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400만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며 신용거품 붕괴가 국민생활과 내수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줬던 신용카드 대란이 발생한 지 10년째 되는 해다. 10년 만에 또다시 카드대란 위험이 있다면서 최근 언론매체들에서 경고를 주고 있다. 정말 근거가 있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신용카드와 관련한 몇 가지 지표들은 확실히 나빠졌다. 그 하나는 연체율이다. 1% 수준으로 낮았던 신용카드 연체율이 지난해 다시 2% 수준으로 상승하는 추세에 있는 것이다. 좋은 소식은 아니다. 아울러 카드 가운데 가장 문제가 많은 카드론 사용이 늘고 있다. 사실 10년 전에 카드대란이 일어났던 이유도 단지 카드 발급을 많이 받아서가 아니다. 카드 결제건수가 많아서도 아니다. 카드로 대출을 받았기 때문이다. 카드론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현금서비스도 그렇지만 카드론은 소비자 입장에서 매우 위험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우선 명백히 대출을 받는 것인데도 대출방식이 너무 편리(?)하다. 대출심사도 없고 면접도 없고 그저 신용카드로 긁기만 하면 된다. 도대체 돈을 빌렸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또 하나는 이렇게 편리한 대출인데 이자가 매우 높다는 것이다. 웬만한 신용등급이 아니고서는 카드론 대출금리는 15% 이상, 20%를 넘나든다. 은행 이자의 두 배 이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비싼 이자의 대출을 손쉽게 쓸 수 있다는 것은 전혀 위험에 대한 사전경고나 알림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어쨌든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기가 일어났던 2008년 말 카드론 사용액이 12조원이었는데 2010년 말 15조5천억원으로 늘어났고, 지난해에도 줄지 않고 늘어 15조8천억원이었다는 것이다. 카드론 사용액이 줄지 않는데, 올해 다시금 경제위축 조짐이 보이고 있으니 카드대란 걱정을 다시 할 법하다. 물론 카드론 증가속도가 2002년에 비해 현저히 느리고 신용카드사들의 레버리지 비율도 과도하지 않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카드대란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그러나 문제는 신용카드 하나만 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가계부채라고 하는 큰 틀이 매우 취약해져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까지 가계부채가 축소되지 않고 계속 증가해 가처분 소득대비 가계부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높게 나타나고 있고, 변동금리부 대출이 압도적으로 많은 등 부채구조가 경기변동에 취약한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2010년 이후 새로운 위험요인이 자라나고 있다. 경제위기가 장기화하면서 서민들의 생활자금 대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카드론 증가도 그 일환이다. 2010년부터 늘어난 대출의 경우 저소득층의 대출 증가율에서 비롯됐다. 최근 늘어난 대출의 절반 이상은 3천만원 미만 소득자들이 빌린 것이라는 통계가 나와 있다. 심지어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경우에도 집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생활이나 사업자금으로 사용하기 위한 경우가 절반에 가까운 48.4%를 차지한다고 한국은행은 밝히고 있다. 그러다 보니 소득 하위 20%의 가처분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무려 200%가 넘는다. 전체 국민평균 부채비율이 150% 인 것을 비교해 보라. 경제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저소득층들이 생활자금으로 빌리는 돈은 대부분 은행 돈이 아니다. 신용카드나 저축은행 등 이른바 제2 금융권 대출이 주종을 이룬다. 그런데 이들 제2 금융권은 은행에 비해 이자가 두 배 이상 높다. 신용카드 카드론이 급증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저축은행 대출도 늘어나고 있고 신협·새마을금고 등 서민 금융회사의 대출이 은행 대출에 비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현재 신용카드 위험도 상승을 서민들의 제2 금융권 대출 증가와 위험도 상승의 부분으로 봐야지 신용카드만 떼어서 볼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묶어서 보게 되면 확실히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저신용자나 저소득층, 다중 채무자들의 가계부채 상환 부담이 계속 누적되는 상황에서 경기침체가 길어지면 취약가구부터 단계적으로 연체와 파산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여기에 카드론 대출도 틀림없이 포함될 것이다. 그리고 이 경우 신용카드사를 포함해 저축은행이나 할부금융사 등 제2 금융권은 다중채무자의 연체나 파산 충격에 노출될 수 있는 것이다. 위험을 과장해서도 안 되지만, 한쪽 국면만 보고 과소평가하지도 말아야 한다.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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