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전에 우리는 안전한가?지난 3월에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하고 근처에 있던 원자력발전소가 문제를 일으키자 우리는 TV 화면으로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하는 장면을 보면서도 무감각했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은 엄청나게 긴장하고 불안에 떨었던 것 같다. 그 당시 어느 날인가 진료 중에 간호사가 급한 외국 전화라고 하면서 전화 연결을 해줬다. 미국 LA에 사는 교민이었다. “저희 어머니가 지금 제주도에서 살고 계신데, 병원에 가면 요오드를 처방 받을 수 있나요?” “무슨 일이죠? 요오드는 갑상샘 질환 때나 특별한 경우 아니면 치료에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만…..” “지금 한국은 괜찮아요? 일본 원자력발전소 폭발 때문에 요오드를 사느라고 지금 미국 서부 지역에서는 난리랍니다.” 일본 원전의 사고 정도가 아직은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이 아니고, 바람의 방향이나 조류 등을 고려할 때 너무 염려할 정도는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다. 그래도 그 분은 반드시 어머니를 위해서 요오드를 구해드려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구할 수 있는 방법을 거듭 물어왔다. 일본말로 아까징기(요오드팅크)라고 하는 빨간약이나 몇 개의 요오드 관련 약들을 본 적은 있으나 처방으로는 한 번도 써본 일이 없는 요오드를 어떻게 소개시켜 줄 방법이 없어서 약국으로 알아보라고 얼버무리면서 전화를 끊었다. 참, 어이가 없었다. 우리도 가만있는데, 왜 저 멀리 미국에서 그 야단법석을 치는지 모르겠다. 일본 원전 사고에 과연 우리는 안전한가? 며칠 전 전국에 비가 내렸다. 그 중에는 방사능 물질이 함유된 비도 있었을 것이지만, 정부에서는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연일 발표하고 나섰다. 아마도 국민들이 혼란해 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였으리라. 요즘 언론에서는 방사능 관련 보도를 계속 하고 있고, 심지어 6일 청와대에서 ‘원전·방사능 관련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었다는 소식도 있었다. 물통이나 곡식, 과일 등은 비에 젖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조치를 이미 각 지역에 내렸다고 한다. 지금은 문제가 없더라도 사전에 대처를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정부는 너무 안일하게 문제를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항상 그렇듯이 조류 독감이 유행할 때나 이번 구제역 파동이 일었을 때도 뒷북만 치다가 결국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불쌍한 짐승들을 땅에 생매장하는 것뿐이었다. 정부에서 관련 기관 대책회의를 한 것도 일본 원전 사고 이후 거의 한 달만에 생겼다. 멀리 있는 나라도 아니고 가장 인접한 국가로서는 너무 늦은 대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무관심했지만 점점 환자들이 자꾸 물어오고, 비까지 오면서 방사능 오염 농도가 높아진다고 하니 우려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자료들을 들춰보게 되었다. 아직까지는 방사능 오염 농도가 그다지 염려할 정도는 아닌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과연 정부나 기상청의 발표가 맞느냐는 것이다. 많은 경우 우리는 나중에야 정확한 정보를 내놓는 것을 봐왔기 때문에 불신을 할 수 밖에 없다. 두 번째 문제는 국민의 안전에 대한 정부의 불감증이다. 정부는 북한의 문제나 안보에 관한 문제가 있으면 재빨리 국민들에게 선동하지만, 정작 그 외의 분야에서는 느리기가 달팽이같다. 안보 분야뿐만 아니라 안전에 관한 문제, 국민들의 건강에 관한 문제들은 항상 먼저 준비하고 재빠른 대처를 해줘야 한다. 무조건 말로만 안심하라고 하지 말고. 결국 난리가 나면 고관대작들이나 부자들은 피할 구멍들이 다 있지만 다치고 힘든 사람들은 모두 서민들뿐이지 않는가? 우리는 결코 안전하지 않다 이번 일본 원자력발전소 문제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원전도 대처를 해야 한다. 지금의 상황에서 모든 원전을 없애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대체 에너지 개발이나 에너지 효율성에서 만족할 수준이 안 되었기 때문에 지금은 그냥 두더라도 안전성과 원전 확대 계획에 수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지금 벌어지는 일본 원전 문제도 다소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 방사능 오염은 단기간 강한 피폭도 문제지만 오염된 공기, 혹은 어패류, 곡식들을 통해서 시간이 한참 지나서라도 우리 몸에 들어오게 되는 것도 문제이다. 그리고 방사능 물질의 특성이 수 년, 혹은 수 십 년 동안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체내에 머물면서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며 기형아를 낳게 하거나 암을 유발하는 것이 더 심각하다. 중앙 정부나 지방 정부할 것 없이 항시적인 원전 관련 대책팀을 꾸리고, 늘 방사능 오염 상황을 점검하면서 국민들에게 시시각각 알려줘야 한다. 그러면서도 농산물이나, 가축, 어장들에 대해서 주의를 하도록 하고, 위험이 감지되면 재빨리 각 학교에 야외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준다든지 해야 한다.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정보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항상 상황을 알려주면서 혹시나 있을 상황에 대한 대처를 교육하고 홍보한다면 왜 불안해하겠는가? 지금은 괜찮더라도 혹시나 후쿠시만 원전에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면 우리에게 미칠 영향은 엄청날 것이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방사능 오염에 노출되어 있다. 여러 국제기구에서도 방상성 물질 피폭에 대해서 어느 정도 수치이면 괜찮다고 규정해 놓은 것들이 있다. 대부분 차단되지만 태양으로부터 방사선이 오고 있고, 병원에서는 X-ray 등을 찍고 있다. 사실 이 정도로는 우리 인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웃기는 것은 관련 국제기구들이 인체에 영향을 끼치는 방사능 오염 정도를 규정해 놓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경험에 의한 추측일뿐이라는 것이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에서 규정한 1년에 노출되는 방사선량 1밀리시버트(mSv)가 안전한 범위라는 것도 사실은 안심할 수치라고 장담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과거에는 그 기준이 더 높았었는데, 점점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괜찮다고 하는 수치가 몇 년이 지나면 문제가 있는 수치로 바뀔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는 뜻이다. 더욱이 방사능 오염은 태아에게 해로운데 그 양도 아직은 정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2~18주 내에 있는 태아인 경우 그 위험성은 아주 크기 때문에 되도록 주의에 주의를 더하는 것이 좋다. 임산부의 경우 방사능 오염이 우려될 때에는 외출을 삼가고, 혹시 노출되었을 경우에는 따뜻한 물로 헹궈내면서 비누로 씻어주도록 한다. 보통 사람들도 새삼 손씻기가 강조되는 것은 당연하다. 나는 다시 한번 국민들의 ‘안전’이나 ‘건강’에 관한 문제만큼은 책임 있는 관계자라면 많이 걱정하고, 미리 많은 준비를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하고 싶다. 그리고 미국의 질병관리본부(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에서 말하는 그들의 생각을 옮기면서 글을 마치겠다. “방사능 오염은 아무리 그 양이 적을지라도 이익(의학적 이득 등)이 되지 않는 한 피해야 한다”(Any radiation dose should be avoided unless there is some benefit from that dose.)이 글을 쓰면서도 참 한심한 것은 저 멀리 있는 미국도 누리집에서는 도배하다시피 방사능 오염과 주의할 것에 대해서는 온갖 경고와 자료를 올려놓고 있는데,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 누리집에는 눈 씻고 보려고 해도 방사능 관련 소식은 보이지도 않는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새사연 사이트에 찾아 온 일본인 도시코입니다. 우선 고병수님의 글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일본인으로서 이번 원전 사고를 보면서 저 스스로도 매일 공포와 복잡한 마음을 안고 살고 있고, 동시에 일본이 앞으로 크게 정치 경제적 방향 수정을 해야하는 분기점에 와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어제 위험 레벨 7로 수정 된 봐 있듯 (체르노빌 사고와 등급), 원전 사고 수습은 아직 낙관 할 수 없는 예측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짤게 저의 생각을 정리하겠습니다.
이번 사고의 정부/전력회사/학계의 유착과 결탁을 봐도 원전에 얽히고 있는 정치/기업들의 뿌리 깊은 이권 관계는 분명합니다. 원전 추진하려는 세력들은 보다 안전한 대체에너지로의 전환을 비용적인 문제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저는 수많은 희생과 인류의 미래 앞에서 무책임한 변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일본 정부가 원전을 위해 쏟고 온 비용을 생각하자면, 대체에너지로의 전환이 전혀 불가능하지 않다고 합니다. 이번 사고로 인한 엄청한 대가를 생각하면 원자력으로부터 새로운 에너지로의 전환은 이미 늦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어히려 앞으로 동아시아 협력의 주목적이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원전 대국인 중국, 한국, 일본을 앞두고 이번 후크시마 사고로부터 무엇을 교훈으로 삼아햐 할지 생각하고 싶습니다.
참고로 사막에 태양열 발전소를 만들어 동북아에 에너지 공급 가능하게 만드는 Gobiteck라는 사업도 있다는 것을 최근에 알게 되었습니다. http://www.hss.or.kr/A1159Korean.html
그러므로 문제는 비용이라기보다도 이상동 연구원이 지적하셨 듯, 정치/경제 이권관계 풀기에 있어 보입니다. 그렇다면 한반도의 평화적 관계 구축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낡은 표현을 쓰는 것에 아주 망설이긴 하지만, 원전의 위험에 대해서 계속 경고해 온 어떤 학자 말을 빌리자면, 원전 반대라는 것은 단순히 원전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기는 사회를 지향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정치적인 의사표현이자 실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원전에 반대하고 안전한 대체 에너지로의 전환을 추구하고 싶습니다.
와, 도시코님 반갑습니다.
난 모니카라는 별명을 보고 누군가 했어요.
저처럼 생각이 왔다갔다 하는 사람도 도시코님의 얘기를 들어보니 아,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다시 듭니다.
‘특히 생명을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기는 사회를 지향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정치적인 의사표현이자 실천’이라는 표현은 정말 공감합니다.
비용이니, 효율이니 하는 가치에 어느새 우리도 물들어 있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봅니다.
도시코씨 반가워요.^^ 한국에 계신가요? 새사연 식구들이 안부를 많이 물어왔어요. 저도 일본 사태에 무뎌가는 게 정부의 무사태평 때문인가 자문을 해보기도 했는데요.
아무래도 제일 큰 걱정은 먹거리예요. 소금, 미역, 멸치, 다시마 등 사재기에 나서는 주부들을 보면서 나도 그래야 하나 한참을 서성였는데요.
방사능 비가 내렸다기에 우리 수돗물은 안전한가? 의문이 들더군요. 일이 터진 이상 어떤 처방으로도 피해가기 힘든데… 이 위기만 모면할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가 어떻게 안전하게 살아갈까를 고민해야겠죠.
고병수님> 답변 감사합니다. 사실 저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 까지는 그렇게 원전 반대를 외치거나 무언가를 해온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제 와서 “반대”라고 하기에는 부끄럽지만, 지금 그런 무관심함을 반성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원전 없이 어떻게 살지? 등가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끔 이야기처럼 생각해왔지만, 그것도 일본정부의 “원전은 가장 싸고 안전하다” 라는 허구에 말려들어 온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후쿠시마 이후 저의 생각도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은 이상이 아니라, 앞으로 세계의 필수과제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정은씨> 정은씨 반가워요. 저도 어떻게 지내시나 해서 소식 궁금했어요.
맞아요. 한국이나 일본에서도, 특히 어린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이번 원전 사고가 얼마나 공포와 불안감을 일으켰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파요.
정부는 매번 “당장의 영향은 없다” 고만 말하지만, 방사능의 위험은 몇 십년 지나고 나서 나타난다는 것, 그리고 토양이나 수돗물 음식에 흡수된 방사능이 우리 몸 속에 들어간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지, 명확한 답도 없고…정말, 정확한 정보 공개가 필요하네요.
한국에서 의사나 보건소 등 기관에서 방사능 영향에 대해서 어떤 반응을 하고 있는지 저도 궁금하네요. 저는 지금 한국에 있어요. 또 얼굴 보고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