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사연 사회적경제 학교 2기가 종강했습니다. 1기는 지난 봄,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교육 기관으로 인증받아 진행했습니다. 1기에서 사회적경제의 싹을 틔우는 좋은 분들을 만났고 또 새사연은 실무 중심 보다는 사회적경제의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고자 자체적으로 2기를 준비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10월, 2기가 30명으로 시작했습니다. 작은 규모에서 서로 소통하는 강의를 만들고자 일부러 인원을 적게 받았지만, 워낙 전달해드리고 싶은 내용이 많아서 결국 토론 시간을 충분히 드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협동의 경제학>을 꼭 다 읽겠다는 1조, 뒷풀이를 4번 이상 하겠다는 2조, 수업시간 1시간 전에 공부하겠다는 3조 수강생들께서 자발적으로 토론하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물론 6주 간의 수업이 결코 쉽지만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았지만 그 귀한 시간 내어서 삼삼오오 모인 그 모습만으로도 참 벅차고 감동적인 하루하루였습니다.
1강은 공공재게임을 통해 인간의 상호성과 무임승차자의 심리를 직접 파악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사회적경제 학교 수강생들은 이미 협동적인 인간이기에 공공재 게임의 원리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모두 서로를 위해서 협동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물론 그 중에서도 무임승차자가 있긴 했습니다^^) 이후 정태인 새사연 원장의 시장경제와 사회적딜레마를 주제로 주류경제학이 가정하는 인간의 한계와 여러 상황에서 직면하는 딜레마의 구체적인 사례를 배웠습니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인간은 이기적이다라는 명제의 함정, 그리고 비합리적일 수밖에 없는 인간이, 비합리적인 상황에서 생기는 갈등을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웠습니다. (죄수의 딜레마에서 사슴사냥게임으로 가는 법!)
2강은 앞선 강의에서 배운 사회적 딜레마를 사회 전체 효용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의 희생이 없도록 하는 조건들을 배웠습니다. 바로 그 조건은 ‘신뢰와 협동’인데 이는 비단 추상적인 가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신뢰와 협동을 할 수 있는 조건의 설계에 대해서 말하는 것입니다. 가령, 협동하는 것이 내가 상대방을 배신하는 것보다 이익이 되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지요. 이러한 인센티브 또는 응징이 포함된 제도가 인간 삶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 여러 사례를 통해 배웠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인간의 도덕적인 감정, 자발적인 헌신이나 타인에 대한 죄책감, 부채감을 경제적으로 갚을 때는 오히려 더 많은 규범의 이탈이 일어나고 더 서로 신뢰하지 않는 사회가 될 수 있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또한 진화론으로 본 인간의 본성을 배우며 공동체를 비단 내가 속한 집단이 아니라 내 이웃, 그리고 전 지구적 관점으로 확대하여 타인을 배제시키는 것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며 그것이 곧 정의론이 무엇이냐라는 논의이지만 그물망처럼 촘촘한 논리를 구성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 또한 깊이 느꼈습니다.
3강은 사회적경제의 대표적인 조직 형태인 협동조합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협동조합의 역사와 협동조합이 착할 수밖에 없는 이유, 협동조합이 주식회사와 다르게 위기를 관리하는 법 등, 이제껏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제도와 환경에 대해서 배웠다면 구체적으로 협동조합의 조직과 구성, 그리고 행태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이어서 협동조합이 성공한 기업이 될 수 있는지를 기존의 기업이론을 통해서 검토해보았습니다.
4강은 해외의 사레를 집중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에밀리아 로마냐, 퀘벡, 몬드라곤의 사례를 통해서 세계 경제 위기가 장기적인 침체기임에도 불구하고 세 지역들은 어떻게 성공했는지, 그리고 2013 국제 사회적경제 포럼에서 확정된 <<서울 선언>>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나누었습니다. 서울시를 중심으로 하는 사회적경제 활성화와 새로운 경제 생태계 조성에 대해서 상상해보며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수업이었습니다. 이어서 사회적금융의 해외 사례를 배웠습니다. 한국의 전통 문화 중 하나인 ‘두레’라는 것이 실제로 사회적금융의 역할을 할 수 있으며 협동조합을 비롯해 사회적경제를 중심으로 하는 생태계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기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고 사회적금융과 은행은 어때야 하는지를 배웠습니다. 곧이어 해회의 주택협동조합을 배워서 한국의 부동산 정책의 잘못된 방향을 지적했습니다. 주택협동조합 설립에 관한 다양한 사례와 더불어 한국의 전세제도가 어떻게 사회적으로, 공공적으로 가치가 있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5강은 한국의 사회적경제 현황에 대해서 서울시 사회적경제 지원센터 이은애 센터장이 강의를 했습니다.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에 관한 법률을 통해서 법 체계, 정부의 지원, 풀뿌리 시민들의 실험, 그리고 중간조직의 중요성 등 한국의 사회적경제를 둘러싼 다양한 조직과 정책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막 태동하는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지속가능하고 스스로 성장할 수 있기 위해서는 정부의 직접적인 예산 지원이 아닌 중간 조직과 인큐베이팅이 중요하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6강은 사회적경제가 과연 복지 국가 건설에 도움이 되는가, 오히려 해하지는 않는가 등 보편적 복지와 사회적경제와의 관계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앞선 질문들에 대한 답은 그렇다, 아니다가 아니라 사회적경제와 보편적 복지가 어떻게 상호 연관성이 있게 제도들이 설계되어야 복지 국가가 될 수 있는지 필요한 조건들을 검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금융 위기의 전개로 인한 불평등의 심화를 극복하는 대안으로서 사회적경제가 한국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다양한 정책을 통해서 배웠습니다. 육아, 주택, 교육, 일자리 등 시민사회에서의 자생력과 정부의 지원을 통해 사회적경제가 가장 밑에서 튼튼히 받침 역할을 하고 있고 그 위에 경제민화와 생태경제, 그리고 보편적 복지가 상호 관계 맺고 있는 사회를 구상하는 사회를 위한 다양한 정책 마련의 필요성을 느끼며 그간의 강의들을 총 정리해 머리 속에서 퍼즐을 맞추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공부만 한 것이 아니라 조별 토론도 하고 전체교류모임을 통해 친해지기도 하고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활동하는 수강생들과 직접 토크콘서트도 하는 등 교육과 네트워크의 연계점을 계속 찾아나가는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이는 비단 새사연이 잘 기획한 것이 아니라 수강생들이 직접 강연을 만들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새사연은 사회적경제 학교에서 나온 귀한 의견들과 피드백을 통해 사회적경제 연구 활성화에 더욱 다양한 컨텐츠를 개발하고 이렇게 맺어진 인연이 앞으로 신뢰와 협동의 사회를 만드는 데에 소중한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새로운 모임 역시 구상하겠습니다. 이제껏 함께 공부해주신 수강생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새사연 회원으로도 또 뵙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강의 후기는 새사연 홈페이지 또는 cafe.daum.net/ssysocialeconomy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주교재는 협동의 경제학이었고 강의 자료는 수강생들에 한해 배포를 목적으로 하지 않을 경우 파일로 보내드립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