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매입임대주택 기피하는 자치구를 위한 변명

By | 2018-12-01T07:05:39+00:00 2018.11.20.|
  • 자치구별 최소쿼터 등 제도보완이 선행돼야

 

지난달 18일 한겨레신문은 단독 타이틀을 달고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매입임대주택 사업이 서울 6개 자치구의 ‘님비(NIMBY)’로 인해 차질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서울시 지방공기업인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에서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할 다가구·다세대주택 매입공고를 내면서 몇몇 자치구를 요청에 따라 ‘매입 자제지역’으로 지정했는데 이 요청의 배경에는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주민들의 님비현상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명으로 보도한 6개 자치구는 강서구, 강북구, 도봉구, 양천구(신월동 한정), 중랑구, 성북구다.

*곽정수 기자(2018.10.18.), [단독] 서울 6개구 “우린 빼”…‘님비’에 막힌 주택매입 임대사업, 한겨레신문

 

이어 같은 달 30일 주거권 관련 시민단체들은 6개 자치구 중 하나인 강북구의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개 자치구를 규탄하며 매입임대주택 매입 자제 요청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매입 자제 지역으로 지정된 6개 지역의 주거빈곤율(최저주거기준 미달, 주택 이외의 거처 비율)은 서울시 평균보다 대체로 높다며 주거빈곤율이 높은 지역에서 매입임대주택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박희원 기자(2018.10.30.), 시민단체, 서울 강북 지역 주택매입 임대사업 중단 규탄, CBS노컷뉴스

 

이와 같이 공공임대주택을 둘러싼 갈등이 심심치 않게 보도되는 와중에 이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을 어떻게 설득하고 합의에 이를 수 있을 지에 관한 논의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단지 공공임대주택을 찬성하고, 반대한다는 극단의 사례만 기계적으로 드러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말 필요한 논의는 주거문제로 고통받는 시민들에게 공공임대주택을 어떻게 적절하게 배분할 것인지가 되어야 하지만 지금처럼 단순 찬반의 논리만 반복된다면 우리는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 채 현 상태에서 계속 머무를 것이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공공임대주택의 일종인 매입임대주택이 어떤 방식으로 분배되어야 지금과 같은 갈등이 완화될 수 있을지 논의하고자 한다.

 

먼저 6개 자치구가 매입임대주택 매입 자제 요청을 하게 된 맥락을 알아보기 위해 우선 <표1>과 같이 2016년 기준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의 가구수 대비 전체 공공임대주택(5년, 10년 공공임대주택제외) 재고량을 비교해보자. 전체적으로 봤을 때 6개 자치구의 공공임대주택 비율은 강서구와 강북구처럼 높은 경우도 있지만 도봉구처럼 낮은 경우도 있어 특별한 경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적어도 이 표만 놓고 보면 이번 갈등은 특별한 구조적 문제없이 한겨레신문의 보도처럼 주민들의 님비현상이 이번 사건의 원인이라고 결론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표2>를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번 표는 전체 공공임대주택 중에서 매입임대주택만 별도로 분리하여 25개 자치구의 각 가구수 대비 비율을 비교한 것이다. 결과를 보면 25개 자치구 중에서 매입임대주택 비율이 높은 상위 10개 자치구 안에 이번 6개 자치구가 모두 포함되었다. 특히 상위 6개 자치구 중에서 4개가 매입 자제 요청을 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된다면 이번 사건은 단순 주민 님비현상의 발현이라고 보기보다 매입임대주택 공급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특정 자치구에서 자신들의 행정적 부담을 호소한 것으로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매입임대주택 공급에 따른 자치구의 행정적 부담은 무엇이 있을까. 매입임대주택은 영구임대주택과 함께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에 따른 수급자 등에게 우선적으로 공급되는 대표적인 공공임대주택이다. 임대료도 입주자의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여 다른 유형보다 저렴한 시세 30~40% 수준으로 책정되고 입주자 모집도 SH공사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가 아닌 일선 자치구 주민센터에서 사회복지 차원으로 이뤄지는 등 최저소득계층을 대상으로 최적화되어 공급·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자치구 입장에서 매입임대주택이 추가로 공급·운영된다는 것은 다른 유형과 달리 사회복지 영역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맥락에서 <표3>을 보자. 이 표는 수급자 등에게 우선 공급되는 두 유형(영구임대주택, 매입임대주택)을 합산하여 25개 자치구의 각 가구수 대비 비율을 비교한 것이다. <표2>와 순서는 조금 바뀌었지만 상위 6개 자치구 중 4개가 매입 자제 요청을 한 것은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중랑구의 경우, <표2>에서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매입임대주택의 비율이 10번째 수준이었지만 영구임대주택을 합산할 경우 비율은 5번째가 된다. 중랑구 입장에서는 기존 수급자 우선 공공임대주택인 영구임대주택 재고량이 있기 때문에 매입임대주택 추가 공급·운영이 부담스럽고 이에 따라 매입 자제 요청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정황을 고려했을 때 이번 6개 자치구의 매입 자제 요청은 추가 공급에 따른 사회복지 업무 부담 호소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물론 여기에 지역 주민들의 님비현상이 더해졌을 수는 있지만 말이다.

 

 

사실 조금 비틀어 생각해보면 6개 자치구는 이번 매입 자제 요청으로 비난받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까지의 노고에 대해 격려받아야 하는 입장인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약한 고리인 수급자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우선 공급·운영되는 매입임대주택에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협조하여 최소한 자신들의 자치구 내에서나마 취약계층의 삶의 질이 높아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표 4>는 그 증거다. 이 표는 서울 25개 자치구별 수급자 우선 공공임대주택 재고량 대비 수급가구 비율을 계산한 것이다. 예컨대 강서구(141.30%) 같은 경우에는 수급가구 1가구당 수급자 우선 공공임대주택이 141.30%가 있어 모든 수급가구가 입주하고도 남는다는 것이고, 용산구(1.14%) 같은 경우에는 수급가구 1가구당 수급자 우선 공공임대주택이 1.14%에 불과하여 99%에 가까운 이들이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상위 10개 자치구 중에서 수급가구의 비율 자체가 낮은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소위 강남 3구를 제외할 경우 수치가 높은 자치구는 강서구, 강북구, 중랑구, 도봉구 등 이번에 논란이 된 자치구가 주로 해당된다. 이들 자치구에서 그동안 수급자 우선 공공임대주택에 직·간접적으로 협조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는 결과다.

 

 

우리가 오히려 주목해야 하는 곳은 6개 자치구가 아니라 ‘성동구, 영등포구, 용산구, 종로구, 중구(가나다 순)’가 되어야 한다. 이들 지역의 해당 수치는 5% 미만이다. 즉, 이들 지역의 수급가구 100가구 중 수급자 우선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비율은 5가구가 채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급자 우선 유형을 제외한 다른 유형은 수급가구가 부담하기 어려운 수준의 임대료인 경우가 많아 사실상 이들 지역의 95% 이상의 수급가구는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이들 5개 자치구에는 무슨 사정이 있는 것일까.

 

이들 성동구 등 5개 자치구의 공통점은 서울의 전통적인 도심지역이라는 데 있다. 이는 해당 지역에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적절한 부지를 찾기 어려울 뿐더러, 설사 찾는다 하더라도 지가가 높아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최근의 종로구 고시원 화재참사로 상징되듯 이들 지역의 주거취약계층은 각종 사고와 재난에 노출되어 있음에도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다. 해당 지역의 공공임대주택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주거취약계층이 고시원으로 몰렸고 이번 화재참사가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고 하면 지나친 논리적 비약일까. 물론 혹자는 누가 그렇게 도심지역에 거주하라고 강제했냐며, 공공임대주택이 많은 곳 혹은 서울이 아닌 곳에 거주하면 될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같은 논리라면 서울은 가난한 시민은 살아서는 안되는 곳이며 전국민은 소득순서대로 거주지역을 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같은 논리에서 권위주의 정권시절에 이미 ‘광주대단지’를 비롯한 다양한 이름의 반인권적 강제이주가 자행된 적도 있다. 그것을 원한다는 말인가.

 

물론 성동구 등 5개 자치구처럼 도심지역에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대통령 공약이든 시장 공약이든 공공임대주택은 ‘몇 만 호’인지에 주목하지, 어떤 방식으로 공급되고 분배되는지에 대해 언급되지 않기 때문에 공약 이행 단계에서는 한정된 예산에서 숫자를 맞추는 데 몰두하게 된다. 그렇다보니 앞선 6개 자치구처럼 상대적으로 지가가 저렴한 곳이 주요 공공임대주택 대상지로 결정되는 경우가 잦고, 도심지역은 검토조차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물론 예산을 집행하는 데 있어 효율성을 중요하게 따지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서울시 25개 자치구 내 수급자 우선 공공임대주택의 분포가 <표4>와 같이 매우 편향되어 있다면 비용효율성 이외의 다른 기준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예컨대 매입임대주택을 매입할 때 자치구별로 최소쿼터를 두는 것은 어떨까. 더 적극적으로는 자치구내 수급자 우선 공공임대주택의 재고량을 수급가구의 50%선을 유지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고민할 수도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도심지역의 공급단가를 높이고 공공임대주택이 부족한 특정 자치구에서 우선 매입하는 등의 장치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대안에 대한 고민이 없다면 현재와 같이 한쪽에서는 공공임대주택의 매입 지양을 요청하면서 한 쪽에서는 고시원 화재참사가 반복되는 현상이 계속될 지도 모른다.

 

***끝으로 이번 참사 피해자 분들께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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