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나. <조선일보> 강천석 주필의 칼럼 제목이다(2010년 7월2일). 미리 밝혀두거니와 나는 강 주필의 우국충정에 공감한다.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훨씬 짧을 것이 분명한 나 같은 세대는 요즘 나라의 장래와 관련한 상서롭지 못한 예감에 몸을 뒤척이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는 강 주필의 토로에선 진정성을, “역사를 돌아봐도, 신문을 펼쳐도 이 어둠침침한 그림자가 뒤에 따라붙는 듯하다”는 대목에선 절박성을 느낀다. 강 주필은 전쟁 시기의 영국과 일본을 비교한다. “50세 이하 영국 귀족의 20%가 1차 대전에서 전사”했고 “귀족과 명문대학 출신의 전사자 비율은 노동자·농민보다 몇 배 높았다”고 쓴다. 반면에 “(2차 대전 당시) 일본 귀족과 제국대학 출신의 전사자 비율은 1·2차 세계대전 때 영국 귀족과 옥스퍼드·케임브리지 출신 전사자 비율과는 비교도 안 되게 낮았다”고 분석한다. 종전 후 이 같은 통계숫자를 확인한 일본 역사가들은 2차 대전이 이길 수 없는 전쟁이었고 일본은 망할 수밖에 없는 나라였다고 실토했다는 대목에선 사뭇 비장함마저 묻어난다. 강천석 주필의 비장하고 절절한 우국충정 “하류가 먼저 썩어 오염이 상류로 번져간 사례는 역사에 없다”며 “대한민국을 나라다운 나라로 다시 세우려면 이 나라의 ‘위’와 ‘아래’ 어느 쪽부터 손을 대야 할지는 너무도 자명하다”는 칼럼의 결말은 통렬하다. 그런데 생게망게한 일이다. 그의 칼끝은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국무총리를 비롯해 권력의 핵심에 있는 인사들이 대부분 ‘군 면제’인 현실을 겨누지 않는다. 엉뚱한 곳을 겨눈다. 그는 “천안함 폭침 이후 합동조사단의 발표를 둘러싸고 대한민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준 미달의 논란”을 개탄한다. 물론, 칼럼은 “여·야 국회의원들의 군 면제자 비율”이나 “대학교수, 최고경영자, 정상급 연예인”의 비율도 짧게 거론하긴 한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세력 핵심부와 언론사 사주들 집안의 군 면제자 무리를 언급하지 않는다. 여야를 함께 뭉뚱그려 비난한 뒤 “민주 투사까지 제 몸에 일부러 상처를 내 병역 의무를 피해갔다”고 강조한다. “민주투사”가운데 과연 얼마나 “일부러 상처를 내” 병역을 기피했을까. 지극히 예외적인 극소수임을 모르는 걸까. 아니면 알면서도 ‘민주투사’들을 싸잡아 매도하려는 불순한 깜냥일까. 그래서다. 나는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훨씬 짧을 것이 분명한” 강 주필에게, “나라의 장래와 관련한 상서롭지 못한 예감에 몸을 뒤척이는 일이 부쩍 잦아”고민하는 <조선일보> 주필에게 진정으로 권하고 싶다. 대한민국을 위해 강 주필이 손대야 할 곳 다름 아닌 <조선일보>부터 개혁하라. 보라. 강 주필이 그런 글을 쓴 바로 같은 날 <조선일보>는 “학생인권조례로 ‘촛불홍위병’ 키워 보겠다는 건가” 제하의 사설을 내보낸다. 학생들의 인권을 보장하려는 시민사회의 움직임을 일러 ‘촛불 홍위병’으로 키우려는 의도라고 살천스레 몰아치는 사설, 바로 그 사설을 책임지는 인물이 주필 강천석 아닌가? 강 주필은 “대한민국을 나라다운 나라로 다시 세우려면 이 나라의 ‘위’와 ‘아래’ 어느 쪽부터 손을 대야 할지는 너무도 자명하다”고 결말을 맺었다. 과연 그러한가. 무엇이 자명한가. 아래로부터 손을 대려고 애면글면 헌신해온 사람들에게 언제나 붉은 색깔을 덧칠해온 신문이 바로 <조선일보> 아니던가. 그렇다. 강 주필이 비장하게 고민을 털어놓을 때가 결코 아니다. ‘우국지사’ 강천석이 지금 대한민국을 위해 할 일이야말로 자명하고 절박하다. 자신이 주필로 앉아있는 <조선일보>부터, 논설위원실부터 손대라. 손석춘 2020gil@hanmail.net* 이 글은 ’손석춘의 새로운 사회’ 오마이뉴스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블로그 바로가기)
강주필의 글은 캐네디대통령은 그러했는데 우리나라 대통령은 어떠한가라는 비판의 글인 줄 알았더니 아니네요. 글의 머리와 꼬리가 전혀 달라서 한 글에서 나온지조차 의아스럽습니다
강 주필이 그래도 그 신문에서 좀 괜찮다는 사람인 데 한계는 또렷해보입니다.
“조중동이 언론이면 야동은 다큐멘터리다” 라는 지난 촛불집회때의 학생들 손팻말이 생각납니다
저는 누구도 욕하거나 탓할 자격이 없습니다. 교직에서 27년 학생들에게 정말 폐를 많이 끼쳤다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깊이 사랑하며 열심히 일하기도 했지만 준비부족으로 스스로에게도 만족스럽지 못했던 수많은 수업들….가정과 가족 돌보기가 주업이라 말하며 학교일을 부업이라 공공연히 말하고 다닌 일, 월급 받기가 부끄러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러면서 권위적인 학교와 아이들 괴롭히는 억압적인 동료교사들 욕은 걸핏하면 뱉어냈고요.
부끄러운 제가 학교와 학생들을 위해서 지금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