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사용인구가 3천만명에 육박했다고 한다. 2010년 1월에만 해도 100만대가 넘지 않았던 것을 상기한다면 놀라운 증가세다. 매달 100만명의 신규 사용자가 늘어났다는 것이 아닌가. 이제 스마트폰은 경제적 차원을 넘어 개인들의 일상생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SNS와 연동해 사회·문화·정치적인 지형에도 큰 영향을 줬다. 지난해 카이로에서 월가에 이르기까지 세계를 뒤흔들었던 청년들의 시위물결에도 지대한 역할을 했을 정도다.스마트폰을 대중화시켰던 대부분의 공헌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애플의 아이폰이었다. 그리고 그 활용범위를 극대화시켜 준 데에는 트위터와 페이스북, 그리고 구글의 기여가 있었다. 모두 미국의 유력 IT기업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부상하면서 스마트 시대를 연 것 외에 또 다른 변화를 준 것이 있다. 바로 산업생태계에 관한 것이다. 예를 들어 애플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경직되게 세팅하지 않았다. 공개된 앱스토어 공간을 구성한 뒤 자유롭게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나 개인이 참여하게 했다. 그리고 수익도 3대 7로 공유하는 모델을 채택했다. 그 결과 애플 앱스토어에 올라온 앱이 40만개를 넘을 정도가 됐다. 앵그리버드 등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상품도 나오게 됐다. 트위터나 페이스북도 이른바 인터페이스를 공개하고 외부 애플리케이션과 자유롭게 연결하게 함은 물론, 외부 앱을 추가할 수 있도록 개방형 플랫폼을 열어 두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로 인해 이미 20년 전에 제임스 무어(James Moore)가 주창했던 산업생태계(Industrial Ecosystem or Business Ecosystem) 개념이 다시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중이다. 예를 들어 마르코 이안시티 교수(하버드대)는 산업생태계를 “다양한 기업들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진화하는 곳이며 고객·공급자·유통업체·아웃소싱 기업·관련 제품 및 서비스 메이커·기술제공 기업 및 여타 조직들의 유연한 네트워크”라고 정의한다. 산업생태계 개념은 우리나라에서 ‘재벌이 독식하는 한국의 산업생태계’를 비판하는 개념으로 진화했다. 안철수 교수가 ‘삼성 동물원’·‘엘지 동물원’이라고 비유했던 것도 재벌을 중심으로 수직적이고 폐쇄적으로 구축된 잘못된 하청생태계를 지칭하고 있다. 이른바 닫힌 시스템(walled garden)에서 벗어나 열린 시스템(Open garden)을 지향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4월27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최근의 경쟁양상은 개별기업 간 경쟁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이뤄진 생태계 경쟁으로 변화되고 있다”며 “생태계 경쟁력 강화가 동반성장의 이론적 근거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반성장과 산업생태계 경쟁력을 연결지은 것이다. 정부가 선도적으로 산업생태계 개념을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영역에 적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모두 의미 있고 타당한 얘기들이다. 그런데 여기서 몇 가지 짚어 둘 것이 있다. 첫째, 공생의 산업생태계는 IT와 같은 첨단산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산업에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생태계 구성은 기술적인 이슈가 아니라 경제주체들과 경제환경의 관계에 대한 문제다. 따라서 IT에만 적용될 필요는 전혀 없다. 애플이나 구글의 생태계는 분명 우리나라 통신사나 통신제조업들보다 진일보한 경영방식을 보여 주고 있다. 하지만 산업생태계의 전형이라고 볼 수는 없다. 과장도 많다. 예를 들어 실제 수익에 도움이 안 되는 앱스토어 말고,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이폰 기기의 국제분업 체계에서 중국 선전공장의 살인적인 노동환경은 많은 비판을 받고 있지 않나.둘째, 산업생태계 논의는 몇 개의 대규모 기업집단, 즉 재벌에게 자원을 집중해 주고 특혜를 줘서 선진국을 추격하는 단계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대기업과 중소기업, 생산자와 소비자, 시장과 국가, 교육과 경제가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서로의 역량을 강화하는 가운데 경제를 발전시키는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지금까지 한국경제를 선도한 재벌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암시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금 시점에서 산업생태계 변화는 공생을 불가능하게 했던 두 가지 조건, 주주가치를 앞세우는 경영체제와 노동자를 배제하는 노동시장 유연화체제에 대한 단절로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점이다. 공생의 산업생태계가 지금 필요한 이유는 이익의 독식과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불평등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산업생태계가 파괴될 위험에 몰렸기 때문이다.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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