년대 대공황의 재현에 대한 우려는 악몽을 넘어 현실이 되는 듯했다. 전 세계 각국의 주가가 직전 고점의 절반 수준으로 수직강하 하고, 채권과 외환시장도 대혼란에 빠진다. 자칫 자본주의 자체의 운명이 걸린 사태로 심화될 수도 있었다. 신자유주의 체제 총지배인 역할을 맡았던 (미국의 전 FRB 의장) 그린 스펀마저도 이 사태를 “세기에 한 번 있을까말까 하는 1930년대 대공황에 버금가는 상황”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이러한 절체절명의 체제적 위기가 터지자, 주요국가 정부들은 전 세계적 차원의 국가공조를 통해 이 위기에 대응할 필요성을 공감하고, 그 대응 주체를 G20으로 결정한다. 세계 정치경제적 담론을 주도하던 G7(러시아 포함 G8)을 대체하는 새로운 비공식적 국제기구가 만들어진 것이다.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이 G20정상회의 소집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첫 번째 G20 정상회의는 2008년 11월에 워싱턴에서 개최되었는데, 이 자리에서 체계화된 의제나 정책제언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저 이런저런 문제의식이 다 쏟아져 나왔다. 그 당시까지도 세계를 덮친 위기가 어떤 것인지 제대로 파악도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책도 제대로 체계를 갖출 수 없었다. 사실 G20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1997-8년 동아시아 경제위기 직후이다. G7은 이때의 위기 이후 세계경제 문제를 유럽과 북미의 극소수 선진국 모임만으로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을 감지하고, G7 하위체계로 일부 중진국들을 끌어들이려고 시도했다. 처음에 G22로 시작해, G33을 거쳐 1999년에 G20으로 최종 결정되었다. 초기에 G20은 정상회의가 아니라 재무장관 회의로 출범하였다. 2008년 워싱턴 회의가 G20을 재무장관 회의에서 정상회의로 격상시켜 가진 최초의 모임이었다. 그 후 1년에 두 번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있다. 현재에도 G20의 실질적인 논의는 재무 장관들과 중앙은행 총재들의 회의와 실무자들의 모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G20에는 기존의 G7과 EU의장국, 그리고 신흥국 12개 나라가 참여하고 있다 (표 1 참조). G20으로의 확대는 이번 위기로 인해 불가피한 상황도 있었지만, 중국을 위시로 몇몇 신흥국들의 정치 경제적 힘의 급속한 성장을 반영한 것이다. 브릭스(BRICs) 국가들과 한국은 신흥국 대표로서 선정되었고, 나머지 국가들은 지역적 안배에 따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정확한 선정기준은 알려져 있지 않다. 미국의 주도권이 관철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친미적인 국가들을 위주로 선정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서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표1] G20 회원국 선진국(G7 + EU의장국)신흥국(12개 국)G20미국, 독일, 영국, 이탈리아, 일본, 캐나다, 프랑스, EU의장국 멕시코, 브라질, 아르헨티나,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인도네시아, 중국,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터키, 한국인구G20/전세계 = 65 퍼센트GDPG20/전세계 = 88 퍼센트G20이 기존 G7(8)을 확장하면서 전보다 회원국 수가 늘어났고, 신흥국에 대한 배려도 고려되긴 했지만 여전히 소수의 특권 클럽이란 본질적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G20 회원국들이 전 세계 GDP의 약 88퍼센트를 차지하고 있고, 인구의 6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규모로만 보면 대표성 자체에 큰 문제가 없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 190여 국가 중 170개국이 이들의 모임에서 제외되어 있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혀 반영시킬 수 없다. 중국이나 한국이 신흥국 대표로서 역할을 해주면 좋겠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그리고 G20은 G7과 마찬가지로 국제법에 전혀 근거하지 않고 있는 임의기구이다. 이러한 임의적 기구가 전 세계 사람들의 정치경제적 삶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담론과 정책 틀을 논의하고 결정하려고 하는 것이다. G20의 회원국들이 여러 면에서 전 세계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국가의 수를 기준으로 보면, 대부분의 나라들이 논의의 장에서 배제되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시민사회에서 G20의 정당성과 대표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G20을 UN으로 흡수시켜버려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 이에 관해서는 G20밖의 개혁논의를 소개하는 다른 보고서에서 보다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3. G20의 주요 의제들 G20이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있는 주요 임무는 한마디로 위기-후-신체제를 구상하는 것이다. 노동, 환경 등의 이슈도 논의하려는 시도가 있지만, 아직까지는 금융체제개혁에 집중하고 있다. G20이 설계하고 있는 새로운 금융체제의 기본화두는 ‘안정성’이다. 초기의 문제의식이 많이 약화되긴 했지만, 신자유시대의 기본화두였던 유연성이 안정성에 자리를 내주게 된 것 자체가 글로벌 대공황으로까지 불린 2008년 위기의 충격이 그만큼 컸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다. 신자유주의를 주도했던 미국과 영국조차도 다시 그 체제로 복귀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새로운 금융체제를 설계하고 있는 것이다. G20정상회의와 관련된 각국의 경제 관료들이나 국제 금융기구의 관료들은 위기의 주된 원인을 크게 (1) 대마불사 은행과 여타 금융기관들의 방만한 운영, (2) 통제 불능 수준으로까지 확대된 파생상품 시장, (3) 지나친 금융규제 완화와 이로 인한 금융투자 주체들과 감독기관 모두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로 진단한다. 따라서 논의되는 해결책도 이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규제책에 집중되어 있다. 2008년 11월의 워싱턴 정상회의에서는 체계화되진 않은 47개의 의제가 쏟아져 나왔다. 금융패닉이 좀 가라앉은 이후에 개최된 2009년 4월의 런던 G20 정상회의에서는 위기해결에 대한 국제공조와 제도적 변화에 대한 틀이 제시되었다. 여기에는 IMF의 증자를 통한 위기해결 능력 확보, 금융안정화위원회 설립, 국제금융기구 개혁방안 등을 포함하고 있었다. 같은 해 9월 피츠버그 정상회의에서는 글로벌 (무역수지) 불균형 문제를 의제에 포함시키면서 위기-후 지속가능한 세계경제 모델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이때까지 제기된 주요 의제들을 몇 가지 범주로 나누어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투명성: 금융투자와 경영의 투명성 확대로 특정한 금융기관의 부실이 시장 전체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는 것을 방지하는 대책 마련. 특수목적회사를 통한 우회적 규제 회피도 차단. 자본건전성: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강화하여 안정성을 높임. 즉, 새로운 BIS기준을(바젤II) 강제하여 지나친 차입과 대출을 막고 갑작스런 충격에 완충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함. 신용평가기관 감독: 세밀하게 구성된 글로벌 회계기준을 만들어 평가가 객관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며, 신용평가기관의 이해에 따른 왜곡이 발생하지 않도록 감독을 강화.시장청렴도: 투자자와 소비자에 대한 보호책 강화. 금융투자 시장에서 편법, 사기, 과장광고, 권한남용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해 감시체계 확립. 은행에 대한 위험관리: 특정 은행의 위기가 현실화 되었을 때 위기가 국내외로 확산되지 않도록 격리하여 부실을 청산할 수 있는 대책을 제도적으로 마련. 경기 역행적 정책: 경기 순응적 금융흐름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마련. 은행이 경기 과열 시에 투자를 늘리고, 위기 시에 투자를 줄이는 경기 순응적 투자행태로 인해 위기가 심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안 강구.파생상품 장내화: 창구(OTC)를 통한 장외거래로 이루어지는 파생상품을 장내로 흡수하는 방안과 함께 청산소를 제도화 해 파생상품의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고 부실화 문제를 미연에 방지.국제금융기구개혁: 우선 2,500억 달러의 IMF 특별인출권(SDR)을 추가 발행해 개도국의 자금유출 사태에 대처하고, 구조조정 이행조건 없이 대출해 주는 탄력대출제도(Flexible Credit Line) 신설. IMF의 지배구조를 개편해 과소대표 되고 있는 신흥국으로 지분권(quota)을 일부 이전. 여기에 정리된 것만이라도 모두 실행이 된다면, 아마 비판적인 세계시민사회가 최소한 금융 분야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리 순탄하게 세상이 바뀔 리 없다. 4. 이견의 표면화와 G20의 표류 2009년 피츠버그 정상회의 때까지는 글로벌 위기의 긴박성 때문에 G20의 공조가 잘 진행된 편이었다. 하지만 2010년 들어서면서, G20회의가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해 오던 정책방안 중 하나였던 은행세 문제를 놓고 이견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또한 유럽에서 재정위기가 불거지면서,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 정책기조에 관해 미국과 EU국가들의 의견차가 확대되었다. 은행세는 올해 1월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금융기관들에 지원된 공적자금의 비용을 회수한다는 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혀 주요한 관심사로 부각되었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이 이 취지에 공감을 표현하면서 각국의 상황에 맞게 은행세의 형태를 구체화시켜 왔다. 계획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구제금융 환수라는 애초의 기본취지를 넘어 향후 잠재적인 금융위기에 대비할 수 있는 기금형성과 재정수입 확대의 한 방편으로까지 논의되었다. G20은 IMF에 의뢰해서 몇 가지 은행세의 형식을 검토하고, 토론토 정상회의에서 그 중 하나를 선택하려고 계획했었다. IMF가 제시한 방안에는 (1) 대차대조표 세금Balance Sheet Tax, (2) 초과이윤 세금 Excess Profits Tax, (3) 금융거래세 Financial Trading Tax, (4) 보험수수료 Insurance Levy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미국이 선호한 것은 첫 번째 방식으로 일정 수준이상의 자산 또는 부채를 가진 금융기관에 일정한 세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기본 내용이다. 미국 정부가 이 형태의 은행세를 선호하는 이유는 대형 투자은행들의 무분별한 차입투자가 위기의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부채를 기준으로 하는 과세에서 예금과 자기자본을 과세대상에서 제외시킴으로써 은행들이 단기차입을 줄이고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자금을 확대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프랑스를 중심으로 몇몇 EU 주요 국가들은 금융거래세를 선호하였다. 이는 단기투자자금의 유출입을 규제하기 위해 국제적 자본거래나 특정한 금융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으로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토빈세가 대표적인 예이다. 미국을 제외한 여타 국가들의 입장에서는 초국적 자본의 급작스런 변동성이 위기의 가장 큰 요인이었기 때문에 금융거래세는 가장 필요한 금융개혁 중 하나이다. 미국은 자국에 기반을 두고 있는 거대 은행지주 회사들의 ‘자유로운’ 초국적 영업을 규제할 생각은 조금도 없기 때문에, 금융거래세 도입을 결사적으로 반대해 왔다. 은행세에 대한 의견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면서, 결국 토론토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를 더 이상 공식적으로 논의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개별 국가에서 알아서 하기로 결정했다. 금융거래가 글로벌화 된 상황에서 이에 대한 규제를 국가 별로 알아서 한다는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그뿐만 아니라 토론토 회의에서는 다른 의제와 관련되어서도 별다른 진전 없이 그동안 이야기했던 원칙만 재확인 한 채 막을 내렸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IMF와 BIS 등의 기관에서 연구한 금융안정화 방안을 바탕으로 그 기본 틀에 합의를 도출해냈어야 했다. 그래야 이를 토대로 11월 서울 회의에서 세부적인 공동정책안이 발표될 수 있었다. 하지만 토론토 정상회의에서는 그동안 집중적으로 국제공조 정책을 추진했던 이슈들이 개별 국가의 문제로 전환되었고, 오히려 재정문제와 관련되어 이견만 부각되었다. 유럽 G20회원국들은 그리스, 스페인 등 남부유럽의 재정문제가 유럽 전체의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몸소 느꼈기 때문에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미국은 지속적 경기부양을 강력히 주장했다. 결국 재정적자 폭을 2013년까지 절반으로 축소하고, 2016년까지 하향화 추세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봐서는 서울 G20정상회의에서 의미 있는 일괄적 규제방안과 새로운 금융체제에 대한 설계가 나오기는 힘들 것 같다. 서울 회의 때는 얼마 전 G20실무자 회의에서 합의가 되었다고 하는 자본건전성 규제강화(바젤III)를 정상들이 형식적으로 승인하는 것이 공식적 논의의 주요 내용이 될 것이고, 비공식적으로는 중국의 위안화 환율문제가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G20이 진행된다면, 머지않아 세계정치경제체제가 다시 커다란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위기는 이전의 체제로 돌아갈 수 없다. 그렇기에 어떤 세력이든 대안시스템을 구상해 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구체제의 문제점을 제대로 진단하고 올바른 처방을 내려야 한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다음 글에서는 G20의 기본적인 문제의식과 금융개혁 논의를 보다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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