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자본과 공권력에 대항하는 노동조합들의 저항이 처절하다. 최근 민주노총은 노동현장에서 해결해야 할 다섯 가지 긴급 현안을 적시했다. 한진중공업의 손해배상·가압류 철회와 해고자 원직복직,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국정조사와 복직 이행,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유성기업 노조탄압 중단, 공무원 해고자 복직 등이다. 엄청난 요구이거나 난해한 내용이기는커녕 대체로 기본적인 노동권을 지켜 달라는 것이다. 특히 한진중공업이 노조를 상대로 “파업으로 인한 재산 손실을 변상하라”며 냈던 158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은 대통령 선거 이후 노동자들을 잇따라 숨지게 한 도화선이 됐을 뿐 아니라 그 성격도 대단히 상징적이다. 파업이라고 하는 헌법상 노동기본권을 노동자들이 행사한 것에 대해 민법상 재산권 손실을 초래했다며 자본이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산권이 노동권을 위협했다고 표현해야 할까. 그런데 이 같은 행위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성립 가능한 논리인가.외환위기 이후 15년 동안 한국경제를 지배해 왔던 시스템을 통상 신자유주의라고 부른다. 신자유주의는 시장의 자율적 조정을 신봉하는 시장지상주의라고도 하고 규제완화나 감세·민영화·작은 정부와 같은 경제·사회정책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런데 신자유주의는 ‘주주 이익 극대화’라고 표현되는 사적재산권의 극단적 옹호체제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사실 규제완화나 감세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 정책 수단들은 자본의 사적재산권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사적재산에 대한 정부의 조세징발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또한 기업의 소유권을 오직 주주로 한정하고 기업의 존립과 경영의 결과를 오직 지분을 소유한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인건비 등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신자유주의가 재산권을 극단적으로 옹호하는 반대편에는 노동권에 대한 철저한 무시가 거울처럼 존재한다. 공식적인 정책 명칭은 ‘노동시장 유연화’다. 재산권의 극대화를 위해 노동비용의 최소화가 필요했고 이를 위해 노동권의 완전한 해체가 필요했다. 정리해고 요건 완화, 비정규직·파견근로 확대, 임금격차 확대, 외주 확대 등 앞서 다섯 가지 긴급 현안을 초래한 노동권 해체가 그것이다. 그 압권은 노동자 파업이라는 노동권 행사에 대해 민법상 재산상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대응하는 행위다. 사적재산권 행사를 위해 노동권이 유린당하는 모습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민주주의 체제에서 과연 재산권이란 무엇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재산권도 인권처럼 천부적 자연권이라도 된다는 것인가. 일찍이 민주주의 이론에 관한 석학으로 알려진 로버트 달은 재산권을 ‘자연권’으로 주장할 근거가 없다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사유재산권에 관한 어떤 논증도 사유재산을 무제한 축적할 권리까지 정당화하지 못한다. 다만 최소한의 자원, 특히 생활에 필수적인 자원 채집·자유와 행복추구·민주적 절차 그리고 기본권 실현에 필요한 자원들에 대한 권리를 보장할 뿐이다.”우리 헌법 역시 재산권을 자연권처럼 무제한 보장한 적이 없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헌법에서 재산권에 대한 조항인 23조는 이렇게 돼 있다.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 그러나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며 공공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재산권의 행사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헌법 119조에서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할 것을 명시하면서도, 동시에 “경제 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있게 한 대목과 상통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희생을 여기서 중단시키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약속한 ‘국민 대통합’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 고삐 풀린 재산권 주장이 다수의 노동자들과 공공의 이익을 위협한다면 일정한 규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지난 15년 동안 모든 보호장치가 사라져 버려 실질적으로 무권리 상태로 된 노동권을 회복시켜 줘야 한다. 해고요건을 엄격히 규제하고 무분별한 파견근로를 제한하고 불법파견을 엄벌하며 모든 노동자들에게 노동 3권을 보장해야 한다. 재산권을 다시 규제하고 노동권을 다시 보호해 힘의 균형을 다시 찾아야 한다. 그래야 “경제 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라는 헌법의 목표가 달성될 것이다. 노동자들의 희생 또한 종결될 것이다. 그러면 국민 대통합으로 가는 길도 보일 것이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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