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펀치(600) 프로메테우스의 ‘불씨’와 지혜의 조건

By | 2018-06-29T17:02:24+00:00 2018.03.05.|

태고에 예지력이 출중한 신이 하나 있었다. 자신이 속한 신족이 패배할 것임을 알고 상대에게 투항한 그는 전쟁 후에 열둘의 주신 바로 아래 지위에 머무를 수 있었다. 그는 인간을 창조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피조물을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하였다.

인간이 핍박받을 때마다 그는 인간의 편을 들어주었다. 소를 가르면 고기와 내장은 인간이 먹게 하고, 지방과 뼈만 신에게 바치도록 일을 꾸몄다. 춥고 어두운 세상을 견디고 있는 인간의 처지를 보다 못한 그는 몰래 불씨를 훔쳐 인간에게 주었다.

신들의 대장은 그를 바위산에 묶고 영원히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 먹히게 하는 형벌을 주었다. 신들의 대장은 인간을 경망스럽고 끊임없는 욕심과 야망을 지녔다고 여겨 좋아하지 않았다.

인간은 신의 지식을 점차 키워 서로 죽이고 세상을 파괴하기에 여념이 없다. 많은 동물이 사라졌다. 드넓은 숲이 폐허가 되었다. 심지어 산을 없애고, 강줄기를 돌리고 끊기도 하면서 재앙을 키운다. 그래도 인간의 욕심은 한없이 커가기만 한다.

예지력이 출중하여 이런 결과를 모를 리 없었음에도, 자격이 없는 듯한 인간에게 지식을 나눠 준 그는 영원한 형벌을 받아 마땅해 보이는 프로메테우스이다.

맨해튼 프로젝트의 책임자였던 오펜하이머는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라고 불린다. 일순간에 수십만 명을 학살할 수 있는 핵폭탄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제국주의와 두 번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행해진 대량살상연구의 결정판이었다. 그는 평생 마음의 짐을 벗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두 개의 핵폭탄이 사용되고 난 후 인류는 멸망이 목전에 왔음에 몸서리쳤지만, 새삼스러운 호들갑에 불과했다. 수천 년 동안 쌓은 인류의 거의 모든 지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번영이라는 탈을 쓰고 수많은 사람을 사지에 몰아넣고 세상을 파괴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기득권을 옹호하기 위해 발전한 신고전학파 경제학은 자본의 이익을 위해 인구의 상당수를 빈곤 상태에 처하게 만드는 것이었고, 이러한 양극화 문제는 신자유주의를 거치면서 회복 불가능한 구조로 고착되었다.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빈곤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게 될지, 얼마나 많은 생물이 멸종되어갈지, 얼마나 많은 환경파괴가 이뤄지고 자원이 고갈되어갈지 헤아릴 수조차 없다.

여러 지식이 질병으로부터 수많은 사람을 구하고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었다는 반론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혜택을 보는 부류에 속하는 행운을 누린 사람들보다 그렇지 않은 불운한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부유하면 행운을, 가난하면 불운을 겪는 것이 현재의 사회구조이다.

기득권은 끊임없이 욕심을 부린다. 그래서 온갖 사물에, 심지어 지식에도 가격표를 붙이는 쪽을 선택했다. 가난해서 배우지 못하는 아이들, 약값이 비싸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 쾌적한 환경의 집을 구하지 못하여 열악한 삶을 이어가야 하는 빈곤층이 수십억 명이다. 이들보다 조금 처지가 나아 무리해서 값을 치를 수 있어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이다.

어렵게 마련한 주택의 대금을 갚느라 평생 고생을 하는 하우스푸어, 종자와 농약과 농기구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빚이 늘어가는 농부, 스마트폰 대금과 통신요금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돈을 긁어내기 위해 지금도 온갖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사회구조에서 학자나 연구자는 기득권의 부역자이거나 세상을 종말로 이끄는 죄인일 뿐이다. 4차산업혁명의 과정에서, 자본 쪽은 막대한 이익을 기대하고, 노동계는 일자리의 소멸을 걱정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맞서는 유효하고 광범위한 노력이 지식공유이다.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연대와 협동을 위해 지식을 사용하자는 것이다. 지식을 쌓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니 결심하기 어렵겠지만, IT 계열을 중심으로 한 오픈소스 라이선스의 활성화는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이에 힘입어 불로소득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노동의 가치에 좀 더 비중을 둘 수 있는 비영리가 경제 전반에 확산이 되면 가까스로 멸망을 피해갈 수 있을지 모른다.

예컨대 기득권은 돈을 벌겠다고 빅데이터 기술을 연구하겠지만, 우리는 지식을 나누기 위해 빅데이터 기술을 연구할 것이다.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지식을 쌓고 이용하려는 기득권을 무력화시키는 강력한 대응방안이다.

불씨를 인간이 발견한 것이 아니라, 나눠 받은 것이라는 그리스신화의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 독점이익을 위한 수단이 아닌, 공유되어야 유용한 지식의 속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고 여겨진다. 이 신화를 만들어 후대에 이어 줄 만큼 고대의 인류는 지혜로웠다. 이제 우리가 지혜롭게 행동하여 프로메테우스를 구원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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