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약 ■대만 경제는 어떤 성장 경로를 밟아왔기에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를 일굴 수 있었으며, 흔들림 없이 고속성장을 이어올 수 있었을까.오랜 세월 대만 경제의 절반 이상을, 부문에 따라서는 훨씬 더 많은 영역을 국공영 부문이 차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대만 정부가 처음부터 산업 정책의 무게중심을 중소기업에 두었던 것도 아니다. 산업화 초기 국민당 정부의 관심은 국공영 부문을 키우는 데 있었고, 중소기업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시점은 빨라야 1970년대 중반 이후이기 때문이다.그렇지만, 대만 경제의 또 다른 한 축인 민영 부문은 소수의 대기업이 아닌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이끌어온 것이 사실이며, 이들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협력ㆍ분업 구조를 기반으로 눈부시게 성장해왔다. 경제의 태동기에 대만의 중소기업이 폭넓게 성장할 수 있던 배경으로는, 우선 국민당 정부가 처음부터 국공영 기업 중심의 산업 정책을 취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민간 자본의 지나친 집중을 차단할 수 있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국공영 부문이 비대하게 커지긴 했지만 적어도 그 밖의 영역에서는 비슷한 규모의 민간 자본끼리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진 셈이다. 다음으로 대만 인구의 약 85%를 차지하는 본성인의 상인근성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이는 오늘날 이야기하는 창업정신, 또는 기업가정신과 맞닿아있는 사상ㆍ문화적 전통이다.결국 대만 경제의 태동기에 이미 많은 중소기업이 존재했거나 새롭게 만들어졌고, 이들은 국가의 ‘관심’ 밖에서 보호도, 그렇다고 규제도 받지 않은 채 스스로 수출이라는 길을 개척하며 지난 수십년 간 대만 경제와 함께 성장해왔다고 할 수 있다.대만의 ITㆍ반도체 산업은 1980년대 이후 대만 경제를 이끌고 있는 핵심 산업이자 대만 정부가 그 동안의 이른바 ‘온화한 산업 정책’을 벗어던지고 과감하게 개입에 나선 분야로 손꼽힌다.1970년대 이후 대만 정부가 IT와 반도체 산업을 키우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펼쳤는지를 살펴보면, 후발 주자, 그것도 대규모 자본력을 가진 민간 기업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만 정부는 R&D 투자에 나서 상품 개발에 필요한 기술과 인력을 확보한 뒤 이를 민간에 넘겨주는 방식을 택했다. 물론 첨단 인프라를 조성하는 것 역시 정부의 몫이다.대만의 ITㆍ반도체 산업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또 있다. 바로 중소기업들 사이의 분업과 협력 구조다. 반도체 공정은 보통 설계 → 제조 → 패키징 → 테스트 등의 네 단계를 밟게 되는데, 대만에서는 이 네 분야를 서로 다른 기업들이 맡아서 처리한다. 각 공정을 담당하고 있는 업체 간의 철저한 분업 구조는 어떤 의미에서는 단단한 협력 구조라고 할 수 있다.‘좋은 중소기업이 좋은 기업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좋은 기업 생태계가 좋은 중소기업을 만든다.’여전히 중소기업들을 향해 혁신과 글로벌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만을 주문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에서는 어쩌면 앞서 대만 경제의 발자취를 되짚으며 발견한 몇 가지 시사점들보다 이 한 마디가 더 중요한 교훈일지도 모른다. 윤찬영 media@saesayon.org[insert_php] if ( ! function_exists( ‘report’ ) ) require_once(‘/home/saesayon/script/report/report.php’);report( ” );[/insert_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