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비핵화가 쉽지 않은 이유

By | 2020-01-15T17:24:32+00:00 2020.01.09.|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심각한 시선이 사태를 감돌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무언가 간단치 않은 문제가 존재함을 감 잡기 시작했다. 북한의 비핵화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무언의 시각 변화이다.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직후 낙관적 전망이 우세했던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진 풍경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비핵화를 통해 개혁개방의 길을 걸음으로써 경제적 번영을 추구할 것으로 추측했다. 정확히는 그러기를 희망했다. 북한의 혈맹인 중국이나 가까운 우방인 베트남이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적 번영을 누리고 있듯이 북한 역시 그러한 길을 걷는 것 이외에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보았다.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과 베트남을 북한의 미래를 점치는 텍스트로 간주하는 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판단 착오는 바로 여기서 발생했다. 중국과 베트남, 북한 사이에 존재하는 결정적 차이를 놓친 것이다.

북한 지도층에게 제일의 이해관계는 무엇일까? 두말할 필요도 없이 ‘체제 유지’이다. 북한 지도층은 이 지점에서 극도의 긴장감을 품고 있다. 북한 지도층은 이라크 후세인과 리비아의 가다피 정권이 겪은 비참한 말로를 두 눈으로 지켜보았다. 북한 지도층은 장기간에 걸쳐 미국과 대치하고 있는 입장에서 자신들 역시 안전지대가 아님을 늘 경계하고 있다. 그런 북한 지도층에게 중국 혹은 베트남 식 개혁개방을 거론하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지극히 위험천만한 이야기로 들릴 수밖에 없다. 왜 그럴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중국과 베트남 지도층은 체제 유지에서 상당 정도 안전지대에 놓여있다. 중국은 한국전쟁 때 미국과 군사적 대결을 벌여 적어도 무승부를 기록했다. 베트남은 미국과의 10년 전쟁에서 완승을 기록했다. 미국이 군사적으로 중국과 베트남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두 나라 모두 통일된 상태에서 공산당의 헤게모니가 확고하게 확립되어 있다. 체제를 위협할 내부 적이 딱히 존재하지 않는다. 체제 유지에 자신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바로 이러한 조건에서 사회주의의 적으로 간주했던 해외 자본을 안방으로 끌어들이는 개혁개방을 추진할 수 있었다.

북한은 확연히 다른 것이다.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 상태이다. 남한은 북한에 비해 인구가 두 배나 많은 뿐더러 경제력에서 비교 자체가 무의할 정도로 압도적 우위에 있다. 여기에다 미국이 코 밑에서 대치해 왔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은 중국의 지원에 힘입어 가까스로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미국은 북한을 설욕 대상으로 간주하면서 지속적인 압박과 적대 정책을 펼쳐 왔다. 미국은 북한을 인정하기조차 꺼렸다. 그런 미국과 남한이 동맹관계를 유지하며 북한 체제를 위협해 왔다.

이런 맥락에서 보자면 북한은 한미동맹 해체와 함께 미국이 한반도에서 멀찌감치 밀려나 주는 조건에서 비핵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핵개발 추진 과정을 면밀하게 들여다보면 북한 지도층의 이런 속내가 드러난다. 북한 지도층은 본토에 대한 핵 타격 능력을 보유하면 미국이 LA의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서울을 사수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 본 것이다. 이 점에서 단순한 믿음을 갖고 있었는지 모른다.

문제는 북한의 기대와는 달리 미국은 정반대 계산을 해 왔다는데 있다. 미국은 중국과 패권을 다투는 조건에서 한미동맹 유지를 전제로 대중국 포위 전략 일환으로 북핵 이슈에 접근해 왔다. 북한 비핵화를 미국 주도의 세계시장으로의 포섭을 통해 북한과 중국 사이를 벌려놓은 계기로 삼고자 한다.

북한은 미국의 기대와는 반대로 움직였다. 북한은 하노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ㄱ 정상회담을 세 차례 갖는 등 밀월을 과시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고 예우를 받으며 중국 대륙을 관통해 하노이로 이동했다. 미국 입장에서 모든 거래가 무의미하다 판단할 수도 있는 제스쳐였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무산된 배경인지도 모른다.

북한 비핵화는 인류 역사상 보기 드문 고난도 과제일 수도 있다. 동상이몽의 북미 관계를 풀 열쇠는 무엇인가? 불가불 그 열쇠를 찾아내야할 책임이 한국 정부에게 있다. 열쇠는 사태파악을 제대로 할 때 찾아질 수 있다.

(이 글은 <내일신문>에 함께 게재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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