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6일, 정부는 기획재정부, 법무부, 안정행정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공동으로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주택임대시장의 공급, 수요, 인프라의 세 분야로 구분되어 있는 방안들을 살펴보면, 공급측면에서는 기존의 공공임대주택 공급주체를 다양화 하여 민간자본의 참여를 독려하고, 민간임대의 경우 기업형 사업을 육성한다는 것이며, 수요측면에서는 주택의 거주유형별 지원을 균형 있게 조정하기 위해 전세에 대한 지원은 줄이고 월세에 대한 지원은 늘리겠다는 것이다. 한편 인프라 측면에서는 전월세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 체계를 도입하여 임대시장의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방안들이 과연 ‘선진화’인지에 대해서도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대한 민간자본의 유치, 기업형 임대사업 육성, 전세의 월세 전환에 대한 방치 등은 정책의 정당성 측면이나 부작용 등을 고려할 때 문제점이 많을 것으로 보이며, 충분한 토론과 여론 수렴이 필요하다. 특히 공공임대주택 분야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것은 그대로 묵과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관련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임대주택공급에 대한 LH공사의 역할을 축소하고, 대신에 공공임대리츠를 설립하여 10년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인데, 쉽게 설명하면 임대주택 건설에 소요되는 비용을 주택기금 및 LH 출자(15%), 기금융자(20%), 민자유치(30%), 보증금(35%) 등으로 충당하겠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공공임대주택을 짓는데 민간이 자금을 제공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니 고마운 일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공짜 점심은 없는 법, 여기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먼저 논리적 문제점이다. 공공임대주택의 건설에 민간자본을 도입하겠다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LH공사의 재무여건이라 한다. 즉 LH공사에 빚이 많으니 민간자본의 도움을 받겠다는 것이다. 민간자본이 아무런 대가 없이 기부되는 것이라면 논리적으로 맞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10년 공공임대주택은 10년 동안의 임대기간이 지나면 분양될 수 있는 주택이다. 분양을 하는 이유는 집을 팔아서 건설에 투입된 비용을 회수하기 위한 것이다. 바꿔 말하면 10년 후에 주택이 팔리지 않으면 적자가 발생한다. 이처럼 손해를 볼지도 모르는 사업에 민간투자가 이루어질리 없으니 민간투자자의 안전을 위해서, 이른바 ‘선진화’ 대책에는 다음과 같은 사항이 포함되었다.
첫째는 10년 후에 주택이 팔리지 않으면 LH공사가 매입하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LH공사가 후순위로 출자하여 적자가 발생하였을 때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것이다. LH공사에 빚이 많아서 민간자본을 가져왔는데, 나중에 발생할 손해는 모두 LH공사가 짊어지겠다는 것이다. 정책의 과제를 해소하기는커녕 더욱 가중시킬 대안을 정책이라고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이럴 거면 애초에 정부의 지원, 공채 및 국민주 발행 등을 통해 LH공사 스스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여러모로 논리적이다.
물론 공공이익을 달성하기 위한 비용을 어떻게 누구에게 분배할 것인지, 그에 따른 이익을 누구에게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는 충분한 공론화가 필요하다. 분명한 것은 정부의 ‘선진화’ 정책처럼 공공정책을 통해서 특정 민간투자자의 이익을 보장하겠다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점이다. 즉, 현 정부의 정책은, 모든 민자유치사업과 마찬가지로, 정책적 정당성의 문제도 내포하고 있다.
민자유치사업의 정당성 문제는 이미 충분히 알려져 있다. 특히 민간투자자였던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이하 맥쿼리)가 주도한 서울시 지하철 9호선 요금 인상 시도는 대부분의 시민들에게 익숙할 것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맥쿼리는 현대로템 등과 함께 지하철 9호선의 총공사비 3조6천 억 원 가운데 약 6천6백 억 원을 투자하였다. 약 18%이다. 하지만, 승객이 예상보다 적어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일정한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 minimum revenue guarantee) 조건에 따라 서울시는 2010년 131억원, 2011년 292억원, 2012년 384억원을 지불하여야 하였다. 이러한 이윤으로도 만족하지 못한 맥쿼리 쪽에서 2012년 4월 9호선 요금을 일방적으로 인상하려다 서울시와 갈등을 빚게 된 것이다.
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공공의 재정부담을 줄이겠다고 도입된 민자유치가 오히려 재정부담을 가중시키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는데, 이는 최소운영수입보장 때문이다.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민간투자자에게는 이윤을 보장해야 한다. 이쯤 되면 민간자본을 활용하는 것에 대한 실효성이 있는 것인지 의심을 해야 한다. 어쩌면 민간자본이 투입될 수 있을 정도로 이익이 발생하는 사업이라면 공공이 직접 사업을 시행하여 그 이익을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합당한 것이 아닐까.
앞서 살펴보았듯이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에 민간자본을 도입하겠다는 대책에도 최소운영수입보장의 조건이 들어있다. 세상에 ‘착한’ 민간자본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은 서민들을 위한 보금자리이다. 이를 특정 민간투자자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민간투자자의 이익은 결국 국민들의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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