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앱(App)의 등장과 스마트폰 정치의 출현 애플의 앱스토어에서는 지금 ‘오바마 앱(App)’이 큰 화제다. 지난 6월에 등장한 ‘오바마 앱’은 미국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뉴스를 소개하고 토론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을 이용해 정치기부금 모금에도 동참할 수 있도록 한 이른바 ‘정치 어플리케이션’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 ‘오바마 앱’을 활용해 새로운 전자정부를 실험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소셜미디어가 만든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수식어를 단 오바마 대통령다운 발상과 시도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스콧 브라운’ 상원의원은 공화당이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 앱을 통해 선거에서 큰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워킹에지’라 불리는 이 앱은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의 주소를 스마트폰 지도에 표시해줌으로써 선거운동원들이 효율적인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한국에서도 지난 6월 2일 지방선거에서 네티즌들이 자신의 투표를 증명하는 이른바 ‘인증샷’을 트위터에 올리는 등의 방식으로 투표를 독려하는가 하면, 선관위도 후보자의 약력과 공약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지방선거용 앱을 개발해 제공하기도 했다. 이렇듯 다양한 정치실험들과 함께 바야흐로 ‘스마트폰 정치’가 시작되고 있다. 인터넷과 정치영역의 관계의 발전 거슬러 올라가보면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던 1990년대에 인터넷이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주목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인터넷의 확산이 산업과 경제영역 나아가 사람들의 생활방식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예측은 많았지만 그것이 대중의 정치참여 확대와 민주주의의 진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는 얘기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우선 인터넷을 통한 새로운 미디어의 출현에 반신반의했으며, 설사 그것이 가능하다 해도 그러한 뉴 미디어와 대중의 온라인 정치참여가 현실 정치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기엔 변수가 너무 많다고 여긴 탓이다. 게다가 수십년 전 TV라는 당시로서는 가히 혁명적이었던 뉴 미디어와 기술의 출현이 오히려 정치에 대한 혐오와 냉소를 가중시켜 대중을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했다는 평가가 내려지면서 ‘인터넷 정치’는 기껏해야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치든가 중우정치(衆愚政治)로 전락할 것이라고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은 빗나갔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경제와 산업영역 이상으로 정치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이후 나타난 몇몇 극적인 사건들만으로도 충분히 확인이 가능하다. 이처럼 오프라인 공간에서 자신의 정치적 견해나 입장을 드러내지 않던 대중은 인터넷 공간에서 정치 논쟁과 토론에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새로운 정치참여의 다양한 모델들이 실험되는가하면 실제로 예상을 뛰어넘는 커다란 정치적 변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던 것이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뒤 인터넷 확산 초기의 온라인 정치실험은 지나가고 다시 웹2.0 시대가 열리게 된다. 쌍방향의 소통과 참여ㆍ공유ㆍ개방이라는 새로운 가치들이 등장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다시 정치영역에서 새로운 변화와 신화들을 만들어 냈다. 다시 시간이 흘러 스마트폰이 등장하자 이번엔 모바일 웹2.0 시대가 열리면서 다양한 영역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스마트폰 혁명의 변화속도와 파급력이 이전의 어떤 정보통신기기가 낳은 변화보다 빠르고 크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것이 정치영역에서 얼마만큼 큰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깊이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특히 한국사회는 새로운 기술이 출현하는 경우 그 기술이 경제와 산업 측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대단히 발 빠른 분석과 전망이 이루어지는 데 반해 정작 정치ㆍ사회적 영역에 대해서는 깊이 사고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인터넷 공간에서 대중의 정치참여가 극적인 방식으로 표출되고 나서야 뒤늦게 사후해석이 난무하는 경향이 반복되곤 했던 것이 사실이다. 새로운 기술이 출현한다고 해도 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의 문제는 결국 한 사회가 어떤 선택을 하는가, 또 어떤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가의 문제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치의 모바일 웹2.0화, 모바일 웹2.0의 정치화 스마트폰 혁명이 정치영역에 미치는 영향을 두 가지로 구분해서 본다면, 하나는 스마트폰 혁명이라는 새로운 기술 변화, 또는 트렌드가 기존의 정치영역에서 활용되는 측면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 정치영역 안팎에 있던 다양한 정치행위자들이나 구조들이 스마트폰 혁명을 통해 정치영역 안에서 재구성되는 측면이다. 전자의 경우는 스마트폰 보급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자 기존의 정치인들이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구입해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것, 또 정당이나 정부가 스마트폰용 앱을 개발하고 이를 배포해서 국민과의 접촉면을 늘리는 것 등이 해당된다. 이로 인해 정치인들은 실시간으로 시민들과 토론하고 자신들의 일상생활과 고민을 내보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시민들 역시 지금까지는 정당이나 시민단체를 통해서만 정치인들과 접촉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직접 정치인들과 토론하고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새로운 민주주의의 도구를 갖게 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치인들이 단순히 유행을 좇아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것을 넘어 시민들의 정치참여를 활성화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 어떤 정치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제공할 수 있는가의 여부다. 결국 시민들의 참여를 촉진시키는 정치 콘텐츠의 발전과 확산 없이는 모바일 웹2.0의 ‘정치적 활용’은 정치인들의 패션 트렌드 이상을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실제 소셜미디어나 스마트폰을 잘 활용한다고 평가받는 정치인들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의견수렴이나 여론조사를 하는 것은 물론, 기존 정치인들에게서는 볼 수 없던 진솔한 고민들을 토로하는 등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는 정치인들이다. 더 중요한 것은 후자다. 즉 기존에 정치영역에 포함돼있지 않던 것들이 스마트폰과 모바일 웹2.0 기술을 통해 정치의 영역으로 재구성되고 기존 정치영역의 주체들이 완전히 변화하는 경우다. 더불어 새로운 정치참여 방식이 등장하는가 하면 권력과 정치 정보의 이동방식이 변하면서 정치영역의 구조를 아예 뒤바꾸는 경우마저 발생한다. 가령, 웹2.0 시대의 인터넷 정치는 유선 인터넷망을 통해 단일 의제에 접속한 대규모 군중이 집결하는 형태였다면 모바일 웹2.0 시대의 정치는 개인들의 관심사와 의제가 더욱 주목받게 되면서 더욱 다양한 의제들이 실시간으로, 언제 어디서건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이것이 통합적으로 전개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스마트폰과 모바일 웹2.0이 가지고 있는 실시간성과 이동성이라는 특징이 발현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인들이 제시하는 다양한 생활적 의제들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고 이것이 거꾸로 기성 미디어나 정당, 정부 등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미디어와 정치영역의 관계도 변할 수 있다. 알다시피 정치와 미디어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특히 미디어는 정치의 매개자 역할을 함으로써 대중에게 정치적 이슈나 의제를 이해시키고 결집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일례로 전국적인 범위로 배포되는 신문의 발전과 정당의 발전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 기존 전문가들의 연구결과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제는 스마트폰의 보급과 소셜미디어의 급격한 발전으로 기존의 정치영역과 미디어의 결탁관계를 거치지 않고 대중이 직접 정치영역에 접속하고 소통하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통로가 생긴 것이다. 정치인들도 기존 미디어와의 결탁ㆍ공모를 통해 정보를 통제하고 특정 이미지나 의제를 시민들에게 제시하는 것이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다. 정치정보가 이동하는 흐름과 통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로 인해 대중이 실시간으로, 언제 어디서나 정부와 정당의 정책, 활동을 모니터링 할 수 있게 되었고 그에 대한 반응 역시 실시간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지난 웹2.0 시대에 논의되었던 거버넌스라는 개념이 민간 전문가나 시민단체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시민들에게 직접민주주의 수준의 참여를 보장하는 모바일 웹2.0 시대의 새로운 정치가 가능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부와 정당, 미디어의 고민도 더 깊어져야 한다. 과거 웹2.0 시대에는 권력의 흐름이 중요해졌다면 실시간성과 이동성이 추가된 모바일 웹2.0 시대에는 “흐름이 바로 권력”이 된다고 할 수 있다(이재열·송호근, 2007). 모바일 웹2.0 시대의 직접민주주의 정치를 가로막는 장애물들 스마트폰이 낳은 모바일 웹2.0 혁명이 정치영역에서 더 많은 시도와 진정한 변화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전제되어야 할 것들이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굉장히 상징적인 정치실험들이 전개되었는데 이렇게 등장한 새로운 정치적 시도들은 향후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더 넓게 확산되면서 더 많은 영향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핵심적인 문제는 오프라인, 즉 현실 정치에서 제도적 개선과 발전이 이러한 변화에 상응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모바일 웹2.0 혁명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면서 광범위한 변화를 낳는다고 해도 현실에서 법ㆍ제도적 변화와 인프라가 뒷받침되고 시민들의 정치참여를 추동하는 다양한 콘텐츠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시민들의 정치참여 확대와 같은 민주주의 발전은 요원한 일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지방선거에서 한 연예인이 투표 후에 이른바 투표 인증샷을 트위터에 올린 것에 대해 선관위가 선거법상 위법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사건이다. 이미 대중은 스스로 다양한 정치참여 방식을 개발하고 실천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법ㆍ제도의 개선 또는 인프라의 정비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무선인터넷, 또는 스마트폰판 정보격차도 고려해봐야 할 문제다. 상당수의 정치정보가 디지털화되고 실시간 소통과 감시, 모니터링, 토론과 의견개진 등 스마트폰으로 인한 새로운 정치행위의 발전이 빠르면 빠를수록 여기에서 소외되는 계층도 빠르게 증가하기 마련이다. 이렇게 특정계층과 집단만 정치정보에 빠르게 접속하고 소통할 수 있다면 이는 오히려 정치영역에서의 정보격차를 확대하고 사회갈등을 더 증폭시키는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정부와 정당을 비롯한 정치영역의 행위자들은 이제 정치정보와 참여에 대한 양극화, 격차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스마트폰의 확대가 시민들의 자발적 정치참여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기술발전에 뒤따르는 법과 제도의 개선이 정치참여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한때 세계 언론은 지금은 고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인터넷이 만든 최초의 대통령’이라고 칭했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 인터넷의 확산을 기반으로 한 정치영역에서의 새로운 시도와 대중들의 열성적인 참여를 통해 한국정치는 한 단계 성숙하고 발전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소셜미디어가 만든 최초의 대통령’이라고 평가 받고 있다. 2008년 당시 대통령선거에서 소셜미디어의 힘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치실험을 단행했고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은 스마트폰 혁명을 필두로 모바일 웹2.0 시대가 정치영역에서의 새로운 민주주의 발전을 촉진하고 있다. 어쩌면 몇 년 후에는 ‘스마트폰이 만든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