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새사연의 정태인 원장이 2011년 1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진행한 ‘정태인의 경제학 과외 2부 : 사회경제, 공공경제, 생태경제’ 강연 내용을 수정 보완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구조에 의한 해결 – 게임의 규칙을 바꿔라구조에 의한 해결은 게임의 규칙 자체를 바꿔버리는 것이다. 앞서 두 가지 해법은 구조는 바뀌지 않는다고 가정한 상태에서 사람들의 동기와 전략을 변화시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었다. 우선 악셀로드는 구조적 해결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반복과 정체성 확립을 제시했다. 첫째, 상호작용은 빈번하고 영구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둘째, 자신에 대한 그리고 상대에 대한 정체성이 확립되어야 한다. 셋째, 상대방의 과거 행동에 대한 정보가 많아야 한다. 다시 말해 서로에 대해서 잘 알아야만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많은 실험에서 익명성은 협동을 감소시켰다.1) 보수 구조보수 구조를 바꿔서 협력을 유도하는 것이다. 협력의 보수를 높이고 배반의 보수를 낮추면 당연히 협력의 빈도는 높아진다. 이 경우 실제 현실에서는 물질적 보수와 함께 정신적 보수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투표의 경우, 내가 지지하는 투표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으면 사람들의 투표 의지는 높아진다. 내가 투표하는 행위를 통해 얻게 되는 보수가 원하는 후보의 당선으로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또한 실험에 의하면 협력을 통해 다른 사람의 보수가 높아지는 경우에도 협력의 빈도는 상승했다. 흥미로운 점은 공공재의 경우이다. 분할할 수 없는 공공재의 경우 협력이 높아졌다. 예를 들어 어떤 공공재를 개개인에게 나눠주고 저마다 개별적 수익을 얻게 하는 것보다 공공재를 집단이 공동소유하고 그에 대한 고정된 공동 수익을 얻게 할 경우 협력이 높아진다. 이는 집단정체성과도 연결된 부분이다. 2) 개인의 행동이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구조개인의 행동이 상황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적을 경우 사람들은 협력하지 않는다. 가뭄에 나 혼자 물을 절약한다고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으며, TV 수신료를 내지 않는다고 해서 TV 프로그램이 종영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개인의 행동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일정 수준 이상 커지는 구조를 만든다면 협력은 늘어날 수 있다. 나의 행동을 인해 다음 단계로 진입한다거나 발전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믿으면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환경 문제 있어서 이런 구조 형성이 필요하다. 앞서 물 절약의 경우 내가 물을 절약하면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럴 것이고 그것이 변화를 가져온다는 믿음이 제공되어야 한다.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도 그렇다. 지금 내가 종이컵 하나를 안 쓴다고 과연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럴 것이라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이를 위한 대책으로 현실에서 사용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는 개인이 기여하는 만큼 공공기관 등이 기여해줌으로써 전체 보수를 더욱 커지게 하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행동이 상황을 변화시킬 가능성을 더 크게 만들어 준다. 또 하나의 방식은 개인의 행동이 가져오는 결과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다. 자선단체에서 자선가와 아이들을 일대일로 맺어주는 것이 이런 효과를 노린 방식이다. 내가 기부한 돈이 실제로 어떻게 도움이 되고 있는지를 매우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3) 집단의 크기 많은 연구는 집단의 크기가 커질수록 협력은 줄어든다고 밝힌다. 이에 대한 이유는 많다. 집단이 커지면 배반에 의한 피해가 확대되는 폭도 커지며, 다른 이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도 어렵고, 익명성이 강화된다. 또한 조직 운영 비용도 집단의 크기가 커질수록 늘어난다. 집단 내에서 서로의 행동에 대해 대화하고 조정하기가 힘들어진다. 한 사람의 행동이 상황을 변화시키는 것을 보여주기도 어려워진다. 이런 이유로 일부 논자는 무정부주의적 소집단 네트워크로 공동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경제도 시장경제에 비해 일정 부분 이런 속성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규모에 따른 협력 감소는 금방 사라지며 거꾸로 규모가 커지면서 협력이 증대하는 경우도 있다. 공공재 형성에 있어서 집단의 규모가 커지면 한계비용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때는 공공재가 비경합적이라는 가정, 즉 다른 사람이 사용한다고 해서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몫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가정이 필요하다. 또한 집단규모에 따라 인구의 이질성이 증가하므로 이것이 다양한 사회적 가치나 자원의 확보로 이어질 수 있어서 협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 4) 경계를 명확히 하는 구조공유지의 비극은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공유자원이 가지고 있는 비배재성,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는 성질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유지의 비극을 처음 제시했던 미국의 생물학자 하딘(Garrett James Hardin)은 자신의 논문에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첫 번째 방법은 지도자나 권위의 수립을 통한 해결이다. 지도자가 규제를 설정하고 집행하는 것이다. 정부가 특정 구역, 특정 시기에 어획량을 규제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홉스(Thomas Hobbes)가 이야기했던 강력한 힘을 가진 국가로서의 리바이어던(Leviathan)이 여기에 해당한다. 하딘은 “공유지에서의 자유는 모든 것을 망칠 뿐이다”, “모두가 망하는 것보다는 불공정한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흔히 집단 내부의 유대관계가 강한 경우에는 민주적으로 권력을 잡은 지도자가 등장하고, 유대관계가 약한 경우에는 강한 권력을 가진 이가 지도자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자의 경우 유대관계가 약해서 협력이 쉽게 일어나지 않으므로 강제적인 권력을 선택하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이 지도자의 권위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정당성과 공정한 과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집단이 공통적으로 무엇이 중요한 가치인지 합의해야 하며, 지도자는 사람들이 복종할 수 있는 충분한 강제력을 가져야 하며, 부패하지 않고 특정 집단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신뢰가 필요하다는 연구들이 제시되었다. 단순해 보이지만 그만큼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다른 구조적 해결책이 존재할 경우 사람들은 지도자를 만들지 않는 경향이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사적소유의 도입이다. 공유지를 쪼개서 개인에게 각각 소유권을 주는 것이다. 공공의 재산보다는 개인의 재산이 더 잘 관리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 방법이다. 하지만 바다, 공기, 국방처럼 사적 소유를 설정할 수 없는 경우에는 답이 될 수 없다. 또한 누가 그 재산을 소유하느냐라는 사회정의 차원의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개인 소유의 재산이 더 잘 관리된다는 확실한 보장이 없고, 사적 재산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제도와 비용이 필요하다. 하딘의 해결책은 여기서 끝이 난다. 이후 오스트롬이 세 번째 방법으로 공동체의 자원을 잘 알고 있는 구성원들에 의한 지역적 규제와 제한을 제시한다. 오랜 기간 동안 공유지를 성공적으로 관리해온 공동체의 몇 가지 특징을 정리해본 결과 배제성의 경계를 명확히 관리했다는 점이 우선적으로 꼽혔다. 오스트롬은 “공유지로부터 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 개인이나 가계가 명확히 정의되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5) 응징과 보상의 제도화 협력자는 보상을 받고 배반자는 응징을 받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선택적 유인이라 부른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첫 번째는 제도를 도입하고 운영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다. 개인의 행동에 대해 보상을 하거나 응징을 하려면 그들을 감시해야 한다. 대도시에 살아가는 수많은 개인들의 행동을 감시하고 평가하기는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물을 절약해야 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집에서 물을 얼마나 아끼는지를 일일이 조사한다면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그리고 이는 사생활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협력을 유발하는 제도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협력을 통해 얻는 이익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 또한 감시와 규제는 사람들 간의 충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두 번째는 응징과 보상의 제도 자체가 공공재이므로 무임승차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2차 공공재라 하는데,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된 공공재를 뜻한다. 예를 들어 만들어진 제도를 잘 지키기 위해서는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경찰이나 사법 당국만이 규제를 지키기 위해 애쓸 뿐 일반 개인들은 방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나는 규제가 가져오는 이익은 받고 있지만, 그 규제를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않으니 무임승차자가 되는 것이다. 이를 구분하기 위해 애초의 사회적 딜레마를 1차 딜레마라 부르고, 제도 유지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딜레마를 2차 딜레마라 부를 수 있다. 특히 문제는 1차 딜레마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는 타인을 믿고 적극 협력했던 이들이 오히려 2차 딜레마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는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2차 딜레마는 서로를 감시하고 규제하는 것이므로 신뢰와 협력을 추구하는 이들의 성향에 맞지 않는 것이다. 반면 1차 딜레마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타인을 믿지 못하고 협력하지 않던 이들은 규제를 만드는데 더 적극적이 되어 2차 딜레마 해결에 협조한다. 그래서 결국 협력하는 사람과 협력하지 않는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규제의 정도는 비슷하게 된다. 사회적 딜레마 해결은 매우 민감한 문제이다. 협력에 영향을 주는 매우 많은 변수가 있으며, 아주 작은 변화만으로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오스트롬 역시 공유자원 문제에 만병통치약은 없다고 단언했다. 우리가 계속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배반자를 줄이거나 제거할 수 있는 구조적 변화이다. 이는 앞서도 보았듯이 죄수의 딜레마 게임을 사슴사냥 게임으로 바꾸는 것이다. 사슴사냥 게임에서는 다른 이들도 협력할 것이라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게임의 형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은 커진다. * 정리 : 이수연(새사연 연구원)* 정태인의 ‘네박자로 가는 사회적 경제’ (10)편으로 이어집니다. [insert_php] if ( ! function_exists( ‘report’ ) ) require_once(‘/home/saesayon/script/report/report.php’);report( ” );[/insert_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