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인 그의 딸이 다름아닌 외통부가 실시한 사무관 특별공채에서 유일하게 합격했다. 자유무역협정(FTA) 경제통상의 ‘전문인력’이란다.명토박아둔다. 우리는 지금 자연인 유명환의 유별난 ‘딸 사랑’이나 가족들의 사생활을 따지는 게 아니다. 사생활 존중을 받으려면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유명환과 그의 딸은 무람없이 했다.아버지가 장관인 곳에 필기시험도 치르지 않고 서류와 면접 절차만 거쳐 사무관으로 들어간다? 상식을 갖춘 부녀라면 감행할 수 있을까? 더구나 오직 1명이다. 보도에 따르면 그의 딸은 1차 모집 때 유효기간이 지난 외국어 시험증명서를 제출했다가 탈락했었다.장관 유명환에게 잘라 묻는다. 공무원이 되고 싶은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무엇이라 말할 터인가.구린 일 알려졌는데도 당당했던 유명환 장관굳이 정색을 하며 묻는 데는 이유가 있다. 조간신문에 그 사실이 보도된 뒤에도 유 장관은 제법 당당했다.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났을 때 다음과 같이 말했다.“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 부분은 있다. (그러나)1차 모집 당시에도 딸만 자격이 됐었지만, 오해가 있을 수 있어 2차 모집까지 진행했다. 장관의 딸이라 더 공정하게 심사했을 것이다.”상황 판단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 발언이다. 유 장관의 자세는 곧 바뀐다. 네티즌들의 비판여론이 빗발치고 청와대가 ‘관심’을 보이자 기자들을 찾아와 사과했다.“아버지가 수장으로 있는 조직에 채용되는 것이 특혜의혹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딸도 아버지와 함께 일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 공모·응시한 것을 취소하겠다고 한다.”어떤가. 그의 변명으로 문제는 더 커졌다. “아버지가 수장으로 있는 조직에 채용되는 것이 특혜의혹을 야기할 수 있다”는 상식을 장관은 사태가 불거지기 전까지 몰랐는가? 그런 판단력조차 정녕 없었던가?주권자인 국민은 언제나 뒷북만 칠 수밖에 없나무릇 외교는 가장 정교한 판단력이 생명이다. 딴은 장관 유명환이 그동안 20대를 겨냥해 쏟아놓은 막말을 톺아보면 그런 말조차 사치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상식적인 판단조차 없는 사람이 외교통상부의 ‘수장’ 자리에 끝없이 눌러 앉아도 좋은가?전혀 아니다. 그가 마땅히 물러날 때를 아는 상식을 지니고 있지 못하기에 더 그렇다.마침 2010년 8월31일 촛불과 시민운동-노동운동이 모여 발기인대회를 연 ‘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시민회의)는 ‘썩고 구린 정치인’(썩구정치인)이 아예 공직에 취임할 수 없도록 대대적인 서명운동과 입법운동을 벌이자고 호소했다(http://cafe.daum.net/unijinbo). 네티즌들의 비판 여론이 구심점을 가질 때 변화의 결실을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그렇다. 구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뒷북’치는 일을 벗어날 때다. 썩고 구린 자들이 아예 공직에 앉지 못하도록 법제화가 필요하다. 생각을 나누고 힘을 모을 때다. 손석춘 2020gil@hanmail.net* 이 글은 ’손석춘의 새로운 사회’ 오마이뉴스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블로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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