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키(Laki)화산폭발과 라이키(Laiki)키프로스 은행의 평행이론? 1783년 여름, 유럽의 변방에서 발생한 화산 폭발은 유럽 대륙 전체에 대재앙을 초래한 전주곡이었다. 그 전주곡은 바로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 화산 폭발로 인한 용암과 화산재는 농업을 황폐화시켰고, 가축의 50%와 인구의 25%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 8개월 동안 지속된 화산 폭발로 유럽 대륙은 물론 인도에까지 가뭄과 기근이 발생하여 60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또한 기후 변화로 인한 농업 황폐화와 식량 기근은 1789년 프랑스 혁명을 이끈 요인으로 주목되기도 한다. 지난 주, 유럽 주변부 조그만 섬나라에서 발생한 금융위기가 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하였다. 위기의 진원지만 아이슬란드 라키(Laki) 화산에서 키프로스 라이키(Laiki) 은행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다만 인간이 거역할 수 없는 자연재해가 아닌, 미리 예방할 수 있었던 명백한 인재였다.키프로스 사태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세 가지 키프로스는 2008년 통화주권을 포기하고 유로화를 공식적으로 채택했다. 유로화의 제도적 취약성으로 인해, 17개 유로화 채택 국가 중 벌써 1/3에 해당하는 5개 국가가 트로이카의 구제금융을 받게 되었다. 구제금융 타결로 금융시장은 일시적으로 호전되겠지만, 그리스의 비극처럼 키프로스의 미래는 참혹할 것이다. 암울한 유럽과 금융시장의 미래를 전망하면서, 키프로스 사태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을 도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키프로스 사태는 2008년 아이슬란드 · 아일랜드 금융위기와 매우 유사하다. 세 나라는 섬나라라는 지리적 유사점뿐만 아니라, GDP의 7~8배에 달할 정도로 금융 산업이 비대한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이른바 금융허브를 통한 성장모델이 붕괴한 것이다. 유로화 출범에 따른 저금리 효과와 자유로운 자본 이동으로 해외 자본을 공격적으로 유치하고, 부동산 시장에 대규모 호황이 발생하는 동일한 성공 신화를 써 나갔다. 그리고 버블이 붕괴하고 은행이 파산하는 파탄 과정 또한 유사하다. 지난 시기, ‘금융허브론’의 환상에 빠진 사람들은 유럽 역외 금융허브의 붕괴를 되새겨야 할 것이다.둘째, 트로이카(유럽연합·유럽중앙은행·국제통화기금로 구성된 국외채권단)의 긴축정책은 명백히 실패하였다. 키프로스 은행이 망가지게 된 직접적 계기는 그리스 구제금융의 유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2011년 10월 그리스 구제금융 당시, 그리스 국채에 대해서 50%에 달하는 대규모 손실(haircut)을 부과하였다. 키프로스 은행들의 총자산에서 40% 정도는 그리스에 대출하거나 국채를 보유하고 있어서, 그리스의 경기침체와 연이은 구제금융은 키프로스 은행 건전성을 갈수록 취약하게 만들었다. 그리스는 트로이카의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국민소득이 이미 23%나 줄어들었다. 실업률은 27%에 달하고 청년실업률은 60%에 육박할 정도로 국민경제는 이미 망가졌다. 지난 해 11월 트로이카와 키프로스는 공무원 감축, 사회복지 축소, 부가가치세 인상 등 그리스를 꼭 빼닮은 긴축안을 합의하였다. 트로이카 합의안을 그대로 따른다면, 역외 금융허브 모델로 성장한 키프로스의 미래는 그리스보다 더 처참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셋째, 통화주권을 포기한 대가는 막대하다.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에서 키프로스까지. 수차례 반복되는 위기의 근원은 유로화의 제도적 결점과 잘못된 긴축 처방에서 비롯되고 있다. 구제금융을 받은 국가들은 금리와 환율 주권을 포기하고, 단일통화를 받아들였다. 따라서 제조업 경쟁력 차이는 갈수록 벌어지고, 은행 구제금융 대가로 정부의 재정적자는 천문학적으로 치솟게 되었다. 더군다나 칼자루를 쥔 독일은 유로화 평가절하에 따른 수출 호조로 제도적 결점을 개선하기보다 선거를 앞두고 ‘긴축’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독이 든 성배, 단일통화와 금융허브의 비극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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