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세종고등학교 프로젝트 팀 Happy Society조입니다.

바쁘실텐데, 저희가 직접 이렇게 연락을 드리는 이유는 학교 프로젝트를 준비 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에서 출판하신 “분노의 숫자” 라는 책을 읽고, 질문이 있어서 연락을 드립니다.

저희팀의 주제는 ‘GDP와 행복지수의 연관성’ 입니다.

첫번째는 많은 사람들이 경제력에 비해 자기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 라고 합니다. 행복한 상황일수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삶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 하는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두번째는 책에서 해결방안으로 시행해야되는 정책들과 많은 방향을 제시해 주셨는데, 저희 주제에 대해 해결방안으로 지금 사회에서 저희가 실질적으로 어떠한 노력을 해야될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녕하세요, 새사연입니다. 새사연의 <분노의 숫자>를 읽어보셨다니 반갑네요.
그럼, 질문에 대한 간략한 답변은 아래와 같습니다.

Q. 첫번째는 많은 사람들이 경제력에 비해 자기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 라고 합니다. 행복한 상황일수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삶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 하는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A. 우선 질문에는 ‘경제력이 높아지면 행복하다’라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것 같네요. 여기서 경제력은 일반적으로 소득 수준이라고 이해하면 되겠지요. 쉽게 말해 돈을 많이 벌면 행복해야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대한 질문인데요.

이 질문을 듣고 나서 저도 두 가지 질문이 들었습니다. 첫째, 과연 지금 한국사회의 일반 시민들의 소득 수준이나 경제생활이 그토록 풍족한가? 둘째, 소득수준과 행복은 상관관계가 있을까?

신문이나 뉴스만 봐도 생활고 때문에 자살하는 사람들의 소식이 나옵니다. <분노의 숫자>를 보시면 알겠지만, 최저임금도 못받는 노동자가 200만 명이 넘고, 비정규직이 절반 가까이에 이릅니다. 여기에 의료비, 주거비, 교육비 등의 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고요. 자세한 수치들은 <분노의 숫자>를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한국사회 전체로는 GDP 수준이 세계 15위라고 하지만, 그 성과가 일부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한정되어 있어 실제 일반 시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지는 못했다고 봅니다. 즉, 한국사회 대부분의 시민들의 경제적 상황은 행복하다고 말하기에 객관적으로 부족한 수치일 수 있다는 거죠.

그러면 모두가 정규직이 되고, 월급이 높아지고, 불평등이 해소되어서 소득 수준이 지금의 2배, 3배가 되면 사람들은 2배, 3배만큼 행복해질까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 ‘이스털린의 역설’이라는 연구입니다. 1974년 미국의 경제학자 이스털린(Easterlin)은 세계 30개국의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 국가의 소득수준이 증가하더라도 국민의 행복이 증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첨부한 그림이 이스털린의 역설에 나오는 그래프입니다. 평균소득은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지만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수준은 큰 변화가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소득의 증가, 다시 말해 경제성장은 행복으로 곧장 이어지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행복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은 무엇일까요? 이는 행복을 무엇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행복에 관한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종합하여 요인들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제가 말씀드릴 것은 그런 요인들을 추측해볼 수 있는 한가지 이야기인데요. 우선 최근에 주목을 받고 있는 행동경제학이라는 학문에 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행동경제학은 인간이 언제나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인간의 판단에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기본전제로 하는 경제학입니다. 여기서 밝혀낸 중요한 사실 중 하나가 사람들이 어떤 일을 판단하거나 결정할 때, 준거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입니다. 준거점이란 기준이 되는 어떤 점인 것이고, 이 기준과 자신의 상태를 비교해서 판단을 내린다는 것이지요. 즉, 내가 남보다 잘사는가 아닌가를 판단할 때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어떤 수치를 가지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내가 내 친구랑 비교했을 때 더 잘 사는지, 내가 내 이웃과 비교했을 때 더 잘 사는지와 같이 비교대상을 두고 판단한다는 거죠.

이러한 준거점 이론을 한국사회에 적용해볼까요? 현재 한국사회에는 불평등이 매우 심각합니다. 잘사는 소수의 고소득자가 있고 못사는 다수의 대중이 있죠. 일반 대중들은 자신보다 잘사는 고소득자를 준거점으로 놓고 자신의 상태를 판단합니다. 그러면 당연히 자신의 처지에 대해 비관하게 되겠죠. 게다가 자신이 아무리 일해도 그들만큼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면, 그들이 정당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면 더욱 비관하게 되겠죠. 결론적으로 준거점 이론에 의하면, 불평등이 심한 사회와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에서는 행복도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Q. 두번째는 책에서 해결방안으로 시행해야되는 정책들과 많은 방향을 제시해 주셨는데, 저희 주제에 대해 해결방안으로 지금 사회에서 저희가 실질적으로 어떠한 노력을 해야될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A. 불평등이 심한 사회와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에서 행복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 반대로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불평등을 해소하고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면 될 것입니다. 새사연이 <분노의 숫자>에서 제시하고 있는 많은 정책들도 그러한 내용들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실질적 노력은 무엇이 있을까를 질문하셨는데요. 세상을 바꾼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어서 당장 어떤 일을 하라고 말씀드려야 할 지 고민이 되네요.

우선은 우리사회에 불평등이 심각한 문제라는 점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출발점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향후 성인이 되어 투표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정치 활동을 하게될 때, 불평등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선택을 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행복이라는 것이 돈을 얼마나 버느냐에 달려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그렇다면 내가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인지를 생각하고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또는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 최소한으로 필요한 돈은 얼마인지를 생각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