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에게 내년 경제전망은 도대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경제성장률이 2%인지 3%인지, 아니면 4%가 될 것인지 도대체 관심이나 있을까. 사실 냉정하게 보면 대부분 직장인들은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실적전망’에 좀 더 관심이 있을지 모르겠다. 연말이 가까워 오면서 영업사원들은 자신에게 할당된 올해 실적 챙기기로 분주할 것이고 곧이어 내년 계획과 할당을 짜면서 내년 영업환경을 들여다보려 할 것이다.일반적인 직원들의 경우에는 내년에 연봉인상을 기대할 만큼 경제환경이 좋아질지 관심이 있을 수 있겠다. 또는 아직 다니는 회사가 없거나 임시직인 경우에는 일자리 사정에 대한 전망이 아무래도 궁금할 수 있겠다. 이런 점에서 보면 정부가 예측한 내년 성장률 3.9%, 한국은행이 예측한 3.8%는 직장인들에게 그리 비관적인 수치만은 아니다. 과거에 비해 높은 것은 아니지만 일단 잠재 성장률에 근접한 수준은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해보다는 2%, 올해보다는 1% 가량 올라간 수치이니 액면대로 실현된다면 올해보다 직장인들에게 꽤 체감되는 개선이 있어야 한다. 정말 그럴 것인지 우선 일자리 사정을 살펴보자. 그런데 최근 수년 동안 일자리 증가와 성장률이 거의 따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먼저 눈에 띈다. 구체적으로 보자. 2011년에는 경제성장률이 3.7%였고 일자리는 42만개 늘었다. 그런데 성장률이 반토막 나서 2.0%로 떨어졌던 지난해에는 일자리가 오히려 늘어서 44만개가 됐다. 그러더니 성장률이 다소 올라 2.8%가 예상되는 올해는 일자리 증가세가 꺾여 33만개가 예상된다. 성장률 변동과 일자리 개수 증가가 마치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처럼 움직인다는 것이다. 내년 전망이라고 해서 다를 바 없다. 한국은행은 내년에 일자리가 38만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보다 조금 개선된 것이지만 지난해나 2011년에는 미치지 않는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주요한 이유는 최근 일자리 증가가 생산 확대로 인한 고용수요 증가 때문이 아니라 복지수요 증가로 인해 보육이나 간병 등 저임금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률 변동이 일반 생활인들에게 그다지 실감나지 않는 이유다. 하나 덧붙이면, 현재 추세로 볼 때 고용률 70%라는 정부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 원래 정부 계획대로라면 2017년까지 매년 47만6천개씩 238만개를 만들어야 목표가 달성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 지금 정부 전망대로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올해 14만6천명 미달하고 내년에는 10만명 모자란다. 남은 3년 동안 이를 보충하기도 매우 어렵다. 다만 정부가 실적 달성에 매달려 저임금 시간제 일자리 같이 나쁜 일자리를 무리하게 늘리는 목표에 접근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70% 고용률을 달성하지 못한 것보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직장인들의 소득개선 전망은 어떨까. 사실 경제성장률이 2~3%를 맴돌면서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업종에서 매년 연봉인상이 지극히 빡빡해진 것이 벌써 수년이다. 내년에도 경기부진을 이유로 대부분 기업들에서 직원들의 임금을 동결하거나 임시직 채용, 외주화를 통해 비용을 줄이려 할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임금비용을 줄여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경영전략이 보편화됐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이면 내년 3.9% 성장률이 달성된다 해도 소득개선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지가 않다.기업가들은 여기에 일종의 ‘절약의 역설’과 같은 구성의 오류가 있음을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절약의 역설이란 개인은 근검절약해 부유하게 될지 모르지만 모든 국민이 절약에 매달리면 소비가 안 돼 기업들은 물건을 팔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생산을 줄이고 직원을 해고하게 돼 결국은 개인들은 절약할 소득 자체가 없어지거나 줄어드는 상황에 빠진다는 논리다.비슷하게 개별 기업들이 임금비용 상승을 억제해 경쟁력을 올릴 수는 있지만 모든 기업들이 똑같이 움직이면 어떻게 될까. 그 나라 국민의 소득이 줄어들면서 제품은 판매되지 않을 것이고, 임금삭감으로 얻은 비용절감 효과와 경쟁력은 쓸모없어진다. 개혁적인 경제학자 칼레츠키가 “이제 자본주의 주요 특성 중 하나는 단일의 기업가에게 유리한 것이 반드시 한 계급으로서의 모든 기업가에게도 유리한 것은 아니다“고 적시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과거에는 ‘선 성장 후 분배’라는 명분으로 성장의 과실을 일반 생활인들이 누리지 못했다. 지금은 ‘불황 시기에 기업경쟁력 확보를 위한 임금비용 절감’이라는 미명으로 노동자들의 소득개선이 억제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생각을 바꿀 시점이다. ‘노동자들의 소득개선을 통한 내수경제의 성장’이라는 개념을 수용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직장인들의 내년 전망은 좀 더 밝아질 것이다. 그에 따라 국민경제 전망 자체도 좀 더 밝아질 수 있지 않을까.*본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