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몰, 청년배당, 청년수당, 청년주택, 청년통장, 청년허브 등 각종 청년정책과 영화 ‘청년경찰’을 비롯한 상품명에 이르기까지 청년이란 단어가 참 흔하다. 그러나 ‘신체적·정신적으로 한창 성장하거나 무르익은 시기에 있는 사람’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차치하면 지칭하는 대상은 저마다 미묘하게 다르다.

청년의 명확한 기준을 알아보기 위해 현행 법령 중 유일하게 이름에 청년을 포함하고 있는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을 찾아보았다. 청년실업해소특별법이란 명칭으로 2004년에 제정된 이 법은 청년을 ‘15세 이상 29세 이하인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어 비교적 명확하다.

그러나 2004년 당시는 청년실업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던 시기였고, 2010년대 들어 청년문제를 사회경제적 다방면의 문제로 확대하여 인식하기 시작하자 2015년 「서울특별시 청년 기본조례」를 시작으로 다수의 지방자치단체·의회는 청년 기본 조례를 제정했다. 이들 조례도 저마다 청년을 조금씩 다르게 정의한다. 특별시·광역시를 중심으로 봤을 때 서울·울산·세종은 「청년고용촉진 특별법」을 그대로 따르지만, 부산은 ‘만 18세 이상 만 34세 이하’를 적용하고, 대구·광주·대전은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심지어 「청소년 기본법」을 준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 법은 청소년을 ‘9세 이상 24세 이하인 사람’으로 규정하는데, 「성남시 청년배당 지급 조례」는 바로 이 「청소년기본법」을 준용하여 청년을 정의하는데, ‘청소년 중 만 19세부터 24세까지의 사람’을 청년으로 규정한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철학자 박이대승은 그의 저서 『‘개념’없는 사회를 위한 강의』에서 ‘청년’이란 말을 대표적인 예로 들며, 우리 사회에서 사용하는 상당수의 언어는 사회적으로 합의된 개념언어가 아닌 사용하는 주체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진 정치언어이며, 우리 사회는 공통된 개념언어가 부재하는 ‘개념 없는 사회’라고 진단한다. 그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서 ‘청년’이란 말은 화자에 따라 다양한 정치적 목적으로 그 의미가 바뀌어 사용되고, 이로 인해 각 개인은 ‘청년’이란 언어를 공통적으로 사용하면서도 합리적인 의사소통과 토론 자체를 성사시키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를 바로잡기 위한 방법은 청년이 누구를 의미하는지 토론하고, 공통된 개념에 대해 합의하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청년을 청소년과 일반시민 사이의 이행기에 놓여 있는 인구집단이라고 한다면, 이행기의 개념은 무엇이고 해당 인구집단은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 지 합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생애주기 상 이행기를 교육과정의 완료 및 취·창업 등 직업세계로 진입이 이루어지는 시기로 정의한다면 의무교육(중학교)이 종료되는 만 15세나 고등학교 교육과정이 종료되는 만 18~19세부터 청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고, 2000년대 들어 취업난을 비롯한 다양한 이유로 이행기가 길어지고 있어 대학, (군 복무), 취업준비 기간을 고려했을 때 만 29세 정도까지의 인구집단으로 청년을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상당수의 논의는 적게는 만 34세, 많게는 만 40세까지를 청년의 범주로 포함하고 있다. 이는 혼인·출산 장려 정책을 청년정책의 맥락에서 다루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라고 해석되는데 청년주택이라고 일컬어지는 ‘행복주택’, ‘역세권2030청년주택’의 공급물량 중 상당수가 신혼부부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 대표적인 근거다. 하지만 혼인·출산은 이행기 과업이라기보다 개인의 선택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또한 청년의 범주를 확장하여 정의하는 것은 이행기라는 특수성에 맞춘 정책의 성격을 모호하게 만들어 자원을 집중하는 데 걸림돌이 될 뿐이다. 혼인·출산 장려를 위하여 만 39세까지 청년으로 볼 수 있다면, 다른 이유를 들며 만 45세까지 확장하지 못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2017년 10월) 기준으로 주요 원내정당의 당헌·당규를 확인해본 결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만 45세 이하를 청년당원으로 규정하였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만 39세 이하, 정의당은 만 35세 이하를 적용하였다. 특히 국민의당은 최근 청년당원의 연령상한을 만 39세에서 만 45세로 상향하여 논란을 빚은 바 있는데, 당시 주요한 이유로 ‘농어촌에 40세 이하 인구가 많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2030 당원들의 참여를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연령상한을 상향하여 청년 당원을 확보하는 대표적인 ‘정치언어’의 활용 사례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청년기본법안은 총 6종류로 모두 청년을 18, 19세부터 34세까지 혹은 39세까지로 규정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청년의 정의를 둘러싼 혼동을 해결하기 위한 청년기본법의 필요성에 대해서 공감하고, 갈수록 청년문제가 심각해지고 이행기가 연장됨에 따라 30대 초반을 청년의 범위에 포함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일견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청년은 20대 이하로 정의하고, 나머지 연령대의 시민들은 시민들의 기본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청년’이 대두된 배경에는 이행기의 과업 수행을 지원하자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