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후보로 유력한 박근혜가 다시 화려하게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한껏 과시했다. 2011년 3월31일 대구를 방문한 자리였다. 이명박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국민과의 약속을 어겨 유감스럽단다. 박근혜는 동남권 신공항은 계속 추진해야 한다며 다음 대선공약으로 내걸 뜻도 비쳤다. 박근혜의 사진은 대다수 신문의 1면에 대문짝만하게 나왔다. 몇몇 언론은 박근혜를 다시 ‘신뢰의 정치인’으로 추켜세웠다. 심지어 박근혜는 “이번을 계기로 우리 정치권 전체가 거듭나야 한다”고 부르댔다. 어떤가. 먼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박근혜는 동남권 신공항을 추진해야 옳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쟁점이 된 신공항 입지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박근혜는 절대 신공항 입지를 말하지 않는다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 어느 곳일까? 장담하거니와, 박근혜는 두 곳 가운데 하나를 결코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 두 지역 모두로부터 표를 얻기 위해서다. 어느 곳에 신공항이 들어서는 게 옳은지 쟁점이 되고 있는 데 정작 그 문제에 침묵하는 박근혜의 모습에서 ‘신뢰’를 읽는 언론인을 이해할 길은 없다. 더 납득할 수 없는 것은 박근혜가 마치 미디어 법에서도 이명박과 대립했다는 보도가 지금도 여기저기서 나오는 데 있다. 심지어 진보언론도 그렇다. 과연 그러한가. 전혀 아니다. 미디어 법에서 박근혜의 반대는 단지 시늉뿐이었다. 그녀의 요구대로 수정했다고 하지만, 그 수정은 미디어법의 본질과 전혀 무관하다. 무엇보다 박근혜에 묻고 싶다. 이명박이 국민과 지키지 못한 약속이 과연 그것뿐인가. 전혀 아니다. 이명박은 동남권 신공항 공약으로 당선된 게 아니다. 경제 살리기, 그것도 서민경제를 살리겠다며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그럼에도 서민경제를 살리기는커녕 부익부빈익빈을 심화시켜온 경제정책에 대해 박근혜는 지금 이 순간까지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왜 그럴까? 언죽번죽 ‘복지’를 주장하지만 이명박과 기본 노선이 같기 때문이다. 박근혜와 이명박이 마치 정치노선에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소가 웃을 일이다. 박근혜, 이명박과 차이 드러날 땐 언제나 표 그럼에도 한국의 신문과 방송을 보면 마치 박근혜가 이명박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는 착각이 일어난다. 냉철하게 톺아볼 일이다. 그녀가 이명박과 각을 세울 때는 단 하나다. 표가 될 때다. 과연 그것을 두고 원칙과 신뢰를 말할 수 있을까. 더 큰 문제는 그런 무책임한 보도들로 인해 이명박 실정의 수혜를 고스란히 박근혜가 누리는 데 있다. 실제로 이명박과 박근혜는 같은 점이 대부분이다. 차이가 있다면 한 사람은 표를 의식하지 않아도 되고 한 사람은 표를 의식하는 차이일 뿐이다. 그 작은 차이가 신문과 방송의 헤드라인을 차지할 만큼 착시현상은 깊다. 눈 먼 언론이 앞을 다퉈 유포하는 박근혜 착시현상의 귀결은 무엇일까? 이명박 정권이 밀어붙이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대안이나 새로운 사회의 상상력만 실종되는 게 아니다. 박근혜의 대통령 당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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