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년 역사의 4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세계금융위기로 확산된 지 3년이 됐다. 위기 수습을 위한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었건만 금융위기가 극복된 것은 고사하고 제2의 경제위기 징후가 다시 세계를 뒤덮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더블딥 공포가 배경에 깔리면서 그리스 국가 부도위험이 거의 막바지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중이다. 3년 전의 위기 상황에서 나왔던 거의 모든 현상들이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 신용평가기관들의 줄 이은 신용등급 강등 조치가 3년 만에 재연되고 있다. 유럽 주요 은행들의 부실 우려와 자본확충을 해야 한다는 움직임들도 다시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일본·스위스 국채 등 안전자산 쪽으로의 쏠림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는 모습도 3년 전에 익히 보던 것이다. 부실에 빠진 미국은행에 긴급 수혈을 해 준 적이 있는 중국이 다시 유럽 부실채권을 매입하려는 움직임도 3년 전에 봤던 낯익은 모습이다. 파산과 구제 사이의 극심한 갈등과 혼란도 투자은행이냐 남유럽 국가들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본질은 유사하다.물론 달라진 것도 있다. 각국 정부의 극히 무력한 대처방식과 힘을 잃어버린 국제공조가 그것이다. 미국의 오바마 정부가 지난 8일 두 번째 경기부양책을 발표했지만 2009년 1차 부양정책에 비해 거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G7 정상들이 모였지만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했다. 그리스 국가부도 위험에 대한 유로통화 국가들의 분열은 정도가 심각하다. 경제위기의 확산위험이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이 와중에 미국 통계국은 이달 13일 중요한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미국의 빈곤인구가 4천630만명으로 한 해 사이에 270만명 늘어났으며 통계 작성 5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라는 것이다. 지난해 빈곤비율(15.1%)도 9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미국가계 중위소득은 2009년 5만599달러에서 지난해 4만9천445달러로 1년 동안 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60년대 이후 어떤 침체기보다 빠른 감소율이었다. 14년 전인 96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문제는 이런 미국의 수치가 경제위기 이후 회복세가 정점에 이르러 경제성장률이 3%까지 올라갔던 지난해 데이터라는 점에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빈곤가구는 늘고 소득도 줄어든 상황에서 무슨 요인 때문에 성장률은 3%까지 올랐던 것일까. 가계부문의 소득이 줄어든 대신 기업부문의 소득이 올라갔기 때문이다. 경제위기로 파산지경에 몰렸던 씨티은행과 GM 등 유력 기업들이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던 것을 기억하면 된다. 결국 리먼 사태 3년 동안 각국 정부와 언론매체가 앞 다퉈 보도했던 경기회복의 실체가 어떤 것이었는지를 극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각국의 국민들과 가계는 고용과 소득이 거의 회복되지 못한 채 기업들만 인력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으로 수익률을 회복했던 것에 불과했던 셈이다. 이는 미국의 빈곤율과 소득상승률 이외에 여전히 9% 수준인 실업률, 아직도 하강 추세를 멈추지 않고 있는 주택가격 등을 봐도 명백하다. 가계 입장에서 보면 사실상의 경기침체가 3년째 이어 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식적인 지표경기마저 다시 추락할 태세다.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 밑으로 떨어질 것이 확실하다. 더욱이 미국의 경우 재정수지와 국가채무 악화를 이유로 재정긴축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사회보장성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실업률 증가와 소득하락의 영향 때문에 미국의 건강보험 미적용 인구는 경제위기 이후 4천990만명으로 늘었다. 민간 건강보험 적용대상자는 2008년 이후 2년 동안 무려 3.2%가 줄었다. 그나마 정부부문에서 1.9%가 증가해 겨우 완충을 해 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보장성 지출 축소는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 우리나라 역시 다르지 않다. 경제위기 3년 동안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들은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며 고공행진을 했지만 국민들의 가계소득은 사실상 정체하거나 하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도 이제 제2의 경제위기 국면 초입에 서게 됐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보수도 어김없이 재정긴축과 복지지출 억제 주장을 펴고 있고 대기업과 초고소득층 증세라는 해법은 애써 피해 가려 하고 있다. 그러나 객관적 지표는 가계와 저소득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기업과 초고소득층에 대한 증세가 정의로우며 불가피하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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