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 경제자유구역, 인천의 전철을 밟을 것인가?경기도 평택, 화성과 충남 당진, 아산, 서산의 5개 지역에 걸쳐 지정된 황해 경제자유구역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난 2008년 지정된 황해 구역은 인천 등과 함께 우리나라 6개 경제자유구역 가운데 하나이다.평택항과 당진항을 중심으로 국제수준의 첨단클러스터와 대중국 수출 전진기지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2년 넘게 지지부진한 가운데, 급기야 ‘경제자유구역해제 대책위’ 소속의 주민들이 구역해제를 정부에 공식적으로 건의한 것이다. 주민들의 해제 건의는 직접적으로는 토지보상지연 때문에 촉발된 것이다. 토지를 묶어두고도 2년 넘게 보상을 해 주지 않으니 주민들은 생계활동을 할 수도 이주를 할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당진군과 경제자유구역청이 보상을 해 주지 않는 이유는 실제로 이들이 사업시행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원조달에 실패해 결국 대규모 지방부채를 남긴 최초의 경제자유구역, 인천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이런 상황에서도 바로 얼마 전인 지방선거 때까지 지식경제부는 경제자유구역(Free Economic Zone, FEZ)을 추가적으로 지정하고자 하는 사업을 벌인 바 있다. 충남과 강원, 경기와 전남 등의 지방정부들이 자신들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받겠다면서 경쟁적으로 로비에 나섰다. 이번 지방선거 과정에서 주요 후보들의 핵심공약이 된 것은 물론이다. 벌써 시행된 지 6년이 지난 경제자유구역 사업이 국민경제와 산업정책에 있어 어떤 의의를 가지는지, 이와 동시에 어떤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반성은 생략된 가운데 ‘개발이익’에 대한 환상은 선거 국면을 통해 최대한 이용되었다.경제자유구역, 중국을 베끼고 신자유주의를 추종하다.경제자유구역이라는 명칭은 한국에서 부여한 것이고, 실제로는 자유무역지대(Free Trade Zone)의 일종인 특별경제구역(Special Economic Zone, SEZ)으로 분류된다. SEZ의 개념은 1980년대 중국의 경제개혁 조치에서 확립되어 일반화되었다고 평가되지만, 이후 전 세계적으로 대폭 확대되는 과정에서 SEZ의 정책적 목표는 중국과 다른 국가들 사이에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다른 국가들의 경우 SEZ의 정책 목표가 급격히 ‘신자유주의화’된 것이다. 한국에서 경제자유구역의 시작이 IMF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이 본격 시작된 김대중 정부인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최근 수십 년 동안 신자유주의가 확산시킨 ‘시장 근본주의’에 따라 국가의 산업정책은 크게 변화하였다. 한국에서도 개발연대 시기와 같은 국가(관료) 주도의 선별적 산업정책은 폐기되고 심지어 ‘산업정책 무용론’이 확산되었다. 시장보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국가(관료)는 시장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국가의 임무는 규제철폐라는 ‘제도 개선’ 영역으로 축소되어야 하고 국가는 산업정책이라 불러 마땅한 정도의 영향력 있는 정책을 펼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그러나 이전처럼 분명히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해서 신자유주의 시대에 산업정책이 폐기된 것은 아니다. 현재에도 전 세계의 정부들은 예외없이 ‘자본 유치 경쟁’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고 한국 또한 예외가 아니다. 초국적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산업정책이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다. 자본 축적이 성숙해진 한국에서 특정한 산업을 직접 육성하는 정책의 효용성은 약화되었으나, WTO와 FTA 같은 협정을 통해 산업구조를 변화시키고 경제자유구역과 같은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Globalization과 Localization의 합성어)’을 통해 사회경제 구조를 변화시키는 정책의 효용성은 훨씬 강화되었다. 또한 이런 정책들은 고도의 협상력과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관계로 한국에서 산업정책의 관료 주도적 성격도 여전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위장된 산업정책’을 폐기하고 지역 산업정책을 살려야 한다.한국의 경제자유구역 사업은 신자유주의 시대에 변화된 산업정책의 최고 전형을 보여준다고 평가할 수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신성불가침의 영역’이 되어 버린 외국자본 유치가 최고이자 전부인 정책 목표로 설정되었고, 사회경제 구조의 변화는 거의 고려되지 않고 있다. SEZ의 성공 국가인 중국의 경우 사회경제 구조의 변화를 위해 SEZ를 도입한 것과는 본말이 완전히 뒤집힌 것이다.2020년까지로 계획된 경제자유구역 사업은 현재 초기 단계인 개발계획 단계에 있다. 지역의 선순환 경제와 그 자생성을 확보하기 위한 지역산업정책이 실종된 상태에서 외국 자본 유치에만 목을 매달 경우 사회경제적 문제의 발생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토건개발의 성격을 강하게 띠는 개발단계에서부터 토지수용과 그 보상의 문제, 토지 조성 과정에서의 재방재정 파산이라는 강력한 장애물을 만났으며, 외자 유치라는 애초의 목표는 실패하고 있는 중이다.신자유주의가 국가재정의 파산과 부동산 거품의 붕괴로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는 경제자유구역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예정대로 진행된 다음에는 더 큰 재앙이 올 수 있다. 그 재앙의 성격은 “경제자유구역은 한국 속의 ‘외국’이 되어야 한다.”는 어느 지지자의 발언에서 능히 짐작할 수 있다. 특별경제구역을 “특별착취구역”, “새로운 형태의 식민도시화(colonial urbanization)”, “21세기 조차지(租借地)”라고 부르는 비난은 결코 과하지 않다.필자주> 본 글은 매일노동뉴스에도 실렸습니다.
국민들의 주된 화두는 경제인데…튼실한 산업이 그 기반이라 할 수 있겠죠. 또한 기업은 그 본질이 이윤 추구에 있음으로 인해 공익에 대한 사명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다수 국민의 입장에서 국가 전체의 입장에서 장기적 기본방향을 정하고 산업과 경제를 컨트롤해 나가는 역할은 국민을 대표하고 권한을 위임받은 정부의 몫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규제완화가 무슨 예수님 할애비 이름도 아닐진데…입만 열면 규제완화 규제완화 하는데…다 자본의 논리 아니겠습니까? 정부의 산업정책 생산 및 산업구조 조정 기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