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0825 여성주의] 남녀의 위치가 반대로 뒤바뀐 세계 – 이갈리아의 딸들

지난 8월 25일 목요일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에서 여성주의 시즌2가 열렸다. 지난 모임의 오리엔테이션 이후 정식으로 책을 읽고 진행하는 첫 번째 여성주의 독서모임다운 모임이었다.

이 날의 책은 ‘이갈리아의 딸’ 들로 책을 미리 읽고 와 서로 인상적인 부분과 저마다의 의견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총 7명이 모였으며, 새사연 남성 회원이 참가를 하여 남성적 관점에서의 입장도 들을 수 있었다 (페미니즘을 지향하는 남성의 참여를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남성과 여성의 위치가 반대로 뒤바뀐 가상의 세계 이갈리아!
노르웨이 작가 게르드 브란튼베르그의 장편『이갈리아의 딸들』. 남성과 여성의 위치가 정반대로 뒤바뀐 가상의 세계 이갈리아. 이곳에서는 남성이 가정을 지키고 모든 사회활동은 여성이 책임지고 있다. 현실 세계에서는 아이를 낳는 것이 사회생활을 하며 불리한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이 세계에서는 오히려 아이를 낳지 못하는 사람이 불완전한 것으로 인식되어 중요한 직책을 맡지 못하고, 여성들은 가슴을 그대로 드러내놓고 다니지만 반대로 남성들은 성기를 반드시 가리고 다녀야 한다.
영어로 번역되었을 당시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으며 유럽에서는 연극으로 공연되기도 했던 이 소설은 남녀의 성역할 체계를 뒤집어 바라보면서 성과 계급 문제, 동성애를 둘러싼 논의 등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한다. 또한 이 책은 한국에서도 도서명을 딴 웹사이트 ‘메갈리아’로 사회적 논쟁이 일기도 했다. (교보문고 도서설명 중)

본 후기는 나눈 내용을 문장으로 재구성하여 기록되었습니다.

진보진영에서의 여성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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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에서 젠더 감수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사람을 찾아보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페미니즘이 소위 ‘대의’를 위해 후순위로 밀려나는 것은 80년대 학생운동 시절부터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한국식 진보’의 고질적인 병폐라 할 만하다. 페미니즘은 다른 모든 진보적 가치들과 병치되어야 할 것이지, 마치 기호식품과도 같이 선호 혹은 중요도를 매겨 넣고 빼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진보적인 가치를 내 신념으로 살겠다 하는 건 정말 중요한 결정인데, 어쩌면 지배계급의 입맛대로 구조화시켜 놓은, 조작되어진 가짜 진보를 믿으면서 살아왔다는 것에 대해 회의가 들었다. 요즘 드는 생각은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목숨을 내 걸게 되는 사회가 되니, 페미니즘은 여성의 생존이 달려있다고 본다. 페미니즘 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평가받는 메갈리아의 “우리에겐 다른 모든 가치들보다도 페미니즘이 최우선이다.”라는 모토가 이런 맥락에서는 유효하다고 본다. 이제 우리 모두가 약자와의 연대를 대변하는 진보에서 왜 유독 페미니즘만은 늘 누락되어야만 했는지 진지하게 성찰해 볼 때다.

우리 몸에 대한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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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에 대해서 생각 했을 때, 결국에는 여성의 해방이 아닌 성에 대한 모든 관점에서의 ‘진정한 인간 해방’ 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지난시간 우리 모임에서 확인 했었다. 이갈리아의 딸들은 미러링 기법을 사용한 문학작품으로서 40년 전에 세상에 나온 작품인데, 언어에 숨어있는 남성 중심적 사회의 여러면을 보여주며 남성이 기준이 된 실제사회의 치우침 정도를 적나라 하게 보여주었다. 또한 성역할의 자연스러움과 기득권의 유지를 위해 정해진 것에 대해 생각할 기준점을 보여준다. 이런 부분들을 2016년의 한국사회에 비추어 보았을 때, 시간의 흐름이 무색하도록 젠더감수성이 아직도 풍부해지지 못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갈리아의 딸들에는 생물학적인 성과 사회적인 성이 동시에 등장한다. 우리의 외모에도 두 가지 측면이 모두 존재하는데, 실제 세상에서 우리의 몸에 대한 평가는, 특히 여성의 몸에 대한 평가는 사회적인 성의 역할에 더 비중을 둔 평가를 받고 있다. 직관적으로는 각종 미인대회를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움이나 이상적이라는 말 자체가 기준이 있는 것이고 그 기준에 준하는지, 준하지 않는지 여부를 따지는 것인데, 그 말 속에는 신체의 기능이나 관점이 철저히 배제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사실 저 움에 대한 말이 마음에 드는 것은 다이어트에서 피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임신을 하지 않더라도 움은 뚱뚱하거나 날씬할 수 있다.

엄마에 대하여
부모님께서 맞벌이를 하시는데, 어머니가 소위 말하는 슈퍼 맘이시다. 능력도 좋고 집안일을 다 하는 사람이었다. 어릴 때는 ‘엄마는 참 대단한 사람이구나’ 했는데, 지금은 엄마는 참 불쌍한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시대는 빠르게 변했다고 하지만 우리 삶 속에서 여성주의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책 구절에 보면 아이가 성폭행을 당했을 때, 움이 ‘내가 거기를 가지 말라고 했잖아.’ 라고 말하며 더 조신하고 조심해야 할 것을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 참 불편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책을 보면서 가장 불편했던 점은 나도 모르게 反여성주의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이다.

유리벽과 유리천장
남성위주의 회사인데, 우리의 임원이 10명 정도 되었고, 부서가 50개 정도 되었는데 여성 임원의비율은 10명 중에 1명이다. 사실 승진을 하려고 하면 주요 부서 출신에다 항시 대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 자리들이 여자에게 부적합하다는 인식이 존재한다. 승진 가능한 주요 부서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데, 유리천장이 아니라 유리벽이라는 말이 존재한다. 유리천장이 위로 올라가고 싶지만 막혀있는 것을 뜻한다면, 유리벽은 임원 승진이 가능한 팀에 속해야 하는데, 그 팀으로 이동조차를 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여성 임원이 안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구조적인 시스템이 있다.

내가 속한 조직은 여성이 더 많은 조직인데도 남성이 주요 요직에 앉아 있다. 조직 내에서 여성이 훨씬 더 일을 잘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남성이 남을 것이라고 생각해 그들을 주요 간부로 승진을 시킨다.

서울시의 경우, 박원순이 취임했을 때는 국장급 간부 중 여성이 1명 밖에 없었다. 이 것을 시장이 의식적으로 올리기 위해 노력하여 지금은 약 20% 정도가 여성 간부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여성을 국장을 시키기 위해서는 여성 과장도 많아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한다. 사실 리더의 의지와 관점이 중요하다.

‘밥’에 대해서
“맞벌이를 하고 있어 주말에만 부부가 같이 밥을 먹는다. 밖에서 주로 외식을 하게 되는데 밥을 안 했을 때 누가 미안한가? 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나는 그래도 ‘집밥을 먹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내 남편은 내 아내에게 집밥을 먹여야 한다’ 는 생각은 안 하며, 사먹는 것에 대해서 불평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남편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
이 책을 보면서 자신과의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이 관심이 가져졌다. 책에서 그려지는 여성이 주도를 가지고 있는 사회가 현실보다는 좀 더 낫구나 라는 생각이 든 것도 사실이다.

알게 되니 내 이야기
대학교 때 이 책을 처음 읽었다. 어릴 때 읽었을 때에는 상상이 안 되고 소름끼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읽어보니 예전과는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이갈리아의 맨움의 세계는 내 이야기였고,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기준이 남성
여기에 보면 농부라는 언어에 대한 후기가 나온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이 언어의 기준은 남성이다. 사실 언어뿐만 아니라 과거 과학 실험도 남성만을 대상으로 실험하여 발표한 경우가 많다. 이처럼 많은 기준이 남성인 것을 이 책을 통해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남성이라 직업을 가지지 못한 적이 있는가
이 책의 1장을 보는데, 사실 남성이라 직업을 가질 수 없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적이 없어, 그럴수도 있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역차별이라는 단어를 요즘 종종 쓰는데, 사실 역차별은 기존의 차별만큼을 메꾸고, 더 나아가 뛰어넘어 차별하는 건데 그 것은 아직 말도 안 되는 말이다. 여성이 약자인 이 사회에서 남성은 여성의 불안을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니면 시스템적으로 강제성을 부여하는 것도 방법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면 남성의 육아휴직 증대를 위해 아주 극단적일수도 있지만 남성이 무조건 먼저 육아휴직을 써야지만 여성이 육아휴직을 쓰는 방법 등이다.

그리고 우리는 물어봐야 한다. 여성주의는 건강한 여성상을 추구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다면 건강한 남성상은 무엇인가? 우리 사회는 남성에게는 그런 프레임을 씌우지 않는다.

여성의 임신과 출산, 월경은 이갈리아에서 어떻게 다뤄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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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 책의 모든 부분이 인상적이었지만, 그 중에 임신과 출산 그리고 여성의 월경을 바라보는 관점이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양성의 신체적, 물리적 차이를 인정을 한다. 이는 선택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차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떠한가? 힘의 구조 속에 학습되어진 관념에 의해 나도 모르게 차별 받고 있다.

출산이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기에 여성은 남성은 생각지도 못한 수 많은 일들을 감당해야 한다.그러한 변화를 축복이라고 표현은 하지만 사회가 긍정적이거나 적극적으로 환경을 제공하느냐 물어보면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출산에 따라 오는 수많은 변화와 책임은 부여하는 현 사회는 생명 존엄을 이유로 출산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제공하는 것엔 인색하다. (낙태를 찬성한다는 의견이기보다는, 내 자궁이니 나의 결정을 가장 존중해줬으면 하는 바램인 것이다.)

본 책에서는 월경이 생명, 순환이라는 부분에서 가장 자연적이며 자랑스러운 일로 표현된다. 그리고 그 능력이 없는 남성의 경우, 자연적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2등시민으로 다뤄진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월경은 금기시되며 부정한 일로 표현된다. 박이은실의 책 ‘월경의 정치학’은 월경이 종교, 시대, 민족에 따라서 어떻게 다뤄져 왔는지를 말하는데, 시공간을 초월하여 긍정적으로 표현되었던 적은 거의 없다. 그리고 호부호형을 못 하는 것처럼, ‘그날’ 등 다른 언어를 사용하여 부르기도 한다. 그 것은 아주 은밀한 것이니까. 하지만 월경이 없다면 현 사회가 요구하는 임신, 출산은 당연히 없다.

여권은 신장되었는가
사회 일원으로서의 여성이 역할이 더욱더 다양하게 부여된다는 점에서는 발전했다고 본다. 하지만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자리에 여성이 진출했는가를 물어보면 옛날보다 많이 가기는 했지만 현저하게 낮은 것도 사실이다. 더 나아갈 길이 있지만 어머니 세대와 비교하면 분명이 신장되었다.

책을 읽고 토론하는 첫 모임이었지만,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로 열정적이 이야기가 오간 자리였습니다. 다음 모임은 9월 8일 목요일로 주제 책은 록산 게이의 ‘나쁜 페미니스트’ 1장 입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 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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