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에서 전세가격 상승 폭이 커지면서 사회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11년 나타났던 10~15%의 엄청난 폭등세에는 미치지 않지만, 지난해 들어 수그러들던 추세가 반전되면서 중형 전세 기준으로 최근 전년 대비 4%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 물가 수준이 겨우 1% 수준에서 맴돌고 있는 것을 생각해 보면 상당한 증가율이다. 2010년 이후 두 번 계약갱신을 할 수 있는 기간인 4년째 내리 상승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특이한 것은 전세가격만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사실상 첫 경제정책으로 내놓은 4·1 부동산 활성화 대책 이후 거래량은 다소 늘었지만 가격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이고 지방도 비슷하다. 그러다 보니 집값 대비 전셋값 비율만 계속 오르게 됐다. 월세 가격 역시 최근 상승하지 않았다. 문제는 절대적 수준에서의 월세 부담이 매우 높다는 데 있는 것이지 전세처럼 가격폭등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국토교통부가 집계하는 월세가격 변동을 보면 지난해부터 전월 대비 하락추세를 이어 오고 있는 중이고 올해 2분기에는 그 폭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전세가격만 다시 상승 폭을 키우는 현상이 지속되자 주택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대응이 제각각이다.일단 집주인들은 전세가격 폭등 상황에서도 “전세를 월세로 전환시키려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전세를 놓아야 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집값이 좀처럼 오르지 않으면서 전세를 내주고 확보한 자금으로 추가적인 주택투자를 해야 할 유인도 없어지고 있고 금리까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전세 공급자들이 전세를 줄이고 월세 공급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세입자들에게 월세가격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 임대 규모가 커질수록 상대적 부담도 커진다. 예를 들어 현재 서울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은 2억6천만원이다. 그런데 해당 아파트를 전세로 할 경우 전세의 월세 전환율이 6~7% 정도이므로 매월 150만원 전후의 임대료를 내야 한다. 중산층 가구의 월 평균소득이 380만원 미만인 것을 감안하면 감당 가능한 수준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당연히 세입자들은 “계속 전세로 살고 싶고 전세가격이 오르지 않았으면”하는 기대를 갖게 된다. 물론 현실은 세입자들의 희망을 외면하고 있다.이 와중에 정부는 번지수를 한참 벗어난 대책을 검토해 서민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정부 대책의 핵심은 한마디로 “전셋값이 거의 집값 수준으로 접근하고 있으므로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무리를 하든 대출을 받든 국민들에게 아예 돈을 조금 더 보태 집을 사라고 부추기는 형국이다. 대출 조건을 완화해 주고 세금도 깎아 주겠다는 것이다. 덤으로 집을 파는 부자들에게도 혜택을 주겠단다.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가 그것이다. 그렇게 해서 전세 수요를 줄여서 전세가격을 안정시키고 국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을 좀 더 실현시켜 주겠다는 것이다.이는 정부가 4월1일 발표한 부동산 거래 확대를 통한 경기회복 정책과 매우 잘 맞아떨어진다. 침체된 경기회복 대책도 부동산 매매거래 확대이고, 전세가격 폭등 억제도 부동산 매매 거래를 늘리는 것이며, 집 없는 서민들의 주거대책도 마찬가지다.그런데 집값도, 전셋값도, 그리고 월세 임대료도 모두 소득에 비해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에 있다는 점을 정부는 자주 잊고 있다. 특히 정체돼 있는 소득에 비해 전세와 월세의 기준이 되는 집값이 절대적으로 높다는 엄연한 사실을 잊고 있다.정부의 정책들은 결국 가계부채 증가로 귀결된다. 올해 1분기에 오랜만에 일시적으로 축소됐던 가계부채는 4·1 부동산 대책이 실시된 2분기 이후 17조원가량 늘어나 6월 말 현재 가계신용기준 980조원이 됐다. 줄어들었던 주택담보 대출이 다시 늘어났음은 물론이다. 현재의 조건에서 부동산 가격 부양은 곧바로 가계대출 증가로 연결되는 것이다. 가계부채가 1천조원 규모에 이르면서 부동산 경기 부양이나 소비촉진에 일시적이라도 도움이 되는 수준을 넘어선 상황이다. 연간 이자비용만 고려해도 최소 50조원 이상이 가계에서 은행으로 역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채의 이자비용 부담이 소비촉진 효과를 압도하기 시작한 것이다.가계부채는 늘어나는데 부동산 경기는 살아나지 않고, 경기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전세가격은 계속 오르는데 가계는 주거안정을 얻는 것은 고사하고 부채 부담만 커지게 된다. 지금 부동산 경기 부양과 가계부채 부담 완화 중에 굳이 선택을 해야 한다면 가계부채 관리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따라서 부동산 정책을 고려함에 있어 금융규제 완화를 끌어들이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할 것이다.*본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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