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혁명, 계급혁명의 파충류.섬뜩한 말들이다. 누가 누구를 겨냥해 던진 말인가를 짚어보면 차가운 분노가 치민다. 그 말을 한 자칭 ‘공직자’는 대한민국 형법을 들먹인다. “자유민주주의를 공산혁명세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제87조와 제91조에서 내란죄를 규정하고 있다”고 부르댄다.그는 이어 무람없이 단정한다. “그 내용을 보면 바로 촛불폭동에 딱 떨어진다.”어떤가. 용기가 넘친다. 패기가 치솟는다. 촛불을 든 민주시민을 무람없이 공산혁명세력의 폭동으로 규정하고 있잖은가? ‘내란’이라고 명토박는다. 감정이 격해서 나온 말실수가 결코 아니다. 숱한 퇴고를 거쳐 출간한 책에서 그렇게 주장했다.심지어 그는 <문화방송>의 ‘피디수첩’을 겨냥해 막말을 쏟아냈다. 피디수첩 뒤에 “자유민주주의를 먹어치우려는 ‘계급혁명’이라는 파충류의 꼬리가”보인단다.촛불 든 국민을 겨냥한 한 ‘공직자’의 증오그의 이름은 민동석. 2008년 4월에 있었던 한-미 쇠고기협상의 한국쪽 수석대표였다. 미국 쇠고기를 전면 개방 해 놓고 비판 여론이 빗발칠 때, 쇠고기 개방은 “미국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라고 밝혀 국민을 아연케 한 ‘공직자’다.바로 그가 갑자기 외교통상부 차관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부자신문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가 실렸다고 용춤 추고 있다. 민동석은 정의가 살아있다고 기염을 토했다.청와대 대변인도 굳이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민동석을 두고 “쇠고기 협상 이후 온갖 어려움과 개인적 불이익 속에서도 소신을 지킨 사람”이라고 추어올렸다. “자기 소신을 지키는 공직자에 대한 배려”라며 “이런 공직자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한 것”이라고 사뭇 당당하게 밝혔다.그랬다. 이명박 정권은 공무원들에게‘권력 앞에 줄서기’를 노골적으로 권장하면서도 전혀 문제의식이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미리 밝혀둔다. 민동석은 부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미국 쇠고기 먹고 세계 어디에서도 광우병 걸려 죽은 사람이 없지 않으냐”고 울뚝밸을 토로했다.얼핏 그럴 듯한 논리다. 하지만 광우병을 경고한 촛불시민 누구도 2~3년 안에 발병된다고 주장하지 않았다. 발병 가능성도 적다고 당시에 이미 밝혔다. 다만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치명적이기에 막아야 한다는 상식을 강조했을 뿐이다. 보라. 일본 정부는 지금 이 순간도 20개월 이하의 미국 쇠고기만 수입한다. 민동석에 묻고 싶다. 일본 정부가 어리석기 때문일까? 그걸 고집해서 일본은 무역 보복을 당하고 있는가?이명박 대통령에 묻는다. 촛불은 파충류인가?다시 이명박 대통령에 정색을 하고 묻는다.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 개방해 놓고 “미국이 우리에게 준 선물” 운운한 자를 대한민국 통상정책의 책임자로 앉히는 게 과연 당신의 ‘소신’인가? 촛불을 든 민주시민을 ‘공산혁명세력’으로 판단하는가? 거기에 ‘파충류의 꼬리’가 보이는가?언구럭 부리며 넘길 일이 아니다. 대통령 스스로 민동석의 ‘소신’을 존중해 발탁했다면 그 물음들에 답할 의무가 있다. 그게 아니라면, 또는 그런 말까지 했다는 걸 몰랐다면, 해법은 명쾌하다. 민동석의 차관 발탁을 당장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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