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경제전망을 두고 성장률 논쟁이 분분하다. 정부는 예산안을 공개하면서 내년 경제전망을 3.9%로 추산했다. 이어 한국은행은 7월보다 경제전망을 0.2%포인트 낮춰서 3.8%로 수정했다. 그 직전에 국제통화기금도 한국경제 전망을 종전보다 낮은 3.7%로 발표했다. 이렇듯 요즘은 국제기구나 국내기관을 막론하고 3개월 단위로 당초 전망을 바꾸는 것이 예사여서 사실 전망치에 무게를 실어 줄 것도 없어 보인다. 더구나 경제성장률 예측치가 최근 5년간 2.3%포인트 빗나간 것을 생각해 볼 때 전망 자체가 의미 없는 행위였다고 봐도 할 말이 없을 정도다. 어쨌거나 2014년 경제전망을 3.9%라고 하면 대체로 2011년과 유사한 수준이다. 2011년에는 3.7% 성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나 올해에 비하면 상당히 개선된 수치이고 잠재성장률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로는 도대체 국민들이 체감경기 개선을 실감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정부 예상대로 성장률을 예상한다고 해도 국민에게 경기회복 체감도를 말하기에는 부족할 것이라는 말이다.그런데 더 큰 문제는 지속성이다. 2014년 경제가 3.9%를 달성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향후 최소 4% 전후의 성장을 안정적으로 지속시킬 것을 보장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2011년 상황과 지금 상황이 다르고 새로운 장애물이 앞날에 가로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정부가 내년 전망을 하면서 특별히 명시하지 않은 문제와 장애물을 검토해 보자.우선 2011년에 비해 엔저 현상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수출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새로운 변수다. 형태상으로만 놓고 보면 엔저는 수출 가격 경쟁력에 불리하고 일본산 부품 수입에 유리하다. 대체로 해외생산기지 비중이 높고 환헤지 능력이 우수한 대기업들의 타격은 상대적으로 적은 반면, 수출 중견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입을 타격은 무시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산업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기업의 45%가 엔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대답했고 이 가운데 12%는 ‘심각한 영향’, 33%는 ‘약간 영향’으로 평가했다. 과거보다 영향이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엔저로 인해 경제환경에 불리한 상황이 조성됐음은 사실이다.두 번째로 엔저보다 더 중요한 외부변수로서 중국경제의 성장률이 앞으로 8% 미만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고 우리 경제도 여기에 적응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2002년부터 2011년까지 10년 동안 중국경제는 단 한 번도 9% 미만의 성장률을 보여 준 적이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성장률을 지속했다. 그리고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중국에 하고 있는 우리 경제는 여기에 맞춰져 성장해 왔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7% 수준으로 성장률이 하향 안정화되기 시작한 중국경제는 이 기조를 지속시키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잡고 있다. 앞으로 중국경제가 9%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중국경제의 성장률 하락이 우리 경제 성장에 정확히 어느 정도의 영향을 주고 있는지 정량적인 평가를 하기는 어렵지만, 우리 경제 역시 일정한 하향 안정화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직접적인 최대 무역 상대국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제2의 무역 상대국인 아세안(ASEAN) 경제권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움직임 등으로 불안정해지면서 무역환경을 추가적으로 악화시키고 있다. 설사 미국경제와 유럽경제가 과거보다 나아진다 하더라도 중국의 경제성장률 하락과 아세안경제의 불안이 이를 상쇄시킬 개연성이 크다는 뜻이다. 이처럼 대외여건은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요인들이 여전히 우세하다고 볼 수 있다. 엔저현상 지속과 중국 경제성장률 하락 이외에도 양적완화 축소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혼란 역시 대외여건을 어둡게 하는 요인에 당연히 포함된다. 미국 정부가 양적완화 축소를 실제로 할 수 있을지 여부 자체가 여전히 불투명하고, 실제로 집행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양적완화를 시행한 기간만큼의 상당 기간이 필요하며, 그 기간 동안의 혼란과 불안정성이 어느 정도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양적완화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면 이를 축소하는 과정도 극히 이례적인 과정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짚어 둘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다. 바로 우리 가계의 소비여력 문제다. 최근 금융연구원은 우리나라 민간소비 부진이 기본적으로 취약한 소득에 기인한다는 새삼스런 지적을 한 바가 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가계의 명목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이 위기 이전의 3분의 1 수준인 5.6%로 급락했고, 그에 따라 경상 민간소비도 위기 이전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한 것이다. 그나마 2000년대 전반기에는 가계부채를 동원해 부족한 소비를 보충했지만, 이제는 그렇게 늘어난 가계부채의 원리금 상환부담으로 인해 부족한 소비가 더 부족하게 되고 있는 중이다. 가계부채가 일시적으로나마 민간소비 증가효과를 냈지만 이제는 반대로 민간소비 억제로 기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점 또한 과거와 다른 우리 경제의 내적여건 변화다. 이래저래 우리 경제가 단순하게 위기 이전으로 되돌아가기는 어렵게 됐다. 패러다임을 바꾸는 정책전환이 필요하다고 반복해서 강조하는 이유다. *본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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