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들었을 때는 ‘도전숙(도전宿)’이 도씨 성의 인명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도전숙은 창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의 숙소라는 의미로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와 각 자치구에서 창업을 했거나 계획 중인 청년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예비입주자는 해당 사업의 계획서를 제출해야 입주자로 선정될 수 있으며 입주 이후에는 해당 주택을 사업장으로 등록해야한다. 이를 통해 일자리와 주거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4년 첫 도입 이후 각종 보도를 통해 언론의 관심을 많이 받았고, 지방정부 정책 모범사례로 ‘제1회 대한민국 지방자치 정책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대외적으로 성과를 인정받는다.

현재까지 서울 성북구, 성동구, 강동구, 은평구 4개 자치구에 공급된 도전숙의 구체적인 입주자 자격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1인 창조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른 1인 창조기업인 또는 예비창업자로서 전년도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 50%~70% 이하 및 자산 기준을 요구한다. 자치구에 따라 만 19~39세의 연령기준을 두는 곳도 있고, 두지 않는 곳도 있으며 가죽패션, 드론 등 특정 산업 분야를 한정하거나 1인 창조기업인이 아닌 전통시장 내 청년상인에게 예외조항을 적용하는 등 자치구에 따른 자율성이 반영되고 있다. 여기까지 보면 도전숙은 청년들의 일자리와 주거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모델이자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운영에 자치구가 참여하는 지방분권의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몇 가지 의문이 든다. 우선 다른 공공임대주택 유형 중에 일자리 조건이 붙는 경우가 있는가. 왜 청년에게는 (예비)창업을 해야 입주자격을 주는 것일까. ‘일하지 않는 청년은 시민으로 취급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들린다면 속이 꼬인 사람의 반응일까. 일단 한 걸음 양보해서 도전숙이 공공임대주택을 통해서 청년 일자리도 동시에 해결하려는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그 참신함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해당 창업에 대해서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있을까. 만약 창업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이 없다면, 도전숙은 창업을 시도할 심리적, 재정적 여유가 있는 청년에게만 문을 열어두고 있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창업 지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각 업종의 특색에 맞는 지원이 가능할 것인가의 문제도 남는다. 결국 주거지에 사업장을 등록해야한다는 조건만으로 주거문제와 일자리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가정하는 것은 안이한 생각이라는 점을 언급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공공임대주택에는 일자리와 관련된 조건이 붙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주택과 일자리와 연계되어야 한다면, 대비되는 사례로 일본의 ‘토키와 장(トキワ荘) 프로젝트’를 언급하고 싶다. 일본의 비영리법인인 뉴베리(NEWVERY)에서 운영하는 토키와 장 프로젝트는 신인 만화가와 만화가 지망생의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프로젝트로 1950년대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실제 유명 만화가들이 함께 숙식하며 지냈던 ‘토키와 장’에서 이름을 땄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토키와 장 프로젝트의 입주 대상은 1개 이상 작품을 마무리 지은 (예비)신인 만화가로서 셰어하우스에서 공동생활이 가능하고 차임을 연체하지 않을 자다. 원칙적으로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부터 30세 정도까지를 기준으로 한다. 일본의 일반적인 임대차와 다르게 보증금과 사례금이 없고, 비슷한 규모의 주택과 비교했을 때 인당 월 2만엔(약 20만원) 정도 저렴하다. 여기까지는 비영리 성격의 일반 셰어하우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토키와 장 프로젝트의 특징은 만화라는 직종의 특성에 맞게 전문성 향상을 위한 강습회나 이벤트를 개최한다는 점에 있다. 만화 제작 및 전문 활동에 필요한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전문학교를 개최하는 한편 스터디 그룹이 수시로 운영된다. 또한 보조 업무를 소개하거나 프로 만화가와 편집자를 섞은 교류회를 개최하는 등 신인 만화가를 다방면으로 지원한다. 이렇게 해도 실제 만화가로 성공하는 확률은 높지 않다. 2006년 8월부터 활동을 시작하여 지금까지 400명 이상이 입주했지만 프로작가로 데뷔한 경우는 70여명 남짓이기 때문이다.

만화라는 업종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도전숙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그러나 토기와 장 프로젝트는 업종 특성에 집중한 각종 지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일자리와 주거문제가 동시에 해결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도전숙도 장점이 있다. 자치구가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운영에 참여함으로써 지역 여건에 맞는 이슈를 발굴하고, 이슈의 특성에 맞게 공공임대주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때의 조건이 창업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주거 공간만 제공하면 창업도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애초에 가능할 거라면 이미 공공임대주택에서는 다양한 창업가가 등장했을 것이다. 자치구가 참여하는 공공임대주택의 등장은 반갑지만, 청년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