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준)(이하 ‘시민회의’)은 국민건강보험료를 소폭 올려 병원비의 대부분을 해결하자는 취지로, 보험료를 현재보다 1인당 월 평균 11,000원을 더 올려야 한다는 정책을 주장하고 나왔다. 물론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강화되어야 하고 이를 위한 재정마련은 현 의료시스템을 개혁하는데 핵심적인 사안이다. 하지만 재정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국민이 먼저 보험료를 인상하자고 제안하는 방식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판단이다. 시민회의의 건강보험 하나로 모든 의료비를 해결하자는 주장은 매우 시의적절하며 광범위한 사회운동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건강보험 하나로 모든 의료비를 해결하기 위한 조건들을 검토하고 보다 적합한 정책으로 만들어 가는 전체 진보세력의 노력이 필요하다. 먼저 검토해 보아야 할 부분은 건강보험료 인상이 보장성 강화로 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인상된 보험료는 대부분 대형병원으로 흡수되고 있고 비급여가 같은 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 규모의 확대가 보장성 강화로 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이 지나치게 민간주도적이고 효율적인 공급자(의료기관과 의료인)에 대한 규제책이 없기 때문이다. 두번째로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와 기업의 부담비율을 확대시킬 수 있는 방안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의료개혁운동집단에서는 지속적으로 정부부담을 적어도 30% 수준으로는 인상해야 함을 주장해왔다. 이번 시민회의의 제안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는 것은 국민들이 먼저 인상을 요구하자는 점에 있다. 이는 시민회의 측에서 주장하고 있는 ‘사회연대전략’에 대한 고민이 더욱 심화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연대의식을 받아들이고 자신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해야 할 대상은 국민이 아니라 국가와 기업이 되어야 한다. 사회연대 전략에서 더 중요한 문제는 현재의 경제상황과 여타 다른 부분의 복지상황이다. 기업과 정부의 책임을 높이는 것과 경제시스템을 복지와 노동자의 생산성에 기반한 복지국가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문제이다. 현재 우리나라 복지국가의 건설이 어떤 원칙과 방향에 의해 진행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어떤 복지든 의미있다”는 것이 아니라 복지국가의 내용과 방향을 초기에 제대로 잡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건강보험제도가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는가 하는 점은 더욱 중요하다. 시민회의의 건강보험 개선운동은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고 보편주의적 원칙을 견지하며 서비스 공급의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의 모색으로 이어져야 한다. 수혜자의 책임만을 우선적으로 강조하는 방식은 보편적이고 역동적인 복지국가의 목표에 맞지 않는 전략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민회의의 건강보험 하나로 운동에는 이 시기 의료운동의 핵심과제인 의료민영화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지금은 각종 의료민영화 법안에 대한 대응과 시도에 맞서 어떻게 대안을 준비하고 국민들과 함께 할 운동을 만들어 낼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정리해 보면 건강보험 하나로 모든 의료비를 해결하자는 운동은 매우 중요하다. 민간의료보험에 내는 국민들의 보험비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민간보험회사들은 민간의료보험을 건강보험을 대체할 수단으로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다. 건강보험이 이대로 필수적 영역을 보험급여하지 못한다면 갈수록 취약해져 갈 가능성이 높고 의료급여 수준의 보충적 공적보험으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건강보험을 강화하고 건강보험으로 대부분의 의료비가 보장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이다. 하지만 필요한 전제조건들이 있다. 영리화된 민간의료공급체계의 공공성과 공적 규제의 확립, 정부와 기업의 책임강화에 대한 국민적 압박, 다른 영역의 사회보험 및 복지시스템의 올바른 구축 방향과 함께 진행되는 의료개혁, 현실적 당면과제인 의료민영화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 등이 그것이다. 이는 단순한 전제조건이 아니라 필수적인 내용이다. 이런 것들이 같이 해결되어야지만 보다 보편적이고 역동적인 복지국가 건설이 가능해 질 것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지금은 우리나라가 어떤 복지국가로 가야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논쟁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민회의가 구상하는 복지국가는 어떤 복지국가인가?이은경 eundust@saesayon.org [insert_php] if ( ! function_exists( ‘report’ ) ) require_once(‘/home/saesayon/script/report/report.php’);report( ” );[/insert_php]
[다른 의견1] 무상급식보다 더 센 놈, 1만 1000원이 만든다
오건호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이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403303&PAGE_CD=N0000&BLCK_NO=3&CMPT_CD=M0006
[조선일보] ‘꿈같은 복지’ 내미는 진보 진영
‘건강보험 하나로’를 무상의료와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고 무상급식과 비교하면서 현실성 없는 정책이라 평가하고 있네요. 근데 갑자기 왠 무상급식? 아무래도 이번 교육감 선거 결과 충격이 큰 듯.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6/08/2010060800122.html
이응경님의 우려는 ‘보험료 올린다고 보장이 좋아질까’이군요. 공감합니다. 이 부분의 논의가 진전되기 위해서는 ①국민건강보험의 재정운영 상황(급여대상을 늘리기 위해 정말 재정을 더 늘려야 하는가), ②의료기관 운영상황(현재 급여수준에 맞는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는가. 즉, 현 급여수준의 총합으로 급여대상을 늘릴 여지는 없는가) 등의 정보가 필요할 것 같군요. ^^
이진석님의 의견을 들으니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님의 의견에 직접적 관련은 없을지도 모르겠는데요, 셋째 의견인 ‘보수지불제도개편’과 넷째 의견인 ‘의료공급체계의 공공성 강화’의 전제 조건은 결국은 의료기관 운영의 투명성 강화가 아닌가 싶은데요. 즉, 의료기관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충분히 공개되어야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되고, 공공성도 강화되지 않을까요? 의료계 종사자분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궁금하군요. ^^
새사연 연구센터의 이상동입니다. 시민회의에도 관계하고 계시는 이교수님의 댓글에 대해 저희들이 많이 반가워하고 있다는 인사부터 드립니다.
먼저 시민회의에는 저희 보고서에서 지적한 것들을 누구보다 깊이 고민하고 실천해 오셨던 분들이 많이 계시다는 점을 저희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당연히 답변하신 내용에 대해서 적극 공감하고 또한 배우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상기하고 있어야 할 점들이 무엇인지를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재확인했다는 정도로 일단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이어서) 다만, 이 선생님의 답변 가운데 셋째 ‘건강보험 하나로’ –> 의료체계 개편의 국민적 동력 이라는 판단에 대해서는 사람들마다 온도차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주로 고용문제를 다루어 왔기 때문에 다른 각도에서 시민회의의 판단에 대해 유보적입니다. 그 이유는 ‘고용보험’을 떠 올리시면 짐작하실 수 있으실 것 같습니다.
첫째, 시민회의에서 접근하는 방식을 ‘고용보험’에도 그대로 적용할 것인가? (예컨대, ‘보험요율 인상’–> 천만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둘째, 한국의 사회보험 체계는 고용(소득)상태가 실질적으로 사회보험의 포괄기준으로 작동한다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사회보험을 토대로 사회적 연대를 확산시키려는 전략은 먼저 고용보험에 우선순위를 두는 것이 옳지 않은가?
시민회의의 운동이 의료공공성 확대라는 소중한 과제를 국민들에게 알려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면서도 이런 점들이 저의 고민으로 남고 있습니다.
정리가 덜 된 글이라… 다음에는 좀 더 정갈하게 ^^
이진석 선생님 반갑습니다. 새사연사이트에도 관심이 있으셨군요..시민회의의 건강보험 하나로 의료비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에는 깊이 동의합니다. 문제는 “다른 부분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거 아니냐”는 부분입니다. 젤 크게 생각되는 것은 국민이 먼저 보험료를 올리자고 주장하는 것이 옳으냐..입니다. 4대강으로 대표되는 mb의 건설위주 정책에 사용되는 재정을 건보재정으로 쓰자는 운동과 우리가 먼저 낼테니 국가와 기업도 들어오라고 하는 것은 아주 다른 접근법입니다. 지금은 복지재정을 확충하고 국가와 기업의 책임을 강조하는 운동이 필요한 시점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재정이 확충되어야 공급자를 통제할 수 있다는 부분도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미국의 예를 들었지만 재정유인책만 가지고는 현재 우리나라의 민간 영리 위주의 공급자를 적절하게 통제하기란 불가능합니다. 특히 재정이 일시적으로 확충되는 시기에 공급자에 대한 압박이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더 좋지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시민회의의 주장이 불충분하다고 느껴지는 것은 “다른 부분을 고민하지 않는 것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재정확보로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래 이진석님은 “보험료가 인상되면, 기업 부담과 정부 국고지원이 자동 증액됩니다”라고 적고 있는데 위 보고서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네요… 누구 말이 맞는 건지…
보험료가 인상되면 기업과 정부부담이 자동 증액되는 건 맞습니다. 제 보고서에서도 그렇게 썼구요 단 현재 8:2 구조에서는 자동 증액되어도 한참 부족하다는 거죠 국민부담이 더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죠 국고가 적어도 30%수준으로는 증액되어야 한다는 것을 주장한 것입니다
저도 건강보험 보장성이 확대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러나,
1. 저는 국고 증액에 더해 현재 4:4인 노동자:기업주 보험료 부담 비율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편적 복지국가’ 들과 달리 다른 사회보장 제도들을 모두 고려할 경우 한국에서는 노동자들이 더 많이 부담하고 있습니다. http://www.left21.com/Photo/Untitled-1.jpg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에게 보험료를 더 내라고 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2. 지금까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운동이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것은 단순히 우리가 무능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기업주들과 신자유주의 정부가 필사적으로 이를 막았기 때문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역주행을 했죠. 그만큼 서로에게 사활적인 문제입니다. 따라서 보험료를 인상한다고 저들이 순순히 보장성을 높일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기업주들과 정부의 능력과 전술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 보험료 인상으로 ‘참여’ 혹은 ‘주인’ 의식을 형성할 수 있다고 가정하시는 것도 공감이 안 됩니다. 그동안은 보험료를 안 내고 있어서, 혹은 너무 보험료가 적어서 주인 의식이 없었던 게 아니니까요. 한겨레 등의 여론조사에서처럼 돈을 더 내서라도 복지를 늘리길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은 주인 의식이 꽤 높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생각합니다.(왜 아니겠습니까. 매달 꼬박꼬박 빠져나가는 걸 두 눈으로 보고 있는데요. ^^) – 이어짐
이어짐 – 오히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보험료 부담이 불공평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대한 반감이 일종의 냉소와 회의를 낳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운동이 보험료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운동 자체를 분열시킬 위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4.
제가 쓴 글들입니다.
보장성 확대하려면 정부ㆍ사용자 부담 대폭 늘려야 http://www.left21.com/article/8183
양보로는 정부 공세에 맞설 수 없다 http://www.left21.com/article/8232
‘돈 더 낼 테니 복지를 달라’는 요구가 위험한 까닭 http://www.left21.com/article/8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