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연구_세미나] 니트라는 환상과 비노동 공포증 / 최혜인

By | 2018-08-13T21:37:16+00:00 2018.08.07.|Tags: |

* 본 글은 퇴사연구 프로젝트팀 최혜인 연구원이 작성한 퇴사연구 세미나 후기입니다. 퇴사연구 세미나는 지난 6-7월 퇴사연구팀과 노동에 관심있는 연구자, 새사연 회원 등이 모여 진행한 세미나입니다. 세미나 마지막 날이었던 7월 28일 <비노동사회를 사는 청년, 니트>의 저자 이충한 선생님을 모시고 니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였던 적이 없었다. 끊임없이 무언가를 했고 또 열심히 했다.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던 건 나라는 존재를 이루는 시간들이 무의미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야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비생산적이고, 그것이 게으르거나 도덕적이지 못하다는 이데올로기가 나를 장악했다. 그 이데올로기 속에서 비생산적인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계속 노력했더니 휴식한다는 게 뭔지 모르는 재미없는 인간이 되어가고 있었다.

 

『비노동 사회를 위한 청년, 니트』 저자 특강 세미나에 참여한 후기를 쓰기에 앞서 여러 가지 반성을 먼저 해야겠다. 나도 사실은 니트였던 적이 있다. 학교를 휴학하고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강연을 들으러 다녔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에 자기계발 욕구도 없었고 돈을 벌 필요도 없었다. 몇 달 간 해외여행을 간 적도 있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취업하지 않은 상태로 별 일 없이 몇 달을 보낸 적이 있다. 물론 대학생일 때 보다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내가 떠올린 비생산적인 인간의 범주에 그때의 내 모습을 겹쳐본 적은 없다. 몇 번의 기간 동안 니트 상태였지만, 나는 단지 조금 쉬거나 색다른 경험을 했을 뿐이지 내 편견 속 니트의 모습은 아니었다. 아직도 그때 느꼈던 여유와 평온한 감정은 지금의 나를 지탱하는 에너지이기도 하다. 니트 상태의 인간은 비생산적이므로 게으르고 도덕적이지 못하다는 건 순전히 나의 편견이자 허구였다.

『비노동 사회를 위한 청년, 니트』는 바로 이 지점에 주목한다. 니트인 사람은 없다. 니트는 ‘상태’일 뿐이다. 그러니깐 우리는 어느 시점에 니트 ‘상태’가 될 수도 있다. 우리가 무능력하고 무기력해서 니트 상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노동현장에서 소모됐을 때, 새로운 삶을 모색할 때, 아니면 그냥 니트 상태가 될 수도 있다. 누구나 니트 상태를 겪을 수 있다는 건, 니트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로 접근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사회가 공유하는 노동과 일자리 담론 속에서 니트는 개인이 벗어나고 이겨내야 할 상태로 치부된다. 그러나 저자는 노동과 비노동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경제적 가치가 적은 일이더라도 누구나 넓은 의미에서 노동 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니트 상태의 청년을 끌어당기기 위해 필요한 것은 사회적 신뢰라고 주장한다. 사회로부터 끊임없이 스펙 쌓을 것을 강요받은 청년세대에게는 생산적인 노동을 하지 않더라도 낙인찍히지 않을 수 있는 사회적인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노동하지 않더라도 존재의 이유가 있다는, 살아 있는 모든 사람에게 존재의 가치가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있어야 비로소 청년이 우리 사회를 안전한 공간이라고 느낄 수 있고, 그제야 노동하지 않는 비노동에 대한 공포증을 버릴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고 저자를 만나는 공개세미나를 통해 사회에 융화되지 못하고 주변부를 어슬렁거리던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로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그냥 사람일 뿐이라는 걸 확인했다는 게 이번 세미나의 가장 큰 수확이었던 것 같다.

 

퇴사 연구에 참여하면서 가장 관심 있는 건 퇴사 이후의 삶이다. 나의 퇴사 경험은 후련함보다 불안감이 컸기 때문에 퇴사 이후의 삶을 건강하고 안전하게 디자인하기 위한 사회적 기반을 고민해보고 싶었다. 『비노동 사회를 위한 청년, 니트』는 퇴사 자체에 주목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누구나 특정 시기에 니트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은 퇴사와 입사(퇴사-입사)를 반복하는 지금 우리세대의 모습이기도 하다. 결국 퇴사와 니트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퇴사와 입사만 반복하는 게 아니라, 퇴사와 니트, 입사(퇴사-니트-입사)를 반복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떤 이유에서든 회사를 그만두고 휴식하거나 새로운 삶을 고민하는 청년들이 『비노동 사회를 위한 청년, 니트』를 통해 자책하지 않고, 조급하지 않고, 사회를 향해 조금 더 많은 것을 요구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저자와의 질의응답 중 가장 명쾌했던 내용을 소개하면서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Q. 일하고 싶지 않으면서도, 일하고 싶고, 사람들과 만나고 싶으면서도 만나고 싶지 않아요. 우울일까요. 니트일까요?

A. (한국)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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