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를 막론하고 지금 정치권에서 재벌개혁과 경제 민주화 논쟁이 뜨겁다.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경제위기로 인해 서민과 상인들의 생활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중소기업 경영 사정도 악화일로를 겪고 있는데 재벌 자녀들이 빵가게, 커피 전문점까지 손을 대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선거철을 맞아 정치권에서 민심을 얻기 위해 상투적으로 재벌 때리기에 나섰다고 폄하하지만 이는 상황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는 소치다.지금 우리사회의 양극화와 소득 불평등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고 국민은 좌절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다. 나라 밖에서도 미국 월가 시위대들이 1% 월가 탐욕에 저항하는 99%운동으로 미국 정치권을 크게 흔들고 있는 중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한국의 탐욕을 상징하는 1%로 재벌을 꼽고 있다. 때문에 지금의 재벌 개혁 요구는 결코 일회적 이벤트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재벌 대기업들도 ‘지나가는 소나기’로 잠시 피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지금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가 하면 중국과 동아시아의 부상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전반적인 시대의 흐름과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한국도 복지담론이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고 올해 두 번의 선거를 겪게 되면 정치지형도 크게 바뀔 것이다. 역사적 변동의 한 가운데 서 있는 셈이다. 한국의 재벌도 마찬가지인 듯 싶다. 밖으로는 세계 경제위기라는 도전에 맞서 글로벌 기업으로서 위상을 제고할 기회를 찾아야 한다. 안으로는 3세 경영체제를 승계하기 위한 단계로 진입한 것 같다. 차세대 재계 리더가 될 이재용 사장에게격변의 시점에서 정치공간에 뛰어들려는 한 사람으로서, 또한 새롭게 차세대 재계 리더로서 경영 승계과정에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에게 공개적으로 요구한다. 시대가 변화하는 상황에서 재벌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요구를 피하려 하지 말고 새로운 경제계의 리더로서 이를 능동적으로 수용하고 새로운 기업경영 방식과 기업 문화를 창조할 것을 주문하고 싶다. 지금이야 말로 차세대 경제계 리더들이 새로운 기업문화, 경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 4만 달러 시대를 앞두고 있고, 무역규모도 1조 달러를 넘었다. 삼성전자는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 이 같은 시대에 우리의 정치가 일류를 지향해야 함은 물론이며, 더불어 기업문화와 기업경영, 국내 산업생태계도 일류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지난해부터 국민들이 세계 일류 삼성전자의 젊은 사장 이재용이 아니라 벤처기업 창업자인 안철수 원장에게 열광하는 이유를 새겨보아야 한다.삼성이 한국사회를 위해 해야 할 일첫째, 우리 젊은이를 위한 일자리 여력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삼성의 투자 여력이면 오너의 결심에 따라 충분히 일자리 여력을 확충할 수 있다.우리 국민이 한국 대기업의 선방을 반기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 기업이 잘 되어야 그 만큼 일자리가 늘어나기 때문이 아닌가.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의 88%는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에 다니면서 생활한다. 공기업을 포함해서 대기업 일자리는 고작 10% 남짓이다. 일본만 해도 대기업 일자리가 우리 두 배인 24%에 달하고 중소기업 천국이라는 대만도 중소기업 일자리는 78% 정도다. 미국은 500인 이상 대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절반을 넘는다. 너무 비교가 되지 않는가. 우리 대기업도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20%가 넘는 일자리를 제공했다. 하지만 지금은 삼성전자의 성장이 국민과 함께 하는 성장이 아니라 ‘대기업 나 홀로 성장’이라는 인식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 둘째, 직접 고용여력을 늘리기가 여의치 않다면 중소기업들이 좀 더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도와야 한다. 영업이익 15조 이상 되는 글로벌 기업답게 협력 중소기업들의 이익을 적정하게 보장해주면 된다.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100조-10조’를 돌파하던 지난 2009년, 한 삼성전자 납품 중소기업 사장이 언론사 기자에게 이런 이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삼성전자가 자랑하는 100조-10조의 이면에 협력업체의 극심한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은, 지금은 거의 모두가 아는 상식에 속합니다. 하지만 최근 새로 삼성전자의 사장이 된 분은 협력업체의 납품단가를 무조건 30%씩 더 깎고, 이에 응하지 않는 업체는 무조건 퇴출시키라고 지시했습니다.”(곽정수, <재벌들의 밥그릇>, 2012)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과 동반성장, 법인세로 복지 기여오죽하면 재벌 대기업 구매담당 부서 직원의 임무는 협력 중소기업들의 마진을 무조건 3% 밑으로 낮추는 것이며, 대한민국은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먹여 살리는 구조라고 말하겠는가. 필자는 소기업을 직접 경영해본 사람으로서 충분히 공감이 간다. 삼성이 3세 경영의 가장 큰 화두로 협력사들의 적정 이윤을 보장하며 ‘동반 성장’하는 경영방침을 세운다면, 대한민국의 대부분 기업 또한 그러한 방향을 수용할 것이다. 또한 국민들이 요구하는 재벌개혁은 절반 이상 실현된 것이나 다름없다.셋째, 세금으로 국민복지에 기여하는 것이다. 고용이 불안하고 소득은 오르지 않고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국민들의 복지요구는 점점 커져가고 있다. 당연한 추세다. 복지를 체계적으로 확대하려면 재원이 필요하고 국가의 조세 수입이 더 커져야 한다. 우리나라 재벌 대기업들이 고용을 늘리기도 어렵고, 협력업체와 적정하게 이윤을 나누는 것도 제도적인 문제가 있다면,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여 국민복지에 기여해야 한다.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삼성전자의 실제 납부 세율은 수년 째 10~15%사이를 오가고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법인세율은 22%이지만 실제로는 거의 절반 정도만 납부하는 것이다. 각종 감면 효과가 있을 터이다. 지금 세계는 지난해 8월 미국 억만 장자 워렌 버핏의 부자 증세 제안을 시발점으로 부자 증세 바람이 거세다. 페이스 북을 창립한 20대의 젊은 부자를 포함하여 수 천 명이 여기의 동의했고 유럽에서도 세금을 더 내겠다고 하는 부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세계적인 기업들이 있는 한국에서는 아직 전혀 세금을 더 내겠다고 하는 대기업 오너를 보지 못했다. 이재용 사장이 재벌개혁 해결할 수 있다사회 양극화를 완화시키기고 복지를 확대하는데 재벌 대기업이 세금으로 기여하겠다고 한다면 어떤 국민이 지금처럼 재벌개혁의 목소리를 높이겠는가. 고용 기여도 형편없고, 협력업체 납품 단가를 후려쳐서 이익을 내고, 그렇게 낸 이익으로 세금도 제대로 안내는데 재벌 대기업에 우리 국민이 우호적일 수는 없는 것이다. 시대가 달라지고 있고 세대도 바뀌고 있다. 지금이라도 한국의 1등 기업을 이끌고 갈 차세대 리더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의지를 보여준다면 재벌 개혁과 관련된 실로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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