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지방선거가 집권여당의 참패로 막을 내린 후 한 달이 가까워지고 있다. 국민은 천안함 북풍의 정치적 이용에 저항했을 뿐만 아니라, 4대강 사업과 세종시 계획 수정, 그리고 MB식 특권 교육을 명확히 거부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민심을 받아서 세종시 수정안을 포기할 뜻을 비치면서도 여전히 4대강 사업에는 집요한 추진의지를 꺾지 않고 있어 지방선거 이후 사회적 통합과 민심 수습을 어렵게 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의 비용대비 경제적 효용성이나 환경영향, 국가재정 운용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 등은 이미 재론할 여지없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강조해야 할 대목이 바로 고용창출 효과다. 당초 정부는 2009년 1월, 4대강 사업을 포함 국가 토목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임기 4년 기간 동안 96만개의 일자리 창출을 공언한 바가 있다. 그리고 1년 반이 지났다. 그런데 실제 고용창출 효과는 어떠한가. 그러나 2009년 이후 건설업의 취업자 수 증가실적은 모든 산업을 통틀어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9년 상반기에 건설업 종사자 수는 증가는 고사하고 10만 명 이상이 감소했다. 양적으로 빠르게 고용이 회복되었던 올해 5월의 전체 취업자 수 증가가 60만 명에 육박하고, 제조업 취업자 수도 19만 명이나 늘어났던 데 반해 건설업 취업자 수는 고작 4만 9천명 밖에 늘지 않았다. 물론 공공토목건설 외에 민간 주택건설 경기 등이 부진했던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위기로 재정적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총 예산 24조 원 이상을 투입하는 대규모 국책토목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는데 관련 산업의 고용창출 효과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면, 그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4대강 사업의 재검토 사유가 되어야 한다. 지금 일자리 창출보다 중요한 국가 사업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이명박 정부는 일본 정부의 경제정책 자문인 오노 요시야스 오사카대학 교수의 다음과 같은 의견을 경청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는 일본이 지난 1990년대 이후 장기불황 대처에 실패했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다. “(일본의 장기불황 상황에서) 잉여 노동력을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데 그런 발상이 없었다. 대신 돈을 뿌리면 수요가 회복한다고 생각해 감세, 내실을 생각하지 않은 공공사업에 투자했지만 큰 효과 없이 국채만 늘었다.” 이명박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감세 정책이나 4대강 사업에 대한 통렬한 반박이 아닐 수 없다. 그는 이어서 이렇게 언급했다. “ 이번에는 비효율이 불황의 원인이라고 착각해 생산 효율화를 추구했다. 정부의 낭비가 문제라며 공공사업을 축소했다. 고이즈미 정권의 구조개혁이다. 하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력이 남는데 생산효율화를 추구하고 공공사업을 줄이면 실업이 늘어날 뿐이다. 그 때문에 디플레가 더 악화해 고용불안은 커지고 수요는 더 줄어 경기가 얼어붙는다. 지금까지는 사람이 남는데 더 사람을 줄이는 효율화였거나 재정규모만 따졌지 노동자원 유효활용이라는 원래 생각해야 할 부분을 잊고 있었다.” 이 역시 이명박 정부가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민영화 정책이 고용창출 입장에서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일본의 사례를 들면서 정확히 적시하고 있지 않은가.결국 불황의 늪을 탈출하고 체감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고용창출 과제가 현재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감세, 4대강 사업,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민영화로는 전혀 이룰 수 있는 정책목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올해 상반기 경기가 큰 폭으로 회복되고 있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나마 외형적인 고용여건이 개선되고 있다지만 그것이 4대강 사업의 결과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 동안 진보에서 주장한 사회서비스 부문에서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을 뿐이다. 그나마 정부의 외면 속에서 나쁜 일자리만 늘어나고 있다. 하루빨리 민심이 요구한 4대강 사업 중단을 받아들이고,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질 좋은 일자리가 안착되도록 정부의 역량을 돌려야 할 것이다. 토목건설 뉴딜이 아닌 소프트 뉴딜로 전환하자는 말이다.. 김병권 bkkim21kr@saesayon.org*진보정치 2010년 6월28일자 칼럼으로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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